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PS3 플랫폼에서 첫선을 보인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는 수백 기체가 넘는 다양한 건담의 파츠를 수집 및 조립해 자신만의 건프라를 창조해 끊임없이 밀려오는 적 세력을 격파하는 ‘창조 파괴 공투 액션’이란 새로운 건담 액션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특유의 독창적인 게임성은 수많은 건담 팬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지난 6월 21일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BNEK)에 의해 국내 정식 발매된 ‘뉴 건담 브레이커’는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 4번째 작품이다.
지난 2014년과 2016년 발매된 전작 2, 3의 넘버링을 계승해 본 게임도 4가 붙지 않을까 짐작했으나 예상과 달리 ‘New’라는 접두사가 붙었다. 이러한 이유는 분명 전작에 비해 한층 진보된 시스템과 컨텐츠, 그리고 한층 차별화된 게임성으로 무장해 기존 작품보다 훨씬 새롭고 우수한 작품을 강조하려는 듯한 걸로 보였으나…
■ 전작과의 차별화를 목표로 했으나…
실상은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 한 줄로 평가해 지난 5년간 선보인 브레이커 시리즈 중 역대 최악의 완성도. 시리즈의 골수 팬인 필자조차 그 저조한 게임성에 할 말을 잃고 1회차 도중 하차할 정도였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심도 있게 서술하겠다.
본 작품은 세상에 건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퍼스트건담(건담 1979) 시리즈부터 시작해 기동전사 Z건담, 건담 ZZ, 0080, 0083, F91, UC, 썬더볼트, 그리고 외전 격 센티넬 등을 포함한 우주세기 시리즈를 상징하는 대표적 작품들은 물론 기동무투전 G건담, 신기동전기 건담W, 건담 SEED, 더블오, 건담AGE, 그리고 철혈의 오펀스와 현재 인기리 방영 중인 빌드 시리즈 최신작 ‘빌드 다이버즈’ 등의 비 우주세기 작품들을 포함, 우주세기와 비 우주세기를 통틀어 총 27개의 인기 작품과 그 주요 기체들이 작품에 참전한다.
더불어 아직까지 TVA나 극장판 등 영상 매체에서 등장하지 않은 더블오 시리즈의 ‘아발란체 엑시아 대쉬’나 썬더볼트 시리즈의 풀 아머 건담의 후속기 ‘아틀라스 건담’, 역습의 샤아 소설판인 ‘벨토치카 칠드런’에 등장하는 사자비의 위치를 대신하는 해당 세계관 전용 기체 ‘나이팅 게일’ 등 소설이나 시리즈 설정으로만 존재하던 기체들을 본 작품에서 새로이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덧붙여 단순히 모빌 슈츠(MS)뿐만 아닌 더블오 시리즈에 등장하는 ‘프톨레이마이오스1, 2’나 철혈 시리즈의 ‘하슈말’ 등의 작 중에 등장하는 전함이나 거대 모빌 아머(MA) 급의 기체 또한 만나볼 수 있다.
타 건담 게임들과 달리 여러 가지 건프라를 조합해 자신만의 건담을 만들어 싸우게 되는 작품 특성상 약 13-15cm대의 1/144 HG 시리즈부터 약 18-20cm의 1/100 MG, 30cm 전후의 1/60 PG, 그 이상의 크기를 사랑하는 1/48 스케일의 MEGA 라인업과 같은 실제 시판 중인 건프라의 패키지와 그 크기들이 세밀하게 구현돼 있어 단순히 액션 게임을 넘어 프라를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단순히 공투 액션 및 건프라의 조립 이외에도 주인공 일행의 행동에 큰 비중을 뒀다. 바로 기존 작품 대비 스토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 건프라 배틀에서 승리자가 된다는 궁극적 목표는 기존 작품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으나 그 과정에서 다수의 히로인들과 얽히게 된다.
이 부분이 바로 전 작품들과 비교해 본 작품의 스토리라인이 지니는 가장 큰 변경점인데, 주인공이 재학 중인 사립 건브레 학원을 무대로 여러 여성 히로인들이 등장, 플레이어는 본 학원에 전학 온 주인공의 시점에서 건프라 배틀의 최종 승리자는 물론 다양한 히로인들의 사랑을 쟁취하게 된다.
덧붙여 선택지 시스템도 있고 건프라 배틀에서 승리 시 히로인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데 마치 연애계 텍스트 노벨의 호감도 시스템과 비슷해 이를 포함한 스토리 전개 일부분은 마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같은 전작에서 보지 못한 색다른 감동을 느꼈다. 싱글 모드 시나리오 루트가 히로인 별로 구성된 점도 이에 한 몫 한다. 건프라 언급만 없다면 그냥 미연시라 여겨도 될법한 구조며 전작보다 훨씬 높아진 퀄리티의 일러스트와 성우의 풀 더빙 보이스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만 이 부분은 상당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여겨진다. 필자의 경우 불호인데 이러한 진행 요소 덕분에 오히려 배틀의 몰입도가 떨어져 이도 저도 아닌 해괴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느껴졌기 때문. 그렇다고 스토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 어디 중2병 환자를 데려다 쓴 듯한 흔한 양산형 소년만화 느낌이다. 후술할 내용인 파츠 조합의 편의성과 전투의 완성도만 높았다면 크게 신경 쓸 요소는 아니었겠지만 이마저도 극악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한마디로 의미 불명의 정체성이 모호해진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특히 선택지 시스템의 경우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어떠한 문장을 선택하더라도 결과는 항상 같아진다. 즉 선택지 모두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 인 게임 시점에서 같은 날에 벌어지는 사건은 그 어떠한 캐릭터로 플레이하더라도 미션의 구조가 같기에 이 또한 마찬가지로 아무 의미가 없는 지루한 반복 플레이의 온상일 뿐이다.
플레이는 크게 AI와의 배틀, 그리고 캠페인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싱글 모드와 온라인상에서 플레이어와 대전하는 멀티플레이 모드 두 부류로 구분된다.
싱글 모드는 전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배틀, 파트 탐색 등의 다채로운 타입의 퀘스트를 수주받고 적 건프라와 전투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게 되며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2인, 또는 최대 6인의 플레이어(+AI)가 협력해 MA나 전함을 격추하는 등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페어 미션과, 배틀 미션 등이 있다.
본 작품의 메인 컨텐츠는 바로 멀티플레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 건담 브레이커는 전작들과는 다르게 게임 메인 컨텐츠의 방향성을 싱글 위주의 플레이가 아닌 플레이어와의 대전이 접목된 멀티플레이에 집중시켜 기존 작품들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다. 멀티플레이 모드에 주력해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노린 점은 매우 칭찬할 만하다.
다만 누누이 언급했듯 전반적인 게임 밸런스와 시스템이 엉망이기에 이러한 장점, 독보적인 차별화가 바로 묻혀 버린다.
우선 파츠 시스템을 들어보자. 본 시리즈는 다양한 건프라를 조립하고 해체해 나가며 다양한 파츠를 이용해 자신만의 커스텀 기체를 만들 수 있으며 이 점이 바로 본 시리즈의 존재 의의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물론 본 작품도 이 부분은 여전하다. 그러나 전작에 비해 오히려 나아진 점을 들자면? 솔직히 말해 전혀 없다고 말해도 무방할 수준.
등장하는 건프라의 종류는 전작 3에 비해 역으로 줄어들었으며 따라서 파츠 수도 적어져 전작보다 커스텀의 폭이 확 줄어들었다. 또 옵션 파츠의 장착이나 도색 시스템이 기존 보다 더 간략하게 변화, 너무 단순해져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나마 웨더링 등 일부 도장 요소는 전작보다 더 발전하고 그 수가 늘긴 했다.
파츠의 수집도 상당히 번거로운 편, 전작과 달리 필드 내 모든 플레이어가 파츠를 회수하도록 시스템이 변화돼 입수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이 과정을 극복해 파츠를 회수하더라도 적의 공격에 피격될 시 해당 부품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또 이 모든 경우를 극복해낸다고 하더라도 파츠 회수를 하려면 이를 회수 박스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필드가 대체로 쓸데없이 크다 보니 이동의 불편함, 그리고 정작 중요한 미션의 목표물을 놓치기 일쑤다.
상점에서도 파츠를 판매하니 자금만 충분하다면 파츠를 구매할 수도 있으나 개당 가격이 정말 상당히 비싸다. 더불어 그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상점에서 사는 수고나 직접 파밍 하는 수고나 비슷한 편. 심지어 파츠의 고증도 엉망이다. 예를 들어 역습의 샤아에 등장하는 뉴 건담의 경우 무장인 핀 판넬이 역으로 뒤집혀 사출된다. 게임 제작에 대한 애착은 있는 것인지, 또 자신이 만드는 건담을 주제로 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들이 맞는지 자질이 정말 의심된다.
서브 웨폰이 장착된 파츠의 효율성이 완전히 사장된 점도 안타깝다. 전작인 건담 브레이커3만 하더라도 무기가 자체적으로 장착된 파츠 사용 시 해당 무기를 선택해서 서브 웨폰으로 사용 가능했다. 덕분에 자신의 주 무장과 부 무장을 적절히 번갈아 응용해가며 미션이나 적의 타입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 보다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했지만 하지만 본 작품에 들어서는 이런 형태의 무기들이 전부 EX 스킬로 편입됐기에 이러한 지능적 플레이가 불가능해졌다. EX 스킬조차 레벨시스템이 있는데 이마저도 레벨이 참 안 오른다. 결과적으로 서브웨폰, EX 스킬 모두의 의존도가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됐다.
더불어 새롭게 선보인 건프라 프레임의 추가도 큰 관심사. 변경이 잦은 파츠와 달리 프레임은 꾸준히 사용되며 본 작품에 있어 성능에 가장 밀접한 연관을 주는 만큼 메우 중요한 요소다.
■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
전투 시스템을 살펴보자. 필자가 가장 당황한 건 바로 스킬이 처음에는 잠겨 있다는 점이다. 이후 하나둘씩 언락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덕분에 전작처럼 초반부터 다수의 스킬들을 이용해 화려한 무쌍 플레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심지어 파츠의 변화에 따라 스킬마저 바뀐다.
더불어 근접, 원거리 무기 할 것 없이 밸런스가 엉망이다. 근접 무기로 공격한 적은 높은 확률로 대부분 바닥에 다운되는데 이 경우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무조건 적이 땅을 박차고 일어날 때까지 신사적으로 기다려 줘야 하며 이로 인한 콤보의 끊김 현상은 게임 진행의 맥을 끊어버린다. 원거리 무기도 마찬가지로 록온 시스템이 엉망, 바로 눈앞에 있는 적을 조준했음에도 해당 유닛이 록온 되지 않으며 저 멀리 바깥에 있는 엉뚱한 유닛이 록온 돼 플레이어의 깊은 분노를 유발한다.
또 건프라의 움직임도 심각하게 느리다. 전작에 비해 눈에 띌 만큼 엄청나게 느려졌으나 역으로 맵 규모는 커졌고 건담의 부스터 역할을 하는 슬러스터 게이지는 줄어들었기에 게임 진행이 상당히 답답해졌다. 공중에 있는 적 한번 공격하는 것조차 초반에는 매우 버거울 지경, 시점 초기화마저 없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시야를 보거나 이동에 큰 불편함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일반 공격, 스킬 액션도 느리고 이펙트도 상당히 밋밋하며 장탄 수의 설계마저 엉망이라 빔 병기나 탄환을 발사하는 시간보다 장전하는 시간이 더 길다. 또 전체적인 액션 모두가 너무나 느리고 멋이 없어 실망스럽다. 덧붙여 적 AI도 상당히 바보다.
또 상당한 프레임 드랍과 잦은 튕김도 문제점. 필자의 후기형 PS4와 PS4 슬림, PS4 프로 세 기종으로 플레이 한 결과 프로를 제외한 두 기종에서 잦은 프레임 드랍이 생겼으며 이는 상당히 체감될 만큼 심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프레임 드랍 현상이 생기며 심할 경우 게임이 튕기는 점은 필자의 분노를 상승시키는 주범이었다.
아울러 전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래픽을 내세우지만 전작과 별반 큰 차이점을 못 느꼈다. 이 부분도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장점을 몇 개 들자면 싱글 모드 기준, 전작에 비해 난이도가 낮아져 진행이 수월했고 각 미션당 플레이 타임이 5~10분 단위로 상당히 짧아져 부담 없이 간편하게 즐기기 좋아진 부분이다.
뉴 건담 브레이커는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감당이 안 되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신작 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형편없는 최악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게임성은 전작 건담브레이커 3보다 떨어졌고 심지어 부분 무료 게임인 건담 오퍼레이션 시리즈만도 못하다. 몇 번의 핫 픽스와 업데이트로 어느 정도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예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게임이다 보니 쉽게 나아지리라 보이진 않는다. 본 작품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 차기 작품은 보다 완성도 높은 멋진 모습을 선보이길 기대한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