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PC 플랫폼으로 선보인 스마일게이트의 온라인 1인칭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는 개성 넘치는 다채로운 게임모드 및 저사양의 높은 접근성 등이 인상적인 작품이지만 그 당시 국내 게임 시장은 넷마블의 ‘서든어택’을 위시한 다수의 FPS 게임들이 양립하는 FPS 장르의 각축장이자 혼돈 그 자체였다.
크로스파이어의 완성도와 재미 자체는 타 캐주얼 FPS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튼튼한 기본기로 무장했지만 앞서 언급한 서든어택의 국내 FPS시장 선점 효과는 상당했고 이로 인해 본 작품은 국내에서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한 채 지난 2012년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며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별다른 이변을 일으키지 못한 채 외면받던 크로스파이어는 뜻밖에도 해외 시장, 특히 중국에서 대히트하며 성공했다. 최대 동시 접속자 800만 명, 누적 회원 6억 5천여만 명이란 기록을 획득하며 어느덧 중국의 국민 FPS 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크로스파이어는 그 기세를 이어가 중국 이외에 동남아나 남미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도 FPS 장르 1위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고 이는 곧 ‘로스트아크’나 ‘에픽세븐’과 같은 초대형 온라인, 모바일 대작 게임을 선보이는 국내 정상급 게임사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됐다.
이렇듯 해외의 성공에 힘입어 2013년 다시 한번 국내 서비스를 재개한 크로스파이어였으나 여전히 국내 게이머의 반응은 냉담했다. 역시나 국내 게임 시장에서 재 반향을 얻기는 힘들었고 금년 3월 또다시 서비스 종료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크로스파이어의 신작 IP는 국내 시장에서 이루지 못한 흥행의 꿈을 다시 한번 이루게 하는 발판이 될 듯싶다.
크로스파이어의 첫 콘솔 IP이자 Xbox One 독점 플랫폼으로 공개된 ‘크로스파이어 X’는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4일에 걸쳐 오픈 베타가 진행됐다. 게임샷은 본 베타테스트를 통해 크로스 파이어의 차기작을 미리 플레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미려한 그래픽 퀄리티, 게임성은 일품
현재 상용화된 게임 엔진 중 가장 미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언리얼엔진 4, 그리고 현세대 거치형 콘솔을 기반으로 개발된 본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매우 깔끔하며 멋진 고 퀄리티의 그래픽을 자랑, 기존의 게임과 시각적 차별화를 이뤄냈다. 연출 및 모션도 부드러웠고 총기음과 주변 환경음, 배경 음악을 비롯한 전반적인 인 게임 사운드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 덧붙여 최대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등 시청각적 퀄리티는 마음에 든다.
이번 베타 테스트에서 선보인 게임 컨텐츠는 ‘클래식’과 ‘모던’ 두 개로 이뤄진 게임 시스템과 ‘스펙터, 팀 매치, 포인트 캡쳐’로 구성된 게임모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
클래식 게임의 경우 원작 ‘크로스파이어’의 감성과 게임성을 그대로 계승했다. 기존에 원작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다들 아는 내용이겠지만 ‘카운터스트라이크’나 ‘서든어택’처럼 저격 소총을 제외한 나머지 무기들의 정조준이 없고 달리기 시스템 역시 없다. 플레이어의 총기 반동 및 스프레이 패턴 제어, 반응 속도, 그리고 사운드 플레이 및 자리 선점의 중요도와 이해도가 중심인 본 게임 모드는 후술할 모던 모드보다 한층 더 긴박함과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으로 위에서 언급한 두 게임, 그리고 본 원작 IP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클래식 모드를 추천한다.
모던 모드는 이름 그대로 현대 FPS의 게임 시스템을 답습한 점이 인상적이다. 원작 IP에서 접할 수 없었던 모든 총기의 정조준이 추가됐고 달리기 역시 생겨났다. 더불어 공격과 방어, 회복 등으로 나뉘는 특수 시스템을 채용해 게임 내 전략적 변수가 늘어난 점이 특징. 앞선 클래식 모드가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모던 모드는 마치 ‘콜 오브 듀티(COD)’ 시리즈와 유사한 게임성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필자가 두 모드를 모두 플레이하며 느낀 점은 역시 모던 모드보다 캐주얼모드의 재미가 한층 더 좋았다는 것. 이는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캐주얼 모드야말로 원작 IP의 정통적 재미를 느껴볼 수 있고 전반적인 게임의 몰입감, 그리고 속도감과 샷발에서 느껴지는 손맛이 훨씬 뛰어났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모던 모드보다 캐주얼 모드가 매칭 속도는 물론 즐기는 인원도 더 많았다. 물론 모던 모드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모던 모드 역시 COD의 데스 매치 못지않은 재미와 완성도로 무장해 그 재미가 우수했다.
아울러 이번 베타에서 선보인 맵은 총 3가지로 블랙 위도우, 연구소, G R타워가 준비됐다. 블랙 위도우는 이미 원작 IP를 즐겨본 이들이라면 익숙한 전장이며 복층으로 구성된 GR 타워는 모던 전용 맵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 개성 만점 게임 모드, 전반적인 재미는 만족
세 가지 게임 모드의 재미와 완성도 역시 만족스럽다.
먼저 살펴볼 스펙터 모드의 경우 원작에서 대호평을 받은 크로스 파이어의 세계관 고스트의 설정을 가지고 만든 ‘고스트 매치’ 모드를 답습한 것으로 전반적인 게임 양상은 후술할 폭파 미션과 비슷하다.
고스트라는 이름 그대로 블랙리스트 진영이 영구 투명화 상태가 돼 상대편 글로벌리스크와 대치하며 블랙리스트는 투명하고 기동성이 좋은 대신 근접 무기만 사용 가능하며 상대편은 원거리 무기의 소지 및 사용이 가능하다. 이 설명만 본다면 투명화가 영구 유지되는 블랙리스트가 상당히 유리해 보이지만 발소리와 숨소리가 큰데다 움직일 때 흐릿한 잔상이 남게 되는 등 게임 밸런스를 해칠 일은 없다. 양 진영을 통틀어 전반적 게임 밸런스는 나쁘지 않고 해당 모드의 재미는 크로스파이어의 전체 모드를 통틀어 최고라 할 만큼 상당히 매력적이다.
팀 매치는 일반적인 택티컬 FPS에서 흔히 접해왔던 폭파 미션과 별반 차이점이 없다. 최대 16명, 각 팀당 8인으로 치러지는 본 모드는 C4 폭탄을 설치하려는 블랙리스트, 그리고 이를 저지하고 해체하는 글로벌리스크의 대결을 담아냈고 5라운드 선승제로 진행된다. 워낙 클래식한 모드이기에 매칭 인원도 많고 그만큼 접근성도 뛰어난 편. 라운드도 상당히 짧기에 속도감 역시 뛰어나다.
참고로 위의 두 모드는 클래식 게임 시스템에서만 즐길 수 있다.
모던 전용맵 GR에서 이뤄지는 포인트 캡쳐 모드의 재미도 상당히 우수했다. 거점 점령과 팀 데스매치 시스템을 결합해 150킬 선승제로 진행되는 본 모드는 게임 승리 시까지 양팀이 무한대로 부활하며 적과의 교전을 펼치게 된다. 부활 대기 시간 없이 즉각적인 리스폰이 가능하며 거점 시스템까지 추가돼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인 교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게임의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은 매우 만족스럽다.
이렇듯 크로스파이어 X의 전반적인 재미와 완성도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앞서 말했듯 그래픽 퀄리티도 준수한 편인 데다 13년간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 중인 스마일게이트의 운영 역량, 그리고 이를 통해 다져진 게임 개발 노하우가 합쳐져서인지 플레이 내내 즐거웠다.
아울러 본 작품을 논할 때 그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바로 유료가 아닌 무료 게임이라는 점. Xbox 플랫폼에도 이미 다수의 FPS가 등록됐지만 이 정도 퀄리티를 선보이는 무료 게임은 찾아볼 수가 없다. 때문에 크로스파이어 X는 정식 출시 시점을 기해 Xbox 플랫폼에서 원작 IP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것으로 여겨진다.
덧붙여 정식 서비스 때는 온라인 멀티 플레이 컨텐츠는 물론 크로스파이어의 세계관의 이야기를 다룬 싱글 캠페인까지 선보일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특히 이 부분은 ‘맥스 페인’ 시리즈 및 ‘앨런 웨이크’, ‘퀀텀 브레이크’ 등 다수의 걸작을 배출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의 합작으로 제작돼 캠페인의 퀄리티는 플레이해 보지 않아도 그 완성도는 이미 검증된 셈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개인적으로 원작을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해서인지 크로스 파이어 X가 해외는 물론 국내 게이머들의 마음 또한 사로잡아 원작이 이루지 못했던 국내 흥행이란 큰 꿈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실현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한편, 크로스파이어 X는 금년 중 정식 서비스 예정이다.
* 본 리뷰는 MS로부터 체험 코드를 받아 작성했습니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