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경기에서 젠지는 ‘조세 회피’ 논란이 있는 ‘룰러’를 경기에 기용하는 강수를 뒀다. 결과는 kt롤스터에게 패배. 명분과 실리, 무엇 하나 챙기지 못한 젠지에 대한 유저들의 비난이 뜨겁다.

젠지의 첫 경기에 출전한 룰러, 언제나처럼 공식 방송 해설진은 룰러 이슈에 대한 언급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이미 뉴스와 다양한 기사들로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알고 있는 유저들이 대부분이겠지만 현재의 상황을 간단히 말하면 국세청은 룰러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아버지에게 매니저 인건비를 지급하고 아버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한 행위를 조세 회피 목적으로 판단했고, 조세심판원도 청구를 기각하면서 조세 회피 사실이 확정됐다. 이러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룰러 선수 및 에이전트사인 ‘슈퍼전트’, 그리고 룰러의 소속 구단인 ‘젠지’ 모두 이에 대해 변명과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사건이 점점 커졌다.
룰러의 현 에이전트인 슈퍼전트는 3월 29일 입장문을 통해 해당 상황에 대해 본질은 덮어둔 채 특정 부분에 대한 해명, 그것도 이미 확정된 세금 회피 문제를 ‘행정적 미숙으로 인한 세금 부과’로 칭하며 사소한 해프닝 정도로 일축했다.

또한 룰러는 사건이 수면 위에 떠오른 이후에도 개인 방송을 진행했고(해당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유저들은 모두 강퇴처리), 4월 1일 직접 올린 사과문을 통해 모든 것은 실수에 의한 것이며 세금 회피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젠지는 현재 무대응 상태다. 룰러의 조세 회피 문제가 발생한 지 일주일 여가 지났음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 없다. 심지어 LCK에서도 이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한다는 의견이 나온 상황에서도 완벽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이슈와 관련된 팀과 선수, 그리고 에이전트의 변명과 침묵이 이어지면서 유저들의 민심이 폭발했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게임 매체는 물론이고 공중파 뉴스와 일간 매체, 심지어 각종 커뮤니티까지 이 일을 다루고 있다 보니 이 상황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
- 현재 유저들의 민심 상태는?
룰러에 대한 현재 유저들의 의견은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에 쏠려 있다. 수많은 글 중 젠지와 룰러를 지지하는 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나 4월 3일 진행된 경기에서 젠지가 kt롤스터에게 패한 직후 중계 화면의 채팅창은 ‘정의 구현’, ‘룰러 아웃’, ‘세금’ 관련 채팅이 주를 이뤘다. 유저들이 직접 POM을 뽑는 투표는 경기에 상관없이 룰러가 1위를 기록했다. 만약 젠지가 승리한다면 룰러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심지어 ‘치지직’의 채팅창은 더 수위가 높았다. 특히 치지직이 세금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강도 높은 검열을 펼치면서 시청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수 없는 ‘TEX’ 남발, 그리고 ‘세금’을 붙인 다양한 밈과 창조된 단어들이 채팅창을 점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커뮤니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거 ‘하나의 중국’ 사건까지 같이 언급하며 젠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부터 다양한 비판이 제기됐다. LOL 관련 커뮤니티에서 ‘룰러’와 ‘젠지’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심지어 남성 유저들이 많은 ‘MLB파크’ 같은 일반적인 사이트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겠지만 몇 년 전 젠지의 ‘하나의 중국’ 발언 당시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동일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당시에도 젠지의 어중간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는데, 이번 룰러 사건까지 더해지며 현재 소속팀 젠지의 민심이 상당히 좋지 않은 분위기다.

당시 엄청난 유저들의 분노를 양산했던 ‘하나의 중국’
- 조세 회피 정도로 반응이 너무 격한 것 아닐까
일부 팬들은 조세 탈루 급의 범죄도 아니고 조세 회피 사건 정도로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제시한다. 확실히 ‘조세 탈루’와 ‘조세 회피’는 분명 다르다.
조세 탈루는 세금을 내지 않을 목적으로 은폐 등을 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드라마 같은 데에 많이 나오는 이중 장부 같은 범죄적인 것들이 해당된다. 그만큼 형사 처벌이 동반된다.
반면 조세 회피는 내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일명 ‘꼼수’를 부리는 행위다. 실체 없는 매니지먼트 회사로 수익금을 공여한 배우 ‘차은우’나 자신의 아버지에게 매년 상당한 금액의 매니저 비용을 지불했다는 룰러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단 조세 회피는 행정적 처분이다. 적발 시 별도의 형사 처벌까지는 아니지만 과징금 또는 가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두가지 사안 모두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것이라는 본질은 같다. 하지만 조세 탈루는 이를 위해 범법적인 은폐 작업 등이 동반되기에 형사 처벌이 되는 것이고, 조세 회피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기에(혹은 정말로 실수인 경우도 있고), 형사 처벌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지만 세금법을 어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굳이 비슷한 상황을 언급하자면 쓰레기를 길에 버리는 것은 형사 처벌은 되지 않지만 걸리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경범죄’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세금을 덜 내고자 하는 목적이 확실히 존재했다는 점이다. 룰러 측은 단순한 실수라고 치부하지만 이미 공개된 자료들을 보면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행위’에 훨씬 더 무게가 실린다. 이러한 일에 잔뼈가 굵은 국세청 역시 같은 이유로 세금 회피 결정을 내렸고 말이다.
여기에 아버지 명의로 이루어진 주식 거래와 이로 인한 배당 수익 역시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간주됐다.
심지어 국세청으로부터 조세 회피 사실을 인지한 2023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회피를 했다는 점에서 룰러의 실수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덧붙여 비슷한 사안으로 배우 차은우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과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 왜 유저들이 분노하는가
어찌 보면 간단한 문제다. 차라리 인정할 것을 인정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의도가 보이는 입장문과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무대응이 불씨를 키웠다고 생각된다.
특히나 룰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선수다. 그런 선수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꼼수를 부리다 걸렸다는 자체가 더더욱 유저들을 분노케 하고 있는 것이다.

금메달을 통한 병역 면제는 해당 분야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달라는 의미다
여기에 4월 3일 진행된 kt롤스터와의 경기에서 룰러가 선발 출전하면서 그나마 참고 있던 유저들까지 감정을 토로하는 기폭제가 됐다.
물론 이는 소속팀 젠지의 문제가 가장 크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자숙하는 의미로 일부 경기를 출전 정지시키거나 이에 따른 입장문을 내기 마련이다. 실제로 미성년자 성희롱 혐의가 있었던 ‘클리드’의 경우 한화생명은 의혹 단계임에도 자체적으로 경기 출전을 금지시켰다. 여론의 악화를 막고 선수의 보호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치다.
그러나 젠지는 달랐다. 룰러를 경기에 출전시키면서 룰러를 믿어주는 스탠스를 취했다. 아무런 입장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룰러를 출전시킨 자체가 젠지라는 팀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 아닐까 싶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 역시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중국’ 문제로 시끄러웠던 당시처럼 조용히 흘러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LCK에서 별도의 제제가 있다면 따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출전 정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룰러의 출전을 막을 필요는 없고, 우승을 위해서는 선수가 필요하다.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사건이 잊혀지는데 더 낫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젠지의 행보가 오히려 모든 것을 잃게 된 결과처럼 보인다. 3일 경기 패배 후 기자 회견에서 유상욱 감독은 ‘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는 말을 꺼냈다. 실제로 경기에서도 패했고 여론도 젠지에게 싸늘하다. 선수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무엇보다 과거 ‘하나의 중국’ 발언으로 아직도 앙금이 남은 상황에서 젠지에 대한 민심이 또 다시 하락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될 것 같지 않다. 적어도 젠지가 택한 선택은 좋지 않았다.
룰러가 한 조세 회피 건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비록 범죄라고 부를 정도의 사건은 아닐지 모르지만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병역 면제 혜택까지 누린 입장에서 유저들이 느끼는 배신감의 크기는 상당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지 않는 행동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변명보다는 확실히 잘못을 인정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적어도 현재의 분위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룰러와 젠지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이미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늦었다.
젠지에 대한 여론은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듯 보인다. 모든 것을 잡으려다 모든 것을 놓쳤다. 작은 것을 위해 큰 것을 잃어버린 전형적인 결과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