귀신도 총 맞으면 꼼짝못해, '킨키영무국'

웃음으로 시작해 생각할거리 던지는 작품
2025년 08월 07일 17시 38분 46초

인적이 드물고 사람은 커녕 불빛도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어두운 시골에서, 여학생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기분나쁜 안개 속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매년 더워지는 여름의 무더위에 단골 소재인 귀신을 소재로 채택한 게임 하나를 가져와봤다. 지난 16일 디지털터치는 AMATA K.K가 운영하는 인디 게임 퍼블리싱 브랜드 AMATA 게임즈와 협력해 유령에게 마음껏 되갚아주는 일본풍 호러 TPS 게임 '킨키영무국'을 PS5, Xbox Series X/S 디지털 버전을 정식 출시했다. 이번 리뷰에선 PS5 버전으로 플레이했음을 알린다.

 

일단 소개만 읽어봐도 심상찮은 수식어를 가진 이 게임에는 귀신, 여고생, 저주, 총 같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너무 심플한 타이틀 화면

 

■ 퇴마(물리)

 

킨키영무국은 일본풍 호러 게임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탄환이나 주먹 같은 공격 수단이 통하지 않는 불합리한 유령들에게 마음껏 갚아줄 수 있는 호러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이 설명만 봐도 예사로운 게임은 아니라는 사실을 대강 눈치챘을 것이다. 킨키영무국은 그런 게임이다.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하면 한밤중 외진 시골에서 마을로 향하는 여학생을 조작하게 되는데, 민가를 조사하니 갑자기 귀신이 튀어나오고 잠깐의 정적과 함께 귀신과의 육탄전이 벌어진다. 이것만으로도 황당한데, 이후 소동에 나타난 새로운 귀신 3인방에게 주인공은 담담하게 자신이 킨키영무국 소속 공인 제령사 시라이시임을 밝히고, 불법 유령 제거 행정대집행을 선포하면서 총기를 꺼내드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한다.

 

아직 시작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공포감이고 뭐고 싹 날아가버리는 이 황당한 연출은 의외로 잘 먹혔다. 직전까지 많이 투박한 UI나 그래픽, 조작감에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이 장면부터 바로 게임에 대한 흥미가 크게 올라간다. 실제 게임플레이는 호러 어드벤처 같은 방식이 아니라 본격적인 콜 오브 듀티 느낌의 TPS에 가깝다. 난이도도 꽤 높은 편이라 설렁설렁 플레이하면 게임오버를 몇 번 볼 수도 있다.

 


사실 이 손전등 쥐는 방식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너 총 들었니?

 


내 총은 귀신을 맞춰

 


아무렇지도 않게 묘비를 들고 휘두르며 이런 대사를 읊는 주인공부터 정상이 아니다

 

■ 황당하고 재치있는 스토리 속 의외의 짜임새

 

플레이어가 인터넷 밈을 많이 알면 알수록 킨키영무국에서 느끼는 재미가 다를 것이다.

 

패러디와 밈의 범위가 광범위한 편인데 아무래도 일본쪽에 잘 알려진 밈들도 조금 섞여있는 편이다.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밈과 패러디는 링의 사다코를 이름만 비튼 사타코, 메탈기어솔리드의 암스트롱 의원이 화면으로 갑자기 달려와 주먹질을 하는 밈, 열받는 PPT 등 국내에서도 익숙한 밈들이 은근히 많아 밈을 대부분 이해할 수 없어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는 적다.

 


나오는 모니터 크기에 따라 사타코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부분도 위트가 느껴진다

 

게다가 대사 하나하나가 한시라도 진지해지는 것을 온몸을 비틀어 거부하고 있는 수준으로 가벼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개그 코드가 맞는다면 상당히 재미있게 대사를 읽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건 의외로 게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나 설정들에 대해 트집을 잡기보단 아~ 그런 설정?이라면서 가볍게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게 만든다.

 

이야기 전개나 스테이지 구성은 의외로 짜임새가 있다는 점 또한 느낄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밈이나 그럴듯하게 현대와 접목시킨 설정 및 스토리를 풀어나감에 있어 지루하고 현학적인 전개를 하기보다 완급을 조절해가며 플레이어가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맛있게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교내 불량배랑 어울리고 다니니 금방 찾을 수 있다'는 하나코의 모습

 

개발자의 밈 이해도 외에 밀리터리 FPS에 대한 애정도 은근히 엿보이는 것이 또 다른 재미있는 부분이다. 밀리터리 FPS의 대명사 중 하나로 꼽히는 콜 오브 듀티에서 볼 수 있는 연출 등이나 상대적으로 디테일이 높은 장구류, 가벼운 분위기에 그래픽도 진지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필요한 장면에서는 참혹함을 느낄 수 있는 연출 등이 뛰어나다.

 

 

 

■ 주제의식 뚜렷한 작품

 

솔직히 아무런 정보도 없이 킨키영무국을 접하면 타이틀 화면에서 한 번, 이후 시작했을 때 그래픽에서 한 번, 마지막으로 조작감에서 한 번 느껴지는 엉성함에 넋을 잃을 수 있다. 보편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킨키영무국의 타이틀 화면이나 그래픽, 조작감은 좋은 말로도 괜찮다고 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거기에, 달리기를 종종 할 필요가 있는데 스틱 토글식이 아니라 계속 누르고 있어야 달리는 방식의 조작이 고정되어 은근히 불편하다.

 

하지만 처음 이 게임의 범상치 않은 분위기 전환을 체험한 시점부터는 점차 보이는 것만 투박하지 이런 불편함을 감내할 정도로 스토리텔러로서 개발사의 능력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긴 해

 

킨키영무국은 제령이 행정부에 의해 행해지는 평행세계의 일본을 소재로 단순히 원래 살던 우물 옆에 스트리머가 입주해서 시끄러운 바람에 권유를 받아 작중 무대로 이사를 왔다가 제령당하는 사타코나 불법 불량 악령을 지휘하는 화장실의 하나코 씨처럼 웃긴 장면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사나 전개, 설정 하나하나에 뼈 있는 위트를 담아 현대 일본의 문제는 물론 어느 정도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는 사회 현상 등을 짚어 플레이어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심지어 연출면에서는 그래픽이 투박할 뿐이지 생각보다 잘 짜여있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다.

 

불편함을 조금 감수할 수 있다면 짧은 플레이 타임 속에서 농밀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킨키영무국을 플레이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면 살짝 추천해보고 싶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회문제들이 거론된다

 


 


감탄스럽게도 똑같은 모델링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변명 역시 능글맞고 그럴듯하게 풀어낸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알립니다

창간 24주년 퀴즈 이벤트 당첨자

창간 24주년 축전 이벤트 당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