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에 저항하는 게릴라, '파크라이6'(PS5)

유비식 오픈월드
2021년 10월 13일 09시 03분 14초

게임 개발 및 유통, 퍼블리싱 등 광범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유비소프트 엔터테인먼트는 인트라게임즈와 협력해 '파크라이6'의 PS4, PS5, Xbox Seires X 버전 패키지를 지난 7일 출시했다.

 

파크라이6에서 플레이어는 야라 현지인이자 군 불명예 전역자인 다니 로하스가 되어 독재자 안톤 카스티요의 억압적인 통치로부터 야라 지역 주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게릴라 혁명에 휩쓸리게 된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야라는 무성한 정글에서부터 부패하고 폐쇄적인 도시까지 드넓은 오픈 월드로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안톤 카스티요에 대항하는 게릴라 조직 리베르타드와 힘을 합쳐 야라 각지에 숨겨진 게릴라 캠프를 방문하면서 군대와 자원을 모아 함께 현 정권의 혼란을 야기하고 폭군과 그 수하들을 전복시켜야 한다.

 

한편 파크라이6에는 미국의 인기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마약 거물 거스로 등장했던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와 애니메이션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을 맡았던 안소니 곤잘레스가 각각 배우로 출연해 등장인물의 면면을 보다 섬세하게 구현해내기도 했다.

 

 

 

■ 독재자와 게릴라

 

파크라이6는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진행하는동안에는 주로 게릴라의 이야기를, 스토리가 일정량 진행된 순간에는 독재자 안톤 카스티요와 아들 디에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차식 구성을 띄고 있다. 처음 수도에서 벌어진 일종의 계엄 사태를 피해 미국으로 도피하려던 다니는 친구들을 잃고 게릴라 조직의 하나인 리베르타드와 만나 그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한다. 파크라이 시리즈 특유의 무기 없이 위험에서 탈출하는 인트로 구성 중에서도 이 수도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카스티요 정권의 독재와 그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이후 리베르타드와 그 지도자 클라라 가르시아를 만나고, 리베르타드와 협력하면서 야라 곳곳에 퍼진 대표적 게릴라 세력들의 힘을 규합해 카스티요 정권과 대립한다는 것이 스토리의 흐름이다. 야라는 리베르타드의 거점이 있는 작은 섬과 처음 수도를 탈출해서 당도한 섬을 제외하면 서부와 중부, 동부로 나눌 수 있으며 마드루가다, 바예 데 오로, 엘 에스테 지방에는 저마다 게릴라에 합류할 세력과 카스티요의 수족이 보스로 준비되어 있다. 작전이라고 분류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그 지역의 게릴라와 협력 체제를 갖고 지역 보스를 처단하면서 차근차근 카스티요의 목을 조이는 방식의 전략을 펼쳐나간다.

 


 


주인공의 성별을 고를 수 있다.

 

주인공인 다니가 게릴라 측에서 활동하고, 독재자인 카스티요 정권에 대항하는 내용이니만큼 게릴라 측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바라보게 되지만 또 의외로 게릴라의 방식에서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을 배치하는 등 일방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편 결말은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찝찝한 느낌을 줄 수도 있으며, 안톤 카스티요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적다는 것은 아쉬웠다. 이에 더해 스토리의 주요 등장인물이나 서브 퀘스트인 야라 이야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적인 캐릭터성을 십분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때때로 스토리와 다음 스토리 사이에 뭔가 빈 시간이 있는 것 같은 단절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스토리 위주로 진행하더라도 15~20시간 내외의 플레이타임을 소화하게 된다. 유비소프트 특유의 오픈월드 시스템을 집대성한 파크라이6의 컨텐츠들을 전부 진행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훨씬 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 다양한 컨텐츠와 수집 요소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라는 말이 있다. 유비소프트에서 출시된 오픈월드 게임들의 시스템이 비슷비슷한 부분을 콕 집어 부르는 표현인데 파크라이6 역시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단, 그간 출시된 유비소프트의 각종 오픈월드 기반 게임들에서 채용한 요소들을 적당히 버무리는 데에 성공했다고 볼 수는 있었다. 기존에 출시된 파크라이 시리즈는 물론 타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었던 점령 시스템은 이번에도 등장해 검문소나 군사 시설에 야라군 깃발이 표시되어 있으면 카스티요의 군대를 처치하고 게릴라의 점령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선택적으로 골라서 진행할 수 있는 서브 컨텐츠들을 많이 배치했다. 앞서 언급한 서브 퀘스트 개념의 야라 이야기는 물론이고 지도에 표시되는 점령지 상자 등을 열어 획득할 수 있는 액세서리나 장비, 무기들은 수집욕구를 자극한다. 길을 지나가다 카스티요의 병력에게 포로로 잡힌 게릴라를 구해주고 상자와 점령지 등의 정보를 얻거나 집 안, 벽 등에서 찾을 수 있는 메모를 통해 보물찾기에 대한 정보를 구하게 되기도 한다.

 


 

 

 

이전작에서 볼 수 있었던 스킬 시스템은 수프레모라는 필살기 개념의 능력을 가진 가방과 각종 장비들로 흩어졌다. 반동을 아예 없는 수준으로 줄여주는 장갑이나 달리기 속도를 늘려주는 파쿠르 옷, 각종 탄환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주는 모자 등 여러 장비들을 조합해 자신이 원하는 능력에 특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수프레모는 저마다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야구공, 투척용 단검, 다이너마이트 등의 도구들을 여기에 모드로 장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도구 외에도 수프레모의 능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모드를 붙이는 것이 가능하다.

 

무기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다. 근접 공격에 활용하는 무기는 마체테 하나뿐이라는 것이 아쉬우나 다양한 종류의 총기들이 등장하며 모드를 커스터마이즈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독특한 효과를 지닌 고유무기들도 다수 등장해 수집 컨텐츠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이런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사용하는 총기는 그리 많지 않고 고유무기도 모드를 직접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일반 총기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은 것들이 많기는 하다.

 


 


옆에서 픽픽 죽어나가는데도 멀뚱한 민간인 등 AI나 스폰 시스템은 아쉽다.

 

좋은 평가를 주고 싶은 것은 보물찾기다. 반드시 할 필요는 없지만 퍼즐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해서 보물찾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그 지역에서 쪽지나 벽화 등을 보고 퍼즐을 풀어나가는 즐거움을 충족시켜준다. 퍼즐이 완전히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보물찾기가 이루어지는 지역의 디자인 등을 보면 공을 들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전작의 용병 동료 대신 아미고스라는 동물 동료와 함께 이야기를 헤쳐나간다는 점이나 각종 탈것의 등록, 닭권, 도미노 등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에서 볼 수 있는 이런저런 컨텐츠들이 준비되어 있으며, 스토리 클리어 이후에는 매주 특정 지역의 점령지를 카스티요 잔당이 점령하고 그 지도자를 밝혀 처단하는 분란 컨텐츠가 시작된다.

 

 

 


 


아미고스마다 능력이 다르다.

 

■ 검수가 아쉽지만 묘하게 재미있다

 

파크라이6는 마스터피스라고 부르기엔 어려움이 따르는 신작이다. 출시 당시를 기준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던 시리즈 전작 3편과 4편의 아성을 따라잡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겠지만 상대적으로 반응이 좋지 않았던 5편과 뉴던을 기준으로 한다면 다시 일보전진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보는 사람에 따라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많고, 드물게 발생하는 진행불가 버그라던가 카스티요를 무찌르고 나서도 여전히 카스티요의 방송이 울려퍼지고 수도의 봉쇄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점 등 디테일한 부분들에서 미흡한 면을 보이고 있다.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는 분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좋은 악역으로 활용될 수 있었던 안톤의 존재감을 느끼기는 다소 어려웠다는 부분이라던가 정작 메인 스토리에서 플레이어가 거의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분기에 대한 영향이 선택 직후나 향후 스토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은 서브 퀘스트인 야라 이야기의 특정 퀘스트를 진행하고 야라 전역에 영향이 끼치는 것과 대조되어 아쉽다.

 


별도의 맵에서 진행되는 특수 작전

 

 

 

자막과 번역 관련으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일단 PS5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처음부터 컷신의 음성과 자막이 출력되지 않았다. 이는 이후에도 극히 일부의 장면을 제외하면 동일한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후 유비소프트가 임시 해결책을 마련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건 이전 유비소프트 게임들에서도 동일하게 언급했던 부분으로 자막을 자르는 법칙이 너무 부자연스럽다. '나는 아침밥을 먹을 예정이다. 그런데' '구내식당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와 같은 식으로 어중간하게 자막을 자른다.

 

심지어 자막이 표시되는 위치도 위에서부터였다가 아래에서부터 출력된다거나 아예 한 단락의 대화 자막이 드르륵하고 빠르게 넘어가버리는 일도 있었으며 미션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대화 등은 번역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일관되지 않은 번역이나 오역이 많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주인공을 비롯한 야라인들이 말하는 스페인어를 제대로 번역해주는가 싶더니 이후에는 괄호를 치고 내용을 번역한다거나, 아예 그라시아스, 시, 같은 방식으로 그대로 적어버리는 등 일관성이 전혀 없다. 다른 부분은 아쉬운 정도였고 개선되길 기대하지만 자막과 번역 검수면에서는 정말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이렇게 불만스러운 부분들을 나열했더라도 막상 게임을 플레이하면 묘하게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토리와 액션으로 나뉘는 두 가지 난이도 모두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나 파크라이 시리즈 특유의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초기부터 사용할 수 있는 철갑탄이 너무 만능이라 상위 티어의 모드로 바꾸는 것이 다양성면에서 좋아보인다거나 하는 부분처럼 분명히 다듬어야 하는 점들이 아직 많이 보이지만 파크라이 시리즈가 취향에 맞는다면 한 번 게임을 켤 때마다 몇 시간씩 플레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극초반만 지나면 친구와 함께 코옵 플레이를 즐기는 것도 가능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친구나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특수 작전은 일종의 엔드컨텐츠 느낌으로 도전할 수 있어 싱글플레이에 질렸다면 이런 식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코옵 플레이의 경우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진행한 컨텐츠라도 자신이 호스트가 아니라면 수집품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자신의 세이브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말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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