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가 지난 30일 정식으로 발매한 스튜디오 라르고의 콘솔 커뮤니케이션X서바이벌 어드벤처 '베리드 스타즈'는 검은방, 회색도시 등으로 잘 알려진 진승호(닉네임 수일배) 디렉터가 선보이는 첫 콘솔 타이틀이다. PS4, PS VITA,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출시됐으며 한국어와 일본어 음성을 선택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이번 리뷰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베리드 스타즈는 서바이벌 오디션 베리드 스타즈(Buried Stars)가 진행되던 도중 발생한 의문의 붕괴 사고로 인해 고립된 캐릭터들의 다양한 갈등 요소들을 대화와 SNS를 비롯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풀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여러 가지의 멀티 엔딩을 체험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다회차 플레이를 권장하고 있다. 첫 회차에서는 일부 엔딩만 볼 수 있고 다회차에서 비로소 밝혀지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어 사실상 다회차 플레이는 필수다.
검은방 시리즈로 피처폰 시절에 하나의 역사를 만들고, 회색도시2로 스마트 플랫폼에서도 죽지 않은 작품성을 보여준 진승호 디렉터의 신작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아온 작품답게 패키지와 한정판 사전 예약에서 초기 물량이 전부 소진됐으며 발매 당일인 30일엔 물량이 없어 일반판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 매장된 스타들
베리드 스타즈는 타이틀명과 동일한 이름의 오디션 쇼 프로그램 베리드 스타즈 시즌4 TOP5 무대가 진행되려는 와중에 발생한 의문의 매몰사고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매몰된 이들은 극의 주인공이자 탈출과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한도윤을 필두로 민주영, 오인하, 서혜성, 이규혁의 TOP5 출연자 전원에 FD 장세일까지 6인으로 메인 PD인 신승연 PD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설상가상 겨우 연락이 닿은 구조대는 구조까지 6시간 가량 걸릴 것이라는 상황.
한도윤은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매몰현장에서 살아남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자의 프로필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키워드들을 수집하고 관계도를 관리하면서 자신의 멘탈까지 신경쓰며 구조까지 버텨야 한다. 붕괴된 건물 안이라는 한정된 상황 설정 때문에 전작들처럼 여기저기 많은 곳을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립된 공간 안에서 죽음의 위기를 느끼는 상황이니만큼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매몰현장 안의 몇 군데 장소로 이동하며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검은방과 회색도시에서는 탈출과 추리 등을 주요 서사로 삼았다면 베리드 스타즈는 어떻게든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멘탈을 붙잡고 버티며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바둥대는 것이 주요 전개라고 할 수 있다. 디렉터가 출시 전부터 특정 엔딩을 제외하면 등장인물의 생존률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밝히기도 했고 실제로 가차없이 등장인물을 제거해나간다. 의심암귀에 빠진 생존자들 사이에서 플레이어의 선택과 진행에 따라 누가 살아남고 죽게될 것인가.
그저 빛
■ 비대한 커뮤니케이션과 관계도
게임은 커뮤니케이션 파트와 스토리 진행, 그리고 획득한 키워드를 조합해 정리하는 파트 등을 거치면서 진행된다. 커뮤니케이션 파트는 한도윤이 현재 함께 있는 생존자들과 다양한 대화주제를 제시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한도윤을 칭하는 배신자 키워드를 가지고 모든 주변인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식이므로 첫 플레이에선 커뮤니케이션 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이 크다. 물론 이후 특정 엔딩을 공략하는 도중에도 키워드를 뽑아내면서 진행해야 하니 첫 회차보단 덜할 뿐이지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 파트의 비중이 높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는 수시로 대화상대와의 관계도가 변할 수 있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관계도가 올라가는가 하면, 내려가버리기도 하고 0으로 떨어지면 게임오버가 되는 멘탈 수치가 오르내리기도 하는데 첫 회차에서는 궁금증 때문에라도 상당수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관계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관계도 이벤트가 발생해 해당 등장인물의 더 깊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도 있고 각 인물과의 관계도가 의외로 중요하게 작용하기에 관계도 체크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표정이나 말풍선을 통해 해당 화제에 대한 반응을 유추 가능
커뮤니케이션 파트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부분이다. 베리드 스타즈 자체가 읽을 텍스트량이 많은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니 읽을 것이 많다고 좋아하는 게이머가 있는 한편, 상당수의 플레이어가 커뮤니케이션의 방대함이 지나치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베리드 스타즈는 중반부부터 후반부까지 폭발하는 포텐셜이 대단한 작품인데 초반부의 방대한 커뮤니케이션 분량이 게임의 흐름을 루즈하게 만든다는 것. 더불어 다회차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작중의 진상에 도달할 수 없는 n회차 필수 게임인데 비해 스킵 기능이 다소 애매해 불만스러운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기에 같은 주제로 여러 인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면서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2회차부터는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한다. 베리드 스타즈의 스킵 기능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대사 등에서 알아서 멈춰주는 것도 아니고, 완전 스킵이 아니라 대화를 빨리감는 느낌이기 때문에 스킵 기능을 이용하면서도 놓친 대사가 있을까봐 다소 불안하기도 하다. 한편 다회차는 모 엔딩과 환상의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플레이어의 건망증을 테스트한다. 첫 회차에서도 뜻밖에 이 엔딩을 마주하게 되는 게이머들이 종종 있는데 거의 과학 수준으로 많은 플레이어의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이 엔딩은 다회차에서 스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더욱 악랄한 배치라고 느끼게 된다.
아쉬움을 토로하기만 했지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반응이나 각 등장인물의 관계도 등락 등을 잘 살펴보면 해당 캐릭터의 성격이나 개성을 잘 살려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등장인물은 자신의 실수는 실수로 인정해주고 타인에겐 포용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관계도 등락에 관계없이 주인공 한도윤에 대한 신뢰를 지속적으로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또, 다회차에 들어가서야 눈에 들어오는 요소들도 있어 다소 루즈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파트는 나쁘지 않다.
관계도 이벤트
■ 재현도 높은 페이터와 키워드 정리
상기했던 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때 시작되는 정리 파트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습득한 키워드들을 정리하거나 합쳐서 결론 키워드를 도출하기도 하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키워드 컨텐츠의 정리가 덜 되어서 분명 이치엔 맞는 구조로 키워드를 배치하고 제시하더라도 이게 왜 정답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 존재하기도 하며, 이로 인해 오답처리를 만회하기 위해 불러오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한도윤이나 등장인물들이나 오디션에 참가한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일부를 제외한 정리 파트는 정보를 정리하면서 추리하는 것보단 지금까지 대화나 페이터 체크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말 그대로 다시 한 번 정리한다는 느낌에 가깝다.
베리드 스타즈의 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 체크할 수 있는 가상 SNS 페이터는 의외로 비중이 높고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생각보다 실제 SNS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굉장한 수준으로 재현해서 마치 실제 SNS를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전작인 검은방을 암시하는 요소들도 곳곳에 숨겨져 전작들의 팬에게도 반가운 컨텐츠들이 들어있으며 한도윤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SNS에 답변을 하거나 체크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보를 얻고 이를 활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후로도 의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페이터는 단순히 재현도만 높은 것이 아니라 때론 잔혹하기까지 한 SNS의 모습까지 완벽에 가깝게 담아냈다. 게임 초반부터 후반까지 페이터를 활용한 연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자의로 페이터를 살펴볼 수 있게 되는 시점에서도 페이터 이용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출연자만이라도 먼저 구조할 수 없느냐거나 출연자를 향한 가감없는 공격적 발언을 쏟아내는 등 SNS의 다양한 모습들을 작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페이터의 특정 글에는 답글을 달 수도 있다.
■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퀄리티
베리드 스타즈는 스토리를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막을 내린다. 후반부 추리가 생각보다 쉬운 편이라 아쉽기는 했지만 내러티브적으로도 훌륭한 캐릭터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자아내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분량이 많은 것은 다회차에서 불편한 수준이고 나쁜 것은 아니었으니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다듬는다면 더욱 나아질 부분들이 눈에 보인다. 상기한 커뮤니케이션 비중 때문에 루즈한 부분을 넘어가 이야기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손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전개가 펼쳐진다.
사용되는 비중이 적었지만 3D로 구현한 주변 환경이나 새로운 느낌의 일러스트, 그리고 각도나 배치를 살짝 바꿔 같은 스탠딩 일러스트로도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출 등은 긍정적인 요소다. 더불어 캐릭터 목소리를 녹음한 성우들의 열연이 좋은 결과물을 냈기에 풀 보이스가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도 있고 만족스러운 부분들도 있으나 이번 작품이 콘솔 플랫폼에 처음 출시한 작품이니만큼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을 다음 작품에서 다듬어 더욱 뛰어난 신작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다회차를 통해 볼 수 있는 엔딩이 꽤 여러 가지이며 쌓아온 관계도에 따라 후일담에도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어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엔딩 중에는 전통의 그 루트 엔딩도 존재하고 바라는 방식이든 아니든 전원이 살아남는 전개가 기다리는 엔딩도 준비되어 있어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나면 제값을 충분히 해낸 작품이라고 느끼게 된다.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매해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
조사 파트도 존재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