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 한해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게임샷은 2024년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10대 뉴스를 선정해보았다.
■ 확률형 아이템, 법으로 확률 정보 공개 시작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1월 2일, 제1회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3월 22일부터 시행된 본 개정안에서 게임사는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모든 확률형아이템의 확률정보를 표시해야 하며, 이용자가 알아보기 쉬운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이를 따르지 않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다만 역차별 논란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시정 요청한 게임 266건 중 국내 게임은 40%, 국외 게임이 60%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시정 권고에 들어간 5건의 게임물은 모두 해외 게임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계에서 진행한 자율규제 당시에도 드러난 문제였다.
국내에 지사를 두지 않고 있는 대부분의 해외 게임사들은 행정 조치를 무시한 채 운영을 계속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보완책이 없기에 국내 게임사들만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게임산업, 불황에 대규모 구조조정
지난 해 부터 계속되고 있는 한파에 올해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엔씨는 올해 초 비개발, 지원 부서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으며, 자회사 엔트리브 법인도 정리하면서 소속 직원 7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또 QA 서비스 사업부문과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고, 핵심 개발 스튜디오를 독립시키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올 한 해 800여 명의 인력이 이탈했다.
넥슨의 개발 자회사 니트로스튜디오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개발력을 PC 플랫폼과 아시아 시장 대응에 집중키로 하고, 이에 따라 전체 개발진 규모를 감축했다. 컴투스는 메타버스 사업 계열사인 '컴투버스'를 정리했고, 넷마블, 라인게임즈 등도 자회사를 정리했다.
특히 올해는 다수의 게임들이 짧은 생을 마감했다. 넷마블은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의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넥슨은 '워헤이븐'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출시 5개월 만에 '데드사이드클럽'의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이후 콘솔로 재출시한 '사이드불릿'도 두 달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개발을 중단한 경우도 적지 않다. 넷마블의 '하이프스쿼드'나 라인게임즈의 '퀀텀 나이츠'는 출시 전 최종 테스트 단계에서 개발이 중단됐으며,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M', '미니버스', '도구리 어드벤처', '배틀 크러쉬' 등 일부 프로젝트의 개발 및 서비스를 중단했다.
게임시장의 한파는 해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라이엇게임즈, 마이크로소프트, 액티비전 블리자드, 퍼펙트월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번지 등 유수 게임사들도 정리해고를 진행했으며, 유비소프트는 본사를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게임 서비스 전반에 걸쳐 정리 해고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비소프트 한국 지사는 22년만에 철수를 결정했으며, 블리자드코리아와 라이엇게임즈 한국지사도 인원 감축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 콘솔시장 커자자 정부도 적극 육성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시장 진출이 돋보이는 가운데, 정부도 적극 육성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출시 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화려한 액션성으로 해외 게임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비롯해 7관왕을 달성했으며, 더 게임스 어워드에서는 '올해의 액션 게임' 후보에 선정됐다.
또 'PS파트너 어워드'에서는 '유저 초이스 어워드', '스페셜 어워드' 2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PS블로그에서 매년 진행하는 'PS 블로그 올해의 게임'에서는 '최고의 신규 캐릭터', '최고의 사운드트랙', '최고의 스토리' 등 8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외에 지난해 출시 된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공개 된 '데이브 더 다이버'의 신규 DLC '인 더 정글' 트레일러에는 수 많은 해외 게이머들이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도 콘솔 분야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25년 예산안에는 콘솔 게임 육성에 155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콘솔게임은 북미·유럽 등 선진 권역에서는 이용자 비중이 40% 이상일 정도로 성장한 분야이나, 국내 콘솔게임은 세계시장에서의 비중이 1.5%에 불과할 정도로 미개척 분야이다"라며 "다만, 최근 ‘피(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콘솔게임이 배출되고 있어 케이-콘솔게임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콘솔게임 특성에 맞는 지원 체계를 구축해 콘솔게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등 주요 세계적인 콘솔 플랫폼사와 협력해 국내 유망게임을 발굴하고 맞춤형 제작, 플랫폼 입점·홍보까지 연계 지원해 국내외 이용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힌다는 계획을 언급했고, 콘솔게임 제작·유통 경험이 부족한 시장환경을 고려해 콘솔게임 제작 선도기업 등의 경험과 비법을 전수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추가로 정부는 유망 콘솔게임의 유통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게임을 선정, 컨설팅·홍보·유통 등을 전담하는 운용사와 연결해 다년도로 지원한다. 제작 단계의 게임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케이-게임 얼리액세스(Early Access)’도 구축해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제공하고, 사전 입소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비상계엄 사태, 게임산업 큰 파장
지난 12월 3일 있었던 비상계엄 사태의 영향으로 게임주도 휘청였다. 특히 7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불발되면서 그 다음 월요일인 9일 오후 1시 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2.34%, 코스닥 지수는 4.27% 하락했으며, 게임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전일대비 3.97% 하락했다.
대장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크래프톤은 2.42%, 넷마블은 3.92%, 시프트업은 4.57%, 엔씨소프트는 5.54%, 넥슨게임즈는 5.93% 하락했다.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컴투스홀딩스로 10.92%나 폭락했다.
다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들은 이번 사태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혜를 입기도 했다. 특히 소셜카지노 게임사인 더블유게임즈는 매출 10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게임사로, 특히 순현금 중 약 80% 비중을 달러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어 고환율이 계속 될 경우 당기순이익도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이 외에 넥슨, 크래프톤, 넷마블, 컴투스 등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2030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난 탄핵 시위에 자연스레 게임도 등장했다. 최근들어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피크민블룸' 인증샷이 SNS상에서 전파되는가 하면, '피크민블룸', '마비노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파이널판타지' 등을 주제로 한 깃발을 든 시위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코앞
2025년 10월 예정된 한국표준질병분류(KCD) 10차 개정 초안 발표를 앞두고 게임업계와 정치권도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게임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으로 다가온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문제에 대해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CD(국제질병분류)-11 개발이 시작된 2007년 이후 WHO-FIC에 등록된 게임이용장애 관련 의견은 총 8건에 불과하다. 그 중 반대의견은 3건이며, 이마저도 게임문화재단과 콘진원이 제출한 의견 모두 WHO-FIC에서 반영 거부됐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문체부 의견 제출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며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제시한 의견은 전혀 없었다"며 "KCD-10 초안 발표 시기가 다가옴에도 WHO-FIC 의견 제출이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체부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재, 규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답했다.
게임이용장애 국내도입과 관련해 구성된 민관협의체의 논의도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화연대에서 주최한 연속토론회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에서 민관협의체 위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민관협의체 내에서) 그 동안 진행 된 연구용역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하는데, 보고를 받는데 그치고 있다.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와 이용자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그 동안 진행 된 국내외 게임이용 관련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관련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이 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게임이용장애를 두고 여러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의와 진단 기준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11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분류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제출했으며, 게임 이용자들과 개발자 124명은 광주에서 진행된 2024 글로벌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DC)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22대 국회 게임정책포럼 준비위원회는 '한국 게임산업 현황 및 현안 점검'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한 조승래 의원과 김성회 의원, 이준석 의원, 장경태 의원 등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유정 의원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제22조(표준분류) 제1항을 수정, ICD-11(국제질병분류)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국내 게임산업 통계 심층분석과 전반적 실태 등을 파악하고 반영 여부를 결정하자는 취지다.
강유정 의원실은 "WHO는 회원국이 국제질병분류를 가능하면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현행법이 이를 반드시 따르돌고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게임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게임산업 규모와 매출 감소로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