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이색적 게임이지만… '웬즈데이'

완성도는 아쉬워
2020년 12월 04일 16시 50분 56초

절대 잊어선 안 될 슬픔으로 얼룩진 우리의 근 현대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게임이 출시됐다.

 

지난 1일 스팀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겜브릿지의 ‘The Wednesday(이하 웬즈데이)’는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주인공 ‘순이’의 시점에서 과거 일본군의 전쟁 범죄, 그리고 그 만행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이야기를 담아냈고 지난해 11월 1일부터 15일간 진행된 클라우드 펀딩에서 목표액의 2배가 넘는 후원 금액을 달성하는 등 발매 이전부터 국내외 게이머들의 성원과 지지 속에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 위안부 피해자를 소개로 한 이색적인 게임

 

작 중 배경은 구 일본 제국 치하의 점령지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 위안소, 플레이어는 과거 이곳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던 유일한 생존자 순이가 되어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본군의 잔혹한 행동들과 위안부들의 처절했던 삶을 체험하게 된다.

 

게임이 주는 메시지는 이렇듯 구 일본 제국군과 그들의 만행에 대한 고발, 위안부 피해자의 대한 기억에 초점이 맞춰졌다.

 

게임의 전개는 일종의 타임 루프 형태를 띤다. 1992년, 이미 노년에 접어든 순이가 어느 ‘수요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집회에 참여한 순간 기적적으로 지난 1945년의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생겨났고 다시 한번 과거로 뛰어들어 당시의 친구들을 구해내며 일본군의 추악한 과거를 들춰내는 모험을 펼치게 된다.

 

플레이어는 게임의 무대인 가상의 섬 ‘사트긴 섬’의 위안부 수용소에서 일본군의 전쟁 범죄와 관련된 단서들을 찾아내고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추리를 거듭해 가며 일본군이 은폐한 진실을 찾아내야만 한다. 단서를 찾아내 진실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미래는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게 되며 조선인, 외국인 위안부들뿐 아니라 일본군에게 붙잡혀온 연합군 포로, 대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 투사 등 다양한 인물들 또한 접할 수 있고 이들과 대화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다.

 

더불어 강제 채혈, 간호 교육을 비롯한 게임 내 등장하는 여러 만행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셨던 故 김복동 할머니가 증언하신 내용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등 현실성 역시나 뛰어난 편.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들의 눈물 어린 증언들이 담긴 다수의 에피소드는 플레이어의 눈시울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 외에도 일본군 부대의 잔혹한 생체 실험이나 난징 대학살 등 잊어선 안 될 그들의 악랄한 과거사에 대한 기록들도 게임 내 수록된 여러 자료들을 통해 볼 수 있다.

 

 

 

 

 

 

 

■ 스토리의 개연성, 역사 고증, 게임의 퀄리티는 처참

 

전반적으로 게임이 플레이어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는 좋다. 하지만 냉정히 평가해 게임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는 여러모로 많은 아쉬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본 작품의 그래픽 퀄리티는 처참하다. 2020년이 마무리되는 현시점에 나온 게임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배경 및 사물, 캐릭터의 질감 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디테일은 2000년대 초반의 게임이라 해도 납득할 만한 수준인 데다 계단 현상, 폴리곤 덩어리가 떠다니며 텍스처 튐 현상이 상당히 심하다. 심지어 인물의 경우 얼굴을 좌우 반전으로 성의 없이 대충 모델링 한 것이 눈에 띌 정도. 게다가 인물의 모션 작업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하는데 그 움직임 역시나 마치 목석 마냥 너무나 어색하다. 이럴 거라면 대체 뭐 하러 고가의 모션 작업을 거쳤는지 의문이 들 정도.

 

이렇듯 본작의 퀄리티는 정부 지원사업 및 펀딩 등을 통해 얻은 수억 원의 고액으로 제작된 게임이라 말하기 처참, 대학생 졸업 작품보다 저급하다. 대체 그 많은 개발비는 어디로 간 걸까. 이런 고액의 투자금을 받고도 이 정도 밖에 퀄리티를 못 뽑는 기술력이라면 이 또한 다른 의미로 참 놀랍다.

 

또한, 게임 개발에 사용된 유니티 엔진에 대한 각종 의혹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 실시간 화제가 되는 점도 중대한 관심사 중 하나다. 초반 로고 스킵 불가, 그리고 게임 파일을 뜯어보면 유니티 무료 엔진이라는 근거가 속속 제기됐었는데, 결국 진짜로 밝혀지는 등 이슈 거리들이 많았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듯 작 중 무대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섬으로 이는 개발사의 게임 기획 의도인 사실적시와는 앞뒤가 맞질 않는다. 물론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의 회고와 증언,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군 점령하 식민지에서 다수 차출됐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지만 작품 내 배경이 되는 섬, 그리고 그 수용소 자체가 거짓인 데다 스토리 전개 및 그 개연성 역시 매우 떨어지다 보니 이 부분에 있어선 개발진의 주관적 감정이 많이 들어갔음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군의 만행을 보여주기엔 잔혹성이 부족하고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을 담아내기엔 그 부분의 개연성이 적다.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 백 퍼센트 입각한 과거사 재조명이라기보단 어디까지나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가상의 어드벤처 게임이라 보는 것이 적절하다.

 

 

 

 

 

■ 기획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게임의 완성도는 아쉬워

 

위안부 피해자와 일본군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떠나 게임성 자체만을 평가하자면 게임 시스템 역시 별다른 특색이 없다. 어느 한 무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단서를 수집하는 진행 클리셰는 그간 게이머들이 다년간 수많은 어드벤처 게임에서 질리도록 접했던 요소이며 잠입 시스템의 판정이나 불편한 세이브 포인트 등도 발암 요소. 수집 및 대화, 사이드 컨텐츠, 플레이 타임을 비롯한 전체적인 즐길 거리 역시나 빈약한 편에 속한다.

 

이외로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대만의 게임 제작사 레드 캔들의 대표작 ‘반교’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교 역시나 과거 장제스 치하의 1960년대 대만 계엄령 시절의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본 작 역시 이러한 게임 분위기나 시스템을 상당수 참고한 부분을 반교를 플레이해 본 게이머라면 누구든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특색 없는 빈약한 컨텐츠로 인해 오히려 타 게임을 모방한 즐길 거리 전무한 게임으로 전락해 버리는, 역으로 자신들만의 작품성과 개성만 떨어져 양산형 어드벤처로 인식되는 자충수를 둬버렸다.

 

끝으로 언급하면, 웬즈데이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고 지워선 안 될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돌아보는 좋은 의도로 제작된 작품이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 및 개연성 등 전반적인 퀄리티가 너무나 떨어지는 것이 흠. 이 외에도 카이로 회담 3국을 설명하는 자료로 등장하는 이미지의 국기, 미국 성조기의 별 개수와 대영 제국 유니언 잭의 모양이 시대 배경과 다른 점, 그리고 영, 미와 함께 참여한 국가는 사진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닌 당시 장제스를 정상으로 한 중화민국(現 대만)인 점, 이 모두가 잘못 표기되는 등 일부 문건의 고증 문제나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등으로 문제가 되는 정의기억연대의 대표 윤미향의 자문 등 정치적인 구설수 역시 앞으로도 쭉 논란의 소지로 남을 듯하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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