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단맵단의 절묘한 공포감,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2인 주인공 체제의 성공적인 활용
2026년 04월 03일 14시 30분 46초

레온, 라쿤 시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즐겁게 플레이했던 사람에게는 가슴을 뛰게 만드는 조합이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에서는 이 두근거리는 조합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

 

캡콤의 인기 서바이벌 호러 액션 게임 시리즈 최신작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기존 인기 주인공 레온 S. 케네디와 새로운 주인공 FBI 정보 분석관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가 스토리의 주역을 담당하는 더블 주인공 체제로 개발됐다. 여기에, 시점은 1인칭과 3인칭을 함께 사용하면서 플레이어가 느낄 수 있는 공포와 게임성을 각 주인공의 스타일에 맞게 조절했다.

 

이 웰메이드 서바이벌 호러 신작의 리뷰는 PS5 버전에서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 다시, 라쿤 시티로

 

시리즈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서두에서 레온과 라쿤 시티의 조합이 두근거린다는 말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라쿤 시티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정규 시리즈 대부분에 영향을 끼친 바이러스 사태의 근원이 되는 장소이자 시리즈의 첫 무대이기도 하다. 레온 S. 케네디는 그 라쿤 시티의 신임 경찰 출신으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대표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인기작들에서 주역으로 나와 인지도가 높기도 하지만 외모도 상당히 훤칠하고 유머러스한 성격도 매력적인지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팬이 많다. 라쿤 시티는 그와 팬들에게 모두 시작점인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최고로 가슴이 뛰는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도입부의 레온 파트는 라쿤 시티 사태를 연상케 한다

 

거기에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더블 주인공 체제를 채택했다. 이에 스토리는 그레이스와 레온의 시점을 오가면서 진행되는데, 이 시점에서 이미 경험이 풍부한 레온과 FBI 소속이지만 현장이 아닌 내근직으로 근무하는 그레이스의 경험 차이나 두 주인공이 놓인 상황과 대처를 꽤 흥미롭게 잘 풀어냈다.

 

메인스토리의 키가 되는 인물은 그레이스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레온이 없었다면 그레이스의 여정이 성립되기 어렵겠지만 작중 메인 빌런과 그들이 노리는 바는 그레이스와 상당히 연이 깊으며, 이를 게임 내에서도 나름대로 이해가 되도록 풀어나간다.

 

사실 바이오하자드가 전통적으로 깊이 따지고 보면 이게 왜? 싶은 부분들이 많고 레퀴엠 또한 그런 부분들이 많다. 플레이를 멈추고 돌이켜보면 '그레이스에게 그러면 유사시엔 어쩌지?'같은 생각도 들고 근본적으로 내근직인 그레이스를 갑자기 위험한 현장으로 보내버리는 것도 의아한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첫 회차를 플레이하는 동안은 게임에 몰입하면서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는 편이다.

 


 

 

 

■ 맵단맵단의 절묘한 공포감 조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서바이벌 호러 장르로 시작해 지금까지 30년을 이어온 장수 프랜차이즈 IP가 됐다. 그러나 매 시리즈 공포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 것은 아니다. 재미와 흥행 여부를 막론하고 약 4편 즈음부터 6편까지는 공포감보다는 좀비를 쓰러뜨리며 나아가는 액션성이 강조된다고 느꼈다. 실제 공포에 많이 약한 나조차도 4편부터는 무서움을 잊고 몇 회차나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7편부터 다시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호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적으로 먹혀들어갔으며 7편과 8편 모두 4편부터 6편까지의 공포감과는 차원이 다른 호러를 선보였다. 이 흐름이 레퀴엠까지 이어진다. 특히 초반 그레이스 파트인 호텔과 로즈힐 요양병원 파트는 상당히 몰입도 높은 공포를 보여준다.

 


그레이스 파트는 1인칭으로 하면 호러 감각이 배가 된다

 


요양병원의 추격자 포지션 더 걸

 

이 게임의 공포감은 더블 주인공인 그레이스와 레온의 시점이 바뀔 때마다 매운맛과 단맛이 반복되는 맵단맵단의 절묘함이 인상적이다. 이는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인게임에서 추천하는대로 그레이스 파트를 1인칭, 레온 파트를 3인칭으로 즐길 때 극대화되는 편인데, 겁이 많고 말을 더듬는 그레이스의 파트를 몰입도 높은 1인칭으로 플레이하면 확실히 공포감이 극대화된다.

 

그러다가 투입되는 것이 레온이라는 능숙한 베테랑이다. 레온 파트에 돌입하면 기본 3인칭으로 진행하며 그레이스가 덜덜 떨던 적들을 가볍게 도살하는 수준으로 액션성 짙은 플레이를 즐기게 된다. 그레이스와 레온 파트의 공포감은 마치 엽기떡볶이 같은 매운 음식을 먹고 나서 고통스러워하다 쿨피스를 때려넣어 진정시키는 것 같은 낙차가 있다. 그리고 이 조합이 상당히 맛있게 잘 먹혀들어갔다.

 


 

 

 

공포감이 짙은 그레이스 파트를 플레이하며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즈음 레온 파트가 마치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찾아오고, 그레이스로 대항하기 어렵던 적들에게 울분을 토해내며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구조가 절묘하다.

 

■ 서로 다른 플레이스타일

 

플레이스타일도 확연히 다른 편이다. 그레이스는 레온에 비해 전투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지는 편이다. 좀비가 죽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무작위 확률로 블리스터 헤드라는 강력한 좀비로 되살아나기도 하는데, 이런 블리스터 헤드가 나오면 그레이스는 바짝 긴장하며 다른 쪽으로 유도하거나 용혈독이라는 즉사 아이템을 사용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 편이다. 레온의 막강한 권총 레퀴엠은 강한 대신 탄환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용혈독과 레퀴엠이라는 막강한 대항 수단은 있긴 하지만 둘 모두 획득량에 어느 정도 제한은 있다. 특히 레퀴엠은 일부를 제외하면 강력하고 관통 효과도 지닌, 한 방에 여러 좀비를 즉사시킬 수 있는 무기지만 탄환 획득량이 적고, 제작용 재료도 적다. 용혈독은 그보다 획득 난이도가 낮지만 권총 탄과 재료를 공유해 그때그때 선택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제한된 자원 속에서 고민할 수 있게 완급 조절이 좋다.

 


 

 

 

반대로 레온은 과감하게 다수의 적과 싸우는 스타일이 된다. 기본적으로 아타셰 케이스의 용량이 큰 편이라 다양한 무기를 담을 수 있고, 그레이스 플레이 당시 좀 상대하기 힘들었던 블리스터 헤드 같은 경우도 잡몹 수준으로 많이 나온다. 아예 대형 적을 상대하기 위해 약점인 농포를 공격하면 주변의 머리가 날아가지 않은 일반 좀비를 전부 블리스터 헤드로 만들어버리는 기믹도 있다.

 

거기에 근접 무기인 도끼를 계속 숫돌로 갈면서 사용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한 패링도 구사할 수 있는데 이게 아주 물건이다. 간단한 근접 공격은 물론 잘만 사용하면 RPG나 자동차까지 튕겨낼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좋다. 이 정도면 레온이 사람인가 싶다.

 

특히 시리즈를 꾸준히 플레이하며 레온의 행적을 함께했던 팬이라면 감회가 새로운 점도 있다. 최근이라면 RE2에서 레온의 목숨을 위협하던 타이런트 T-103을 나 얘 아는데 같은 가벼운 농담을 하면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심지어 라쿤 시티에서는 좀비들이 총기나 박격포까지 사용할 정도인데 레온은 이런 난관을 척척 잘 풀어나갈 수 있어 플레이가 시원스럽다.

 


 


박격포를 쏘는 좀비라니

 

■ 웰메이드 서바이벌 호러

 

사실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마냥 진지한 서바이벌 호러라기엔 B급 테이스트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이건 게임만이 아닌 미디어믹스작에서도 자주 보이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유명한 크리스의 권총 단기접전, 따지고보면 어딘가 허점이 많은 악역들처럼 대놓고 B급 테이스트를 노렸거나 나중에 생각해보면 왜?라는 의문을 남기는 행적들이 많이 있는 편이다.

 

이건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레이스의 공포감과 레온의 액션, 라쿤 시티에 대한 반가움을 뒤로 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어라? 얘는 이 때 왜 그렇게 했지? 같은 생각이 분명히 드는 지점들이 있다. 그러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그런 B급 테이스트는 꾸준히 반복되면서 이제 팬들 사이에서도 유머로 승화될 정도로 맛있는 경지에 올랐다.

 


진짜로 상처 받은 느낌이라 웃겼다

 


위트 있는 성격은 여전한 레온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이 잘 만들어진 서바이벌 호러 신작이라는 점에는 크게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과감하게 모두 활용해 주인공별로 다른 시점을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호러의 몰입도를 상당히 높였고, 각 캐릭터의 차별점을 뚜렷하게 부각시켰다. 기본 설정이 그렇다는 것이지 고정은 아니라 공포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플레이어는 직접 시점을 변경해 완화할 수 있는 나름의 편의성도 제공한다.

 

또, 1회차를 기준으로 각 캐릭터의 스타일이 다르면서도 제한된 인벤토리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운용을 고민해야 하는 전통적인 요소나 이미 죽인 적도 머리가 남아있다면 언제든 부활하거나 블리스터 헤드로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레이스 파트의 긴장감을, 그리고 아무리 강해도 대처가 늦거나 자원 관리에 실패할 경우 죽을 수 있는 레온 파트의 긴장감을 각각 유지해 플레이의 완급을 조절했다는 점도 인상이 깊었다.

 

연출 면에서도 고어함이 더욱 강해져 전기톱 배틀 같은 장면들을 보면서 웃다가도 죽을 때는 얄짤없는 참사를 보게 된다.

 


이게 체인소맨이지. 그야 전기톱을 썼으니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 상당히 헐겁고, 의아한 전개들도 있는 것은 분명하며 만약 반복 회차를 플레이하게 된다면 너무 의도한 대로만 굴러가게 만들어뒀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 있다. 나에겐 레온과의 차별점이라 느껴졌으나 취향에 따라 채혈기로 혈액을 채취하고 제작을 해야 하는 그레이스의 플레이도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7편부터 부활하기 시작한 호러 강화의 흐름을 훌륭하게 이어받았다. 더블 주인공 체제와 두 시점을 함께 사용하는 기법 등도 성공적으로 활용해낸 웰메이드 서바이벌 호러 게임이다. 만약 좀비 액션과 공포, 그리고 소위 말해 약간 짜치는 맛도 있는 호러 게임을 찾는다면 이만한 게임이 없을 것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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