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명작의 감성을 느낀다, '제물과 눈의 세츠나'

4년 만에 한글화
2020년 11월 04일 23시 00분 08초

‘로스트 스피어’ 및 ‘오니가 우는 나라’ 등 과거 90년대 JRPG의 재미와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고전적 감각의 게임 시스템으로 무장한 인상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국내외 RPG 팬들을 매료시켜온 도쿄RPG팩토리의 ‘제물과 눈의 세츠나’가 지난 22일 아크시스템웍스에 의해 PS4 및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국내 정식 발매됐다.
 
앞서 말했듯 고전 게임의 향수를 자극하는 시스템을 선보인 본작은 지난 2016년 플레이스테이션 기종으로 현지에 첫 발매돼 나름 호평을 받았던 JRPG 수작으로 이번 국내 출시판은 무려 4년 만에 정식 한국어화가 이뤄진 것이 특징.
 
참고로 본 리뷰는 PS4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 흥미롭고 매력적인 스토리, 고전 JRPG의 향수를 느낀다

 

인간을 위협하는 마물로부터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10년에 한 번씩 산 ‘제물’이 될 소녀를 바치는 한 섬을 배경으로 새로운 제물로 선택된 소녀인 ‘세츠나’와 주인공의 운명을 건 사투를 그려낸 본 작품의 스토리텔링 및 세계관은 정말 매력적이다.

 

섬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운명을 짊어질 세츠나와 그녀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두 명의 주역, 마찬가지로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 전원 역시나 그 만듦새가 뛰어난데다 스토리 전개 흐름도 단순한 일자 형식 진행이 아닌 다양한 복선과 트릭들로 구성돼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재미와 질릴 틈이 없는 중독성을 선사해 마음에 들었다.

 

덧붙여 주인공의 ‘생명’을 다룬 이야기 전개 흐름은 이후 출시된 자사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여름 국내 출시된 ‘오니가 우는 나라’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역시 윤회와 전생을 테마로 ‘생명’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려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렇듯 도쿄RPG팩토리의 작품들 모두가 하나같이 매력적이며 감동적인 스토리와 신선한 세계관으로 무장, 이러한 완성도는 한 편의 명작 소설이나 영화 못지않은 수준으로 플레이 내내 필자를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아울러 인 게임 컷 신과 OST, 애니메이션 요소들의 퀄리티 역시 만족스러우며 이중 일본의 유명 작곡가 미요시 토모키의 손에 만들어진 BGM 하나만큼은 정말 예술이라 호평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뛰어난 음색을 자랑한다.

 

 

 

 

 

RPG 본연의 재미와 그 완성도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나 게임 시스템상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본 작품은 과거 JPRG의 감성과 그 시절의 추억을 느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됐다. 특히 전투 시스템은 지난 1995년도에 출시된 스퀘어(現 스퀘어 에닉스)社의 JRPG ‘크로노 트리거’ 1편,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초기작과 매우 흡사한데 바로 해당 시리즈, 좀 더 포괄적으로 언급하면 과거 스퀘어에서 선보인 고전 명작 RPG 게임들의 주된 특징이었던 실시간 커맨드 액션 ‘액티브 타임 배틀 시스템’ 줄여서 ATB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실시간 게임 진행이라 하지만 게임 진행은 마치 턴제와 흡사하며 전투 시 차오르는 ATB 게이지를 통해 적의 공격 및 캐릭터의 행동 순서 등의 커맨드를 선택해 적과 교전을 펼치는 방식이다.

 

이러한 ATB 전투 시스템은 개인적으로 게임 진행에 상당한 불편함과 피곤함을 유발, 진행이 썩 유쾌한 편은 아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러한 전투 시스템은 다양한 편의성으로 무장한 다수의 RPG들이 수두룩한 2020년 현시점에서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불합리함을 유발하기 때문. 그 중 대표적인 단점들을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게임 내 세이브-로드의 불편함, 월드맵의 부재와 그로 인한 길 찾기의 힘겨움, 그리고 세이브는 오로지 필드 및 던전에서만 가능하며 전투에 참여 가능한 캐릭터의 수 대비 너무나도 많은 스킬 성장 요소, 쉽게 말해 스킬 노가다마저 가득하니 진행을 하면 할수록 맥이 빠진다.

 

제작진의 의도는 분명 고전 게임의 향수와 동시에 그 재미마저 느끼게 하는 것이겠지만 재미보단 불편함이 먼저 와 닿는 게임 설계이니까. 필자 역시 90년대 중반부터 닌텐도 패미컴으로 RPG를 즐겨온 세대이지만 이러한 게임 시스템은 현시대에 적응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추후 다음 출시작인 오니가 우는 나라에게 큰 폭으로 고쳐지게 된다. 오니가 우는 나라의 게임 시스템은 본 작품 대비 현대적인 구성이라 게임 진행의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으며 고전 액션 RPG의 감성, 그리고 현대적인 시스템이 잘 어우러진 느낌을 잘 살려냈다. 이 작품도 진작에 언급한 게임처럼 추가로 개발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 고전 게임 시스템의 접목, 시도는 좋았으나…

 

물론 전투 시스템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평가하자면 그 시절의 향수를 추억하는 고전 게임 세대들을 위한 선물이라 칭할 수 있겠고 게임에 깊이 파고들수록 도쿄RPG팩토리만의 개성이자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고전적인 액션 RPG의 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은 나름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구시대적인 ATB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나 개발사는 이에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전투 액션 시스템과 컨텐츠를 추가해 색다른 재미를 추구한 점도 인상적으로 와 닿는다.

 

그 예로 ATB 와 SP 게이지의 스텍 결합과 이를 통해 HP 회복 및 공격 및 기술 효과의 극대화 등 다양한 추가 효과를 줄 수 있는 세츠나 시스템, 스킬에 해당되는 ‘법석’과 이를 장비함에 발동 가능한 고유 스킬의 조합 및 육성 컨텐츠인 승화, 아울러 특정 법석과 아군 파티원의 ATB 게이지 지수에 따라 발동할 수 있는 합체 기술 및 캐릭터의 레벨링과 법석 커스텀 컨텐츠 등은 나름 괜찮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위에서 누차 말했듯 게임 스토리 및 캐릭터, 세계관의 설계는 뛰어난 편이다 보니 이러한 전투 시스템에만 익숙해진다면 주인공 일행의 이야기를 감상하며 충분히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래픽 퀄리티 역시 8세대 거치형 콘솔인 PS4 기반인 덕에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매끄러운 번역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어화가 이뤄진 점은 보다 게임의 몰입도와 재미를 향상시키니 JRPG를 즐겨하는 이라면 한 번쯤 즐겨 보길 권한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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