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PS5, PS4, Xbox Series X/S, Xbox One 전용 소프트웨어 '로스트 저지먼트:심판받지 않은 기억'을 지난 9월 24일 발매했다.
많은 게이머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용과 같이 시리즈의 스핀오프작 저지 아이즈:사신의 유언에 이은 후속작 로스트 저지먼트:심판받지 않은 기억은 본격 리걸 서스펜스 스토리와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타이틀이다. 본 타이틀에서는 전작에 이어 상처받고 시련에 부딪쳐도 몇번이나 다시 일어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불굴의 주인공 야가미 타카유키를 다시금 내세웠다. 야가미 타카유키는 이번 작품에서 기존의 무대인 카무로쵸만이 아닌 요코하마에서도 활약을 펼쳐나가게 된다.
한편 로스트 저지먼트:심판받지 않은 기억은 첫 스토리 DLC를 2022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 3년 후
로스트 저지먼트:심판받지 않은 기억은 전작으로부터 3년 후인 2021년 12월을 작중 시점으로 적용했다. 이야기는 야가미 타카유키가 탐정 사무소의 조수인 카이토와 함께 의뢰를 해결하고, 요코하마에 새롭게 탐정 사무소를 차린 츠쿠모 마코토와 스기우라 후미야의 요청에 따라 요코하마로 향하게 된다. 동시에 법정에서는 현역 경찰관 에하라 아키히로의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치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에하라는 미디어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여론도 악화된 상황에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에하라는 사흘 전 요코하마 폐건물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건이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요코하마에서 두 사람과 재회한 야가미 일행은 그들의 부탁에 따라 학교에서 발생하는 왕따(이지메) 사건에 대한 조사 및 해결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며, 앞서 언급한 에하라 사건과의 연결점을 발견하는 등 전작과 마찬가지로 점점 사건의 스케일이 커지게 된다. 물론 왕따 사건이 이번 작품의 핵심 소재는 아니지만 수시로 왕따 관련 언급이 나오며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아예 초반부 무대로 활용되는 세이료 고등학교를 공들여서 만들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이 세이료 고등학교는 초반부의 사건이 해결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서브 컨텐츠인 청춘 드라마 등으로 계속해서 드나들게 되는 제3의 무대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시대상을 반영해 거대 야쿠자 세력이 소멸하고 그간 본편 시리즈의 상징적인 세력 동성회와 오미 연합이 사라진 가운데, 이번 작품에서 주된 적은 일본에서 한구레라 불리는 준폭력단 집단이다. 본편은 물론, 서브 컨텐츠에서도 이들이 등장하고 용과 같이7에서 등장했던 헝빙류만 역시 요코하마 이세자키 이진쵸가 중심 무대로 떠오르며 모습을 비춘다. 전작에서 본편과의 연결고리가 많이 미약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번 타이틀에서는 간접적으로 동성회의 행방에 대한 언급이 나오거나 본편 등장인물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해 반가움을 느꼈다. 아쉬운 점은 용과 같이7의 추억을 되새기며 여기저기 둘러보면 일부 지역이 막혀있다는 것.
이번에도 스토리는 튜토리얼에서의 잡범 의뢰, 그리고 큰 문제이기도 하지만 교실 규모의 왕따 의뢰에서부터 시작해 야가미와 같은 탐정들만이 아닌 경찰과 검찰, 준폭력단과 갱, 야쿠자 등이 얽혀들며 다시금 큰 스케일로 달려나간다. 다만 전작만큼 큰 규모라고 느끼기엔 어려운 편이다.
와 베이징덕!
■ 향상된 전투, 출중한 서브 컨텐츠
가장 최근 출시된 본편의 타이틀인 용과 같이7이 턴 기반 RPG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스핀오프 시리즈는 기존 용과 같이 시리즈처럼 액션 기반으로 전투가 진행된다. 변호사이면서 탐정일을 하고 있는 야가미 타카유키는 용과 같이 시리즈까지 통틀어도 꽤 상위권 수준의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어 곧잘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스스로 독학한 배틀 스타일까지 장착하고 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향상된 것은 야가미의 싸움 실력만이 아니라 전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기본적인 전투의 흐름은 기존과 동일하나 배틀 스타일이 기존의 원무와 일섬에 더해 새로운 스타일인 류가 등장했다. 각 스타일의 모션들도 개성이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됐고, 유료 DLC인 청춘 드라마 충실팩을 구매하면 권위라는 네 번째 배틀 스타일까지 개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날렵하게 움직이며 화려한 배틀 스타일을 상황에 맞게 교체하면서 대응하는 재미가 있고, 모탈 어택을 회피하고 반격하는 모탈 리버설 시스템이 버튼 액션 형식으로 적용되어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사양이 됐다. 이외에도 류 스타일로 싸울 때는 대부분의 무장한 적으로부터 무장을 해제시키거나 점프해서 회피하고 공격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다양한 EX 액션 추가와 더불어 전투를 보다 재미있고 합리적이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본편을 비롯해 시리즈 내내 꾸준히 좋은 성적표를 받는 서브 컨텐츠들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전작대비 스케일은 다소 줄었다고 할 수는 있으나 무거운 분위기가 깔린 본편과 달리 서브 컨텐츠에서는 대부분 가볍고 트레이드마크인 정신나간 스토리와 컨텐츠들을 접목시켜 스토리를 진행하다가도 구미가 동하게 만들어 뭔가를 조사하라거나 누군가와 만나라는 메인 스토리를 방치한 채 한없이 서브 컨텐츠들을 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사이드 케이스 외에 세이료 고등학교를 무대로 각 부활동에 관여하게 되는 청춘 드라마 컨텐츠와 걸프렌드 컨텐츠가 준비되어 있어 재미를 붙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컨텐츠를 소화하게 된다. 청춘 드라마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사이드 케이스나 청춘 드라마 쪽에서는 꽤 비중있게 다뤄지는 아마사와 쿄코 등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세이료 학교가 꽤 여러 장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은 아무래도 이 청춘 드라마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걸프렌드는 전작과 비교해 조금 소극적인 컨텐츠가 된 느낌이지만 원한다면 기본 1명 외에 3명을 추가 DLC로 판매하고 있다.
■ 사와사와 아마사와 사와사와
로스트 저지먼트:심판받지 않은 기억은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다. 게임의 플레이타임도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고, 사이드 케이스나 청춘 드라마 등의 서브 컨텐츠를 싹싹 비우려면 꽤 많이 즐길 수 있는 볼륨을 충족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아쉬운 것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평을 내리자면 거리낌없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다. 다만 아쉬운 부분들이 없지는 않았다. 일단 용과 같이 시리즈가 자세한 부분을 따지기 시작하면 눈에 걸리는 요소들이 수없이 나오는 편이라는 점은 인지하더라도 다소 허술한 곳이 눈길을 끌었다.
스토리는 대개 무난했다. 허나 초반부 왕따를 해결하는 장면의 방법이나 연출이 다소 허탈한 느낌을 주고, 후반부로 가면 기무라 타쿠야가 연기한 주인공 야가미의 카타르시스 넘치는 장면보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한 기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클라이막스에 가까워지면서 전율을 느낄 수 있을만한 장면들이 배치되어 있다는 부분은 좋다. 여기에 주조연급 캐릭터들이 눈에 띄는 캐릭터성을 지니고 이야기에 뛰어드는 부분은 호평할만한 부분. 특히 이번 서브 컨텐츠들은 대개 만족스럽다. 청춘 드라마도 일부를 제외하면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탐정으로 일하면서 종종 발생하는 조사 액션들은 무난하게 느껴졌다. 비중 자체는 조사 액션보다 배틀 위주로 전개되나 필요할 때마다 조사 액션을 활용하게 된다. 서브 컨텐츠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조사 액션이나 탐정 가젯을 적절히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한편, 잠입 컨셉의 조사 액션 스틸은 조금 아쉬웠다. 정해진 포인트에만 동전을 던질 수 있고 제압도 제한적이라 완벽히 선형적인 구조다.
한편 번역 문제는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많다. 주연급 조연이라 부를 수 있는 조력자 츠쿠모 마코토를 세이이치로 번역한다던가 오탈자가 심심찮게 보이며 아예 오역이 들어갔거나 인터넷 신조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소 깨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마지막은 그렇다쳐도 전반적인 번역의 품질이 이전작들에 비해 다소 거슬리는 수준이라 말해도 무방할 것.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게임을 즐기며 종종 거슬리는 부분들이 튀어나오면 몰입이 깨지는 게이머들도 있으니 이런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야할 것이다.
게임을 끝내고 나면 어쩐지 사와사와 아마사와 사와사와를 외치게 되는 로스트 저지먼트:심판받지 않은 기억은 용과 같이7 이전의 액션이 그립거나, 전작을 즐겁게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여전히 호평할만한 작품이다. 전편과의 고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 작품으로 시리즈에 처음 입문해도 무방하고, 그렇다고 전작만큼 본편과의 연결고리를 희미하게 해두지 않아 기존 팬들도 과거작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하며 즐길 수 있다.
아! 그리고 다음부터는 제발 옷이나 머리 스타일 커스터마이즈를 허락해달라.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