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해진 자체 개발작… 진짜 자체 개발은 ‘펄어비스’ 정도?

외주와 상용화 엔진 사용작도 자체 개발?
2020년 08월 13일 21시 36분 16초

최근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체 개발의 경계선이 애매모호해졌다.

 

2000년대 이전 게임 시장은 직접 게임 엔진을 만들거나 엔진 없이 다이렉트로 결과물을 개발하는 빈도가 높았으나, 21세기 들어와 에픽게임스의 ‘언리얼 엔진’이 상용화, 유니티의 ‘유니티 엔진’이 활성화되면서 자체 개발에 대한 구분이 달라졌다.

 

상용화 엔진을 사용하면 게임사들은 불필요한 개발 기간 단축하고 비용 절감 등의 이점을 얻어 순수 결과물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외산 개발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자체 개발이라고 할 수 있냐는 논쟁을 펼쳤다.

 

물론, 지금은 국내 시장에 내놓는 게임 90% 정도가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며, 이 엔진들은 게임사 입맛에 맞춰 커스텀도 가능하기에 상용화 엔진로 개발했다고 하여 자체 개발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자체 엔진 개발 경험만 있고 상용화 엔진 사용 경험이 적다면 게임사 취업이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용화 엔진을 사용 안 하는 곳이 거의 없다. 덧붙여 에픽게임스나 유니티는 자사의 간담회 등에서 누가누가 자신들의 엔진을 많이 사용했는지 자랑할 정도.

 

그리고 상용화 엔진 사용 유무에 따라 자체 개발 구분을 하지 않는 현재. 시장에서는 단독 개발이 아닌 외주를 주거나 공동 개발을 자체 개발이라고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모 게임의 경우 당초 언론 등에서 IP(지식재산권) 권리주인 A게임사와 해외 게임사가 공동으로 개발했다고 알려졌으나 지난해 공개된 오피셜 자료는 단독 개발로 표기됐고, 또 해당 게임이 국내 론칭 됐을 때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업계에서는 자체 개발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이 한동안 벌어져 핫이슈가 됐다.

 

더불어 B게임사는 ‘자체 개발작’이라 밝혔던 한 게임을 최근 퍼블리싱해 출시했는데, 기자의 취재 결과 해당 게임은 부분부분 외주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 게임을 본 기자가 어떤 게임이라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논란은 없는 상황이다.

 

또한, 2년 전 취재했던 C게임사는 제작이 중단됐던 프로젝트와 개발사를 인수했는데, 이 게임 역시 당시 관계자에 따르면 “개발사와 프로젝트를 모두 인수했고 우리가 기획 및 감수를 했으니 자체 개발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기자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모이는 자리에서는 위에 언급한 게임들을 자체 개발로 봐야 할지, 아니라고 분류해야 할지 갑론을박이 만날 때마다 매번 이어졌다.

 

자체 개발이 맞다고 하는 기자의 입장은 “그간 해외 게임사들을 보면(특히 일본) 직접 개발하지 않아도 외주 및 공동 개발한 회사가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자체 개발이라고 분류한다. 또 지금도 해외 유명 게임사 인터뷰를 가면 실제 개발은 다른 곳이 해도 본인들이 주체가 돼 기획 및 감수 들어갔으니 자체 개발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간 사례들을 보면 해당 게임들은 ‘자체 개발이 맞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업계 모 관계자의 경우 “타 게임사와 함께 만들었으면 공동 개발이지 어찌 자체 개발이 되는가? 공동 개발의 형식 범위에 따라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 ‘단순 IP 사용을 허가하고 검수 수준에서 그친다면 자체 개발이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강경하게 입장을 밝혔다.

 

끝나지 않는 논쟁 속에 도달한 결론은 실제 엔진부터 게임까지 자체 개발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정도만 ‘완전한’ 자체 개발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요즘 업계에서는 엔진부터 게임까지 모두 직접 개발한 사례가 굉장히 드물어졌기에 일반적인 자체 개발로 허용하는 상용화 엔진 활용 게임까지도 자체 개발로 분류하기로 당시 자리에서 결정했다.

 

결론이야 어찌 됐건 자체 개발이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어지고 대상용화 엔진 시대에 게임 개발비 외 자체 엔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회사들은 결과물의 성공유무와 별개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대한 도전’을 하는 곳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해줘야 할 것 같다.

 

 

이동수 / ssrw@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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