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자회사 넷게임즈에서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가 지난 9일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블루 아카이브는 앞서 서브컬처의 고장 일본에 먼저 출시되어 운영된 바 있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학원도시 키보토스를 배경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아낸 서브컬처 게임으로,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를 통해 진행한 사전등록에 100만 명 이상 몰리며 글로벌 서브컬처 장르 팬들의 기대를 받은 바 있다. 플레이어는 작중에서 학원도시 키보토스를 총괄하는 총학생회 회장의 요청에 따라 일반인 신분이지만 학원도시의 선생님으로 부임해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지닌 학생들을 마주하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육성해나가며 스토리 및 이벤트, PVP 등의 컨텐츠를 소화하는 것이 기본적인 흐름이다.
이번 출시는 한국을 비롯해 북미, 대만, 태국 등 237개국에 안드로이드 및 iOS 버전으로 출시됐으며 16일 기준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인기 게임 2위, 최고 매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 키보토스의 신입 선생님
블루 아카이브의 무대가 되는 장소는 독립적인 국가 느낌을 주는 학원도시 키보토스다. 여러 개의 학교가 학원도시를 구성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일반적인 인간과 달리 머리 위에 헤일로가 존재하고 총이나 탱크의 포격을 받아도 아픈 정도에 그치는 등 범상치 않은 존재다. 작중의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야기 초반 플레이어인 선생님은 총 한 방에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이런 초인적인 학생들이 모인 키보토스에서 플레이어는 사실상 키보토스의 지도자인 총학생회장의 지명으로 학원도시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받은 인물이다.
플레이어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학생회장이 사라져버리자 통제를 잃은 키보토스 곳곳에선 불량학생과 용역을 필두로 하는 소요사태가 발생해 혼란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권한을 가진 플레이어가 키보토스의 관리 권한들을 되살리고 선생님의 입장에서 각 학교의 학생들과 마주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것이 메인 스토리다. 한국 서버에서 공개된 메인 스토리 분량이나 서브 스토리, 인연 스토리는 발랄하고 활기찬 분위기 그 자체지만 막상 인트로에서 총학생회장의 모습이나 종종 엿볼 수 있는 키보토스 외의 상황, 그리고 도사리고 있던 음모가 조금씩 보이기 때문에 향후 스토리를 꾸준히 전개한다면 진지한 이야기도 풀어나가게 될 것.
선생님이 전투에 휘말리면 위험할 수 있다는 언급 외엔 전반적으로 살상 묘사 등 잔인한 연출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세히 뜯어보면 현재 컨텐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저 밝지만은 않은 세상이란 사실을 알 수 있지만, 블루 아카이브는 그런 세기말적 묘사보단 청춘을 구가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더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직접 보면서 느낄 수 있겠지만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들을 뒷전으로 미룬 대신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개성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이야기들을 잔뜩 선보인 덕에 가히 가관이라고 할 수 있을 캐릭터들의 개성을 뚜렷하게 플레이어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일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들이 가진 헤일로나 아트, 그리고 사운드는 꽤 훌륭하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키보토스를 비롯해 블루 아카이브에서 보여주는 배경 디자인이나 캐릭터의 채색 등은 파스텔톤이나 푸르고 밝은 색상을 아낌없이 활용해 청량감을 강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시각·청각 면에서 꽤나 만족감을 주는 신작.
■ 익숙하면서도 약간 다른 플레이
독특한 스토리 진행이나 개성이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비주얼 및 사운드. 이런 부분들은 서브컬처 팬의 입장에서 충분히 칭찬할 수 있을 부분이다. 반면 게임플레이 자체는 특별하다고까지 이야기할만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평범한 캐릭터 수집형 게임들과 비슷하게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기본 골자는 전방에서 직접 전투에 참가하는 스트라이커 캐릭터 넷과 전장에 직접 나서진 않지만 스킬을 통해 지원하는 두 명의 스페셜 캐릭터를 한 팀으로 편성해 진행한다는 것이다.
귀여운 3D SD로 표현된 캐릭터들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자동으로 전투를 벌이고 플레이어는 스킬을 사용해주는 지극히 익숙한 방식의 플레이지만 조금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 좋아하는 캐릭터를 아무나 편성하고 레벨 차이로 밀어누르기가 힘든 편이다. 못 할 것 까지는 없지만 이것저것 고려해 전투를 진행하는 것보다 스테이지 진행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각 캐릭터는 세 종류의 지형에 따른 적합도가 배정되어 있고, 폭발이나 신비 등 공격의 속성도 정해져 그 맵에 등장하는 적들이나 지형을 파악하고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냥 높은 등급의 캐릭터만 가지고 팀을 이뤄 쭉쭉 진행할 수 있는 타입의 전투는 아닌지라 소위 말하는 '인권 캐릭터'라는 것도 존재한다. 초기에 리셋 마라톤(리세마라)을 통해 이 인권 캐릭터들을 쥐고 시작하면 훨씬 쾌적하게 게임 컨텐츠를 소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런 부분들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만의 페이스로 게임을 진행하는 걸 선호하는 게이머도 있겠지만 PVP 컨텐츠나 순위 시스템이 적용된 컨텐츠가 있기 때문에 경쟁에 민감한 플레이어들은 웬만하면 이런 캐릭터들을 소지하고 시작하길 추천받고 있다.
캐릭터의 레벨은 플레이어인 선생님의 레벨에 상한이 맞춰진다. 선생님이 학생보다 못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재료가 아무리 많아도 선생님 이상으로 뛰어난 청출어람 학생이 발생할 수 없는 시스템인데다 선생님의 경험치는 사용한 스태미너의 양과 동일하게 차니 사실상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소탕으로 간단하게 돌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 꾸준한 플레이가 필요
스마트 플랫폼의 캐릭터 수집형 게임은 특히 속칭 '분재 게임'에 속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분재를 관리하듯 숙제 컨텐츠들을 소화하면서 천천히 캐릭터들이 육성되는 모습에 빗댄 말인데, 블루 아카이브 역시 꾸준한 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컨텐츠의 난이도별로 계정 경험치가 배분되는 것이 아니니 꾸준히 스태미너를 소모해줘야 하고, 매일 입장 횟수가 정해진 컨텐츠를 통해 스킬을 비롯한 강화 재료들을 수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캐릭터 자체에도 레어도가 있어 뽑기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태생 3성을 뽑더라도 이를 향상시킬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해당 캐릭터의 조각인 엘레프이며, 같은 캐릭터를 뽑았을 때와 뽑기에서 얻을 수 있는 엘리그마를 사용해 상점에서 특정 엘레프를 교환하는 방법과 특정 하드 난이도 스테이지에서 획득을 노리고 매일 도전하는 방법, 마찬가지로 횟수가 정해진 스케쥴을 진행해 보상으로 엘레프를 습득하는 방법 등으로 수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 서버를 플레이해봤다면 알고 있을 것이고, 이미 선발대들이 많이 입소문을 태웠겠지만 이 엘리그마는 되도록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완전히 동일하게 전개된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일종의 미래시처럼 앞으로 추가될 컨텐츠들을 알 수 있는데, 엘리그마는 중요한 재화라는 것만 일단 알아두자. 여담으로, 처음 사용할만한 회복형 스페셜 캐릭터가 마땅치 않을 때 1성 신비 힐러인 세리나는 즉시 2성으로 올려주는 것을 추천.
이외에도 카페는 소지한 캐릭터가 방문했을 경우나 일정 간격으로 직접 초대한 캐릭터가 있을 경우 터치해서 인연 랭크를 높일 수 있고, 인연 랭크 업으로 해당 캐릭터의 능력치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 일부 캐릭터는 라이브 2D 형식의 메모리얼 로비 일러스트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카페에선 이런 인연 랭크 향상 기능 외에도 제조 등으로 얻는 가구를 배치해 쾌적도를 높이면서 카페를 꾸미거나 이를 기반으로 자금과 스태미너를 수급할 수 있다.
■ 서브컬처 팬을 위한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사실상 서브컬처 팬을 정조준한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 방식은 다소의 차이가 있어도 흔히 알고들 있는 방식의 시스템을 깔고 들어가지만 이를 구성하는 캐릭터나 그녀들의 개성, 디자인 등은 서브컬처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꽉 채워져 있다. 소탕 기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자주 보기 어렵지만 전투에서 보여주는 SD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스킬을 발동할 때 보여주는 연출, 모션도 귀여움을 극대화하며 인연 랭크를 올릴 때 활용되는 메신저 형태의 모모톡은 캐릭터들의 개성을 더욱 잘 알 수 있는 컨텐츠다. 그 외에도 게임을 즐기며 수시로 보게 될 서포트 캐릭터 아로나는 일본 서버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지정한 이름을 직접 불러주며 대사를 친다.
작중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아직은 이렇다 할 내용을 많이 풀어주지 않은 스토리도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해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그래서 총학생회장은 어디 있고 정체가 무엇인지, 모든 캐릭터의 머리 위에 있는 헤일로는 무엇인지처럼 주로 인트로에서 풀어둔 복선이나 게임을 플레이하며 궁금증을 가지고 파고들만한 요소들을 두어 플레이어를 몰입하게 만든다. 다만, 이런 부분들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PVP 요소까지 원치 않는 성향을 가졌다면 블루 아카이브는 다소 취향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한편 일본 서버 오픈 시절부터 한국 서버 오픈까지 포함해 공통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총학생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키보토스에 선생님으로 부임하는 인트로 파트까지는 스토리 녹음이 된 상태인데 이후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고 접하게 되는 메인 및 서브 스토리 모두 캐릭터들의 대사가 녹음되어 있지 않아 좀 밋밋한 편이다. 서브 스토리같은 부분까진 좀 천천히 하더라도 최소한 메인 스토리는 녹음을 마쳤으면 좋지 않았을까.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