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T1이었다. T1은 금일 새벽에 열린 EWC LOL 종목 결승전에서 TES를 3대 1로 꺾고 대회 초대 우승팀에 올랐다.
사진 출처 – 아프리카TV
당초 예상으로는 젠지에게 승리한 TES의 전력이 더 높다고 평가됐다. 실제로 T1은 첫 세트에서 대패하며 이대로 TES에게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부터 T1의 플레이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T1은 1세트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밴픽과 전략을 수정해 2세트에서는 오히려 1세트보다 더 압도적인 승리를 만들어 냈다.
이어진 3세트와 4세트에서도 큰 위기 없이 무난하게 T1이 승기를 잡으면서 세 세트 연속으로 승리, 결국 T1이 3대 1로 승리하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페이커는 이번 경기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선 보이며 결승전 MVP에 선정됐다. 특히 마지막 세트에서는 이번 대회의 메인 포스터에 등장한 야스오를 사용해 멋진 플레이를 펼치며 대회 주인공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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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팀 T1에게는 40만 달러, MVP로 선정된 페이커는 5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MVP가 되지는 못했지만 오너 역시 경기 내내 상당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며 페이커와 함께 T1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T1의 우승을 끝으로 ‘EWC 2024’의 모든 LOL 경기는 막을 내렸다. 7월 10일(수) 부터는 EWC로 인해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LCK 서머 시즌 4주차 경기가 이어지며, 우승팀 T1은 7월 12일 한화생명e스포츠와 1라운드 마지막 빅 매치를 펼친다.
T1이 서머 시즌에서도 EWC 우승자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이번 대회 탈락으로 ‘올 시즌 모든 대회 우승’ 미션에 실패한 젠지가 서머 시즌에서 여전히 전승 우승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 나름 성공적이었던 EWC 속의 LOL
‘게이머즈 8’이 EWC로 바뀌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e스포츠인 LOL이 대회 종목에 포함되었다는 점이었다.
LOL의 경우 다른 게임들과 달리 모든 리그 및 대회가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그렇다 보니 로컬 한정의 작은 규모의 이벤트 대회가 아닌 이상 제대로 된 타 대회가 전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EWC에 LOL 종목이 추가된 것에 상당한 기대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롤드컵보다 적은 상금으로 대회가 진행되어야 한다거나, 시즌 중간에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참가 팀 규모가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한 시즌에 MSI와 롤드컵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탑 팀들의 국제전 매치를 한번 더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나 기존의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 추가된 점은 보는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켰다. 경기에서 패배한 팀의 키를 받아 직접 파괴시키고, 우승한 팀은 자신의 키를 우승컵에 끼워 넣는다. 일부 팀들의 키는 우승컵 아래에 치욕스럽게 박제되는 등 승부욕을 자극시키는 요소들이 풍부했다.
이러한 장면이 생중계되어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경기에서 패배한 것 만으로도 유쾌하지 못한 상황인데 직접 팀의 키를 상대에게 건네 주는 과정으로 인해 팀과 팬들의 굴욕감도 배가 됐다.
사진 출처 – 아프리카TV
단순히 경기에서 패했다는 사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은 기분이 만들어졌다. 반대로 승리 팀 팬들은 승리 이상의 쾌감을 얻는다. 심지어 패배한 팀이 라이벌 팀이라면 이러한 장면에서 더더욱 엔도르핀이 뿜어져 나올 수밖에 없다. LCK와 LPL 같은 지역 간 라이벌 구도 역시 더욱 강하게 부각되기도 했다.
외부적 상황 때문이기는 하지만 탑 급 팀들 만이 모이는 대회이다 보니 매 경기가 상당히 팽팽하게 진행됐다는 점도 흥행을 높여 준 부분이다.
경기 사이 사이의 대기 시간이 짧은 것도 상당히 좋았다. 다만 첫 대회인 만큼 기술적인 이슈로 경기 지연이 빈번했던 것은 상당히 아쉬웠다. 덕분에 대기 시간이 별로 없었음에도 실제 경기가 종료된 시간은 상당히 늦어졌다.
첫 대회임에도 그 관심을 증명하듯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인원이 시청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많은 국가에서 자국어 방송이 진행됐고, 밤 1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경기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팀 중계에 1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아시아 지역 기준으로 늦은 시간에 진행된 경기라는 점, 그리고 1회 대회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가 있을 만한 숫자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팀에게 보탬이 됐다. 선수들의 몸값이 높은 LOL e스포츠 시장에서 이러한 메이저 급 대회의 증가는 팀의 수익성 개선에 분명 긍정적인 도움이 된다. 더 이상 추가적인 수입원을 만들기 어려운 상위 팀들 입장에서 큰 대회가 1년에 몇 개만 더 있어도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할 만한 재정이 확보되는 셈이기도 하다.
상위권 팀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생각 이상으로 높다(사진 출처 – 아프리카TV)
특히나 재정적인 부분의 증가는 결국 팀 전력 상승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팀의 유지에도 기여한다. 수많은 팀들은 물론이고 팬들 역시 이번 EWC를 반기는 이유다. 많은 팀들이 EWC 참가를 강하게 열망했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고, 시청자들도 보다 많은 경기를 볼 수 있어 이를 지지하고 있다.
- 추가적인 서드파티 기반의 대회 가능성은?
다만 EWC와 같은 비 라이엇 게임즈 기반의 대회들이 앞으로 더 생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WC는 대회 자체의 수익성 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미지 개선 목적이 크게 작용한 만큼 다른 대회와 동기 자체가 다르고, 대회의 연속성 역시 보장이 가능하지만 다른 대회는 이를 위한 수익 모델을 만들거나 스폰서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라이엇 게임즈는 현재 LOL의 모든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동시에 자사가 주관하지 않는 대회의 개최를 제한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EWC 상금이 롤드컵보다 높지 않은 것도 이러한 영향이 크며, 전신인 ‘게이머즈 8’에는 LOL 종목이 없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대회가 새로이 개최되는 것은 라이엇 게임즈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매우 어렵다. 그만큼 이번 EWC의 존재가 단비 같은 상황이고 말이다.
여담으로 공식적인 LOL 대회 상금은 그 인기와 규모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전 세계 최고의 e스포츠의 위치에 있음에도 상금 규모는 최고가 아니며, 자잘한 대회를 포함한 상금 총액 역시 LOL을 넘어서는 게임이 적지 않다.
이번 EWC만 보더라도 그 이상의 상금이 보장되는 종목이 수 없이 많다. 심지어 MSI의 우승 상금은 채 1억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사실상 상금을 보고 참가하는 대회는 결코 아니다.
EWC가 중요한 이유도 엄청난 상금 액수에 있다
물론 롤드컵 우승 시에는 우승 스킨 판매 금액의 일부를 추가로 받는 이득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두 대회의 전체 상금 규모가 작다 보니 대회 자체가 주는 명예를 제외하면 금전적인 이득은 사실 크지 않다. 심지어 우승이 아닌 4강 정도에 그치는 경우 그 가치는 더더욱 떨어진다.
그러한 만큼이나 라이엇 게임즈가 주관하는 대회의 상금 인상은 앞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그도 아니라면 비 주관 대회의 규제를 충분히 완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
그간의 롤드컵이나 MSI의 대회 권위는 다소 폐쇄된 상황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재정적인 안정이 필요한 수많은 프로팀을 위해 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굳이 다른 대회가 없어도 될 정도로 상금을 주거나 아니면 그 권위만 유지한 채 다른 대회를 통해서 프로 팀들이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