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2, 임진록2 조선의 반격, 천년의 신화, 스타크래프트 등 내 어린 시절에 플레이했던 RTS 게임들에 대한 추억은 꽤 좋았다. 흔히 게임이 해롭다며 제한하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던 내게 이런 전략 게임은 머리를 쓰는 게임이라 하루 한 시간씩 플레이가 허락됐던 게임이기도 했다. 차차 다른 게임도 할 수 있게 됐지만 당시엔 가뭄의 단비같은 게임들이었다.
임진록2 조선의 반격을 개발하고, 거기에서 기반한 온라인게임 천하제일상 거상을 만들어보였던 김태곤 PD가 조이시티와 함께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PC/모바일 멀티플랫폼 MMORPG '임진왜란:조선의 반격'을 만든다는 소식에 궁금증 반, 걱정 반의 시선으로 게임의 출시를 기다렸다. 손꼽아 기다리기보단 출시됐다는 소식이 있으면 플레이해봐야지,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아무래도 임진록을 떠오르게 만드는 시대적 배경과 조선의 반격이란 똑같은 부제를 활용한 부분이 궁금증을 자아낸 것이다. 정식 출시 후 PC 클라이언트를 활용해 플레이해봤다.
■ 그 시절 역사 게임은
서두에서 거론했던 국산 RTS 게임들은 역사 기반의 게임들이다. 한국의 삼국시대를 무대로 삼았던 천년의 신화 시리즈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대립구도에 더해 당시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의 고려 세력까지를 소재로 삼았고, 임진록 시리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치고 올라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시기를 소재로 다뤘다.
임진왜란:조선의 반격 또한 이름 그대로 임진왜란 시기의 역사를 기반으로 각색한 내용을 다루는데, 스토리 모드에 속하는 시나리오는 출시 기준으로 임진왜란과 조선의 반격 두 종류다. 그러니까 게임의 제목이 이 게임의 시나리오 제목인 셈이다.
임진왜란 시나리오는 게임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 '무사'가 조선 북단에서 여진족 아라부카의 부하들에게 수탈당하는 상황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고, 여기에서 만호 시절 이순신과 신립과의 인연을 만들며 시작된다.

여진족 파트는 정말 짧게 튜토리얼 느낌으로 지나가고 이후에는 탄금대 전투에서 신립과 분투하다 가까스로 생존한 뒤 수군에 몸을 담고 있는 이순신의 휘하로 들어가는 등 임진왜란의 주요 순간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체험할 수 있다. 이순신의 휘하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계속 전라좌수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율에게 가는 등 조선 곳곳에서 펼쳐진 전투 현장을 오가는 식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상 싱글플레이의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필드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투나 이야기가 온전히 플레이어 단독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런 시나리오 연출 일부는 그 옛날 국산 역사기반 RTS의 캠페인을 떠오르게 만드는 구석도 있다.

■ 내실을 정말 열심히 다져야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바로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각종 플레이의 기반이 되는 컨텐츠들을 정말 열심히 소화하며 핵심 컨텐츠를 위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점이 있다. 특히 게임플레이에 있어 갓 초반을 넘긴 이후의 시점에 직면하는 다양한 컨텐츠의 중요도가 크게 체감됐다.
MMORPG를 표방하는 게임이지만 물약 역할을 하는 음식이나 함선 수리용 아이템 등은 거래소에서 별도 재화로 구입하는 케이스 등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직접 재료를 가지고 제작하면서 써야 한다. 거기에, 경험치를 올리기 위한 책도 뽑기나 제작 등으로 습득할 수 있는 등 게임 전체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아이템이나 장비들이 제작과 채집에 의존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식이나 공성전 등 MMORPG 특유의 경쟁 요소도 존재하고, 심지어 채집에서도 각각의 채집 장소에 정원 시스템이 있어 빠르게 필요한 채집 장소를 선점하지 않으면 자원이 고갈된 뒤 리필될 때까지 손가락을 빨고 있거나 다른 장소에서 채집을 시도해야 한다.

■ 자동전투 속 유의미한 수동조작
임진왜란:조선의 반격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전투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다만 이게 어떤 느낌에 가깝느냐 하면 김태곤 PD가 선보였던 RTS의 감각에 가깝다. MMORPG식 전투에 RTS의 향을 아주 살짝 가미했다고 해야 할까?
5인의 장수와 1종의 병기를 한 파티에 편성해 전투를 벌일 수 있고, 전투가 시작되면 아군과 적군의 유닛이 전투를 시작한다. 이 때, 플레이어는 자동 기능을 켜고 알아서 전투가 벌어지게 둘 수도 있지만 수동으로 유닛들을 움직이거나 공격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개입하는 이 수동조작은 상당히 유의미하게 전투에 영향을 준다. 그냥 자동으로 둔다면 후열에 둬야 안전한 편인 원거리 유닛이나 회복 유닛들이 전열로 나가서 싸우게 되거나 적의 병력에 공격을 받게 되는 수가 있지만 수동으로 배치를 만져주면서 전선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전투의 결과를 바꾸기도 한다.
해상전도 그렇다. 3척의 함선을 편성해서 해상의 적과 전투를 벌이는데 이 방식이 임진록 같은 RTS 게임의 해상전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초반에 성장을 위해서도 가장 많은 의욕을 투자하길 권하는 것이 해상전이기도.
높은 전투력만이 아닌 수동 조작도 때때로 의미있는 관여가 되다보니 진행이 막혔을 때 RTS식 컨트롤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름의 매력요소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동레벨에 근접하거나 높아질수록 회피가 정말 잘 나와서 전투가 늘어지는 경향도 있다.

1대1로 진행되는 비동기 pvp 요소도 존재
■ 임진록 IP의 느낌이 곳곳에
시나리오를 플레이해보면 여진족이나 일본군, 조선군, 명군 등 각 나라에 속한 인물들이 각자의 국가 언어로 더빙되어 역사 시나리오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초반에 등장하는 항왜장수 사야가 같은 경우 외국인이 서툴게 한국어를 말하는 느낌을 살리려는 노력이 보였다.
의병장 곽재우와의 만남 이후로는 일본이나 명나라 장수들도 파티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점이나 병기 유닛을 파티에 넣을 때 그 조합을 고민하는 것도 꽤 전략성이 있다.
예를 들어 저등급이지만 그렇기에 조각을 쉽게 수급할 수 있는 편인 수레를 병기 유닛 슬롯에 할당해 회복에 힘을 싣는다거나, 대완구처럼 강력하지만 지면에 불을 붙여 아군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조작이 필요한 병기 유닛도 필요에 따라 넣을 수 있다.
제목에서도 조선의 반격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임진록과의 연관을 드러내는 게임이지만, 그 외에도 곳곳에서 이 게임이 RTS 장르나 임진록과 연관이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소들이 꽤 있었다. 임진록처럼 이순신이 기공신포를 쓰거나 신립이 창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임진록의 치트키를 채팅창에 입력하면 소소한 아이템을 지급하는 좀 독특한 기능도 있다.
또, 캐릭터 승급의 경우 조각 요구치를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일정 수준부터 10%, 20% 등의 낮은 성공률로 시도하는 기능이 있어 도전을 자극하기도 한다.

등급이 낮을수록 뽑기가 쉬운 편이라 잘 올라간다
내실을 다져야 게임 플레이가 원활해지는만큼 게임을 잡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 꽤 긴 편이다. 진행이 점점 막히기 시작하는 전투력의 턱도 자주 오는 편이지만 이를 넘기 위해 얼만큼의 투자를 하느냐가 진행 속도에 차이를 가져오기도.
자신의 계정 육성에 얼만큼의 투자를 하느냐가 일차적인 진도와 강함에 차이를 뚜렷하게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내실도 꾸준히 잘 다져주면서 강한 상단과 함께하는 것이 꽤나 중요하게 느껴지는 신작이다. 향후 공성전은 유저끼리의 싸움으로 진행될 예정이기에, PvP에서 아래에 깔리지 않으려면 그만큼 따라잡기도 중요하다.
임진왜란:조선의 반격은 좋게 말하면 그 시절의 향수를 부르는 게임플레이 방식을, 반대로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다소 낡게 느껴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신작이다. 완전히 RTS로 돌아온 임진록을 바란다면 정말 기대에 엇나가겠지만, 임진왜란 소재에 임진록과 RTS 장르의 향을 살짝 가미한 MMORPG를 생각하고 들어온다면 꽤 흥미가 생길 수 있는 신작이다.

시즌제 운영에 장수 버프도 있어 매 시즌 강한 장수가 달라진다는 것도 전투에서 고려할 사항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