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이를 통해 국내 인터넷 및 개인 PC의 폭발적인 보급, 그리고 PC방이라는 새로운 사업이 탄생하게 된 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가는 시간이 흘렀다.
하나의 단순한 게임이 게임 시장은 물론, 한국 경제에 끼친 영향이 엄청났으며, 프로게이머와 게임 방송이라는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국내에서 게임 하면 스타크래프트였고, 장르 하면 RTS가 대세였던 시기였다.
스타크래프트는 국내에게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이었고, 그만큼 제작사 블리자드는 한국에 신경을 많이 써 왔다. 전세계 최초 공개를 한국에서 한 것만 봐도 그렇다. 또 2010년 스타크래프트 2를 출시하면서 론칭 행사를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등 국내 게이머들에게 거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항공기에 패키징을 하는 이런 광고까지 했었다
첫 단추부터 마지막 단추까지 잘못 채워졌다
하지만 막상 결과를 놓고 보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출시 하루만에 전 세계적으로 100만장 이상을 판매했지만 국내에서의 판매는 엄청난 마케팅을 했음에도 공식적으로 지금까지 대략 40만장 정도에 그쳤다. 이는 69000원이라는 당시 국내 게임 가격으로는 말도 안되는 가격에, 디지털 패키지만 발매되는 등 국내 게이머들이 선뜻 받아들이지 못할 정책을 펼쳤기 때문인데, 게이머들 역시 굳이 패키지를 구입하느니 기존 스타1으로도 충분한 상황에서 섣불리 지갑을 열지 않았다.
처음 저 말도 안되는 가격을 보고 기자도 말을 잇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꼬인 상황은 잘 풀리지 않았다. 스타 1을 진행했던 유저들은 섣불리 스타2로 잘 넘어오지 않았고, 막상 넘어온 이들도 익숙한 스타1으로 돌아갔다. 기대했던 신규 유저들은 발매 초반에는 그럭저럭 유입이 됐지만 이 마저도 2011년 말 ‘리그 오브 레전드’ 가 등장하면서 거의 제로 수준이 되었고, 오히려 가지고 있던 충성스러운 고객들마저 빼앗기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로 인해 2013년 즈음에는 인기가 급격히 사그라들었고, 국내 게임의 왕좌 역시 LOL에 넘겨줬다. 외부적으로는 LOL에 밀리고, 내부에서는 기존 스타1에 유저를 빼앗기면서 출시 3년만에 인기가 대폭 하락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기도 했다. 그나마 두 번의 확장팩이 발매되면서 다시 한 번 이슈를 일으킨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더 참혹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현재 모든 것을 평정한 이분이 2011년 말에 등장하신다
어쨌든 한 번 빼앗긴 인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새로이 게임을 시작하는 젊은 게이머들은 대부분 조작이 어렵고 불편한 RTS 장르보다는 AOS나 FPS 장르를 선호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스타 2는 그들만의 리그로, 과거 스타 1을 좋아하던 이들의 일부를 흡수하는 데 그쳤으며 더 이상 신규 유저 유입이 없는 상황이 됐다.
이 과정에서 RTS 장르는 옛날 식의 마이너 장르로 자리 매김하기 시작했고, 충성스러운 고객들마저 LoL이나 배틀그라운드, 파파온라인 등으로 떠났다. 게임이 장기간 사랑받기 위해서는 젊은 게이머들이 성장하면서 지속적인 플레이를 즐겨야 하는데, 스타 2의 경우는 기존 스타 1 유저들이 중심이 되다 보니 발매 당시 이미 학생, 청년에서 30줄에 접어든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만큼 주력 유저 층의 나이대가 높아 장기간 인기를 끌기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었다.
결국 블리자드는 2017년 11월 멀티플레이 전면 무료라는 강수를 두었지만 이미 주류에서 벗어난 게임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20년도 훌쩍 지난 전작보다 플레이 유저 수가 더 적은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PC방 영업 정지의 영향이 없었던 2020년 8월 첫 주 PC방 사용 집계로는 스타 1이 2% 수준인데 반해 스타 2는 반의 반도 못 미치는 0.4%대에 머무르고 있다. 무언가 뚜렷한 호재도 없고 악재는 많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8월 첫째주 PC방 점유율 순위. 스타2는 20위 권이다(출처: 더로그 홈페이지)
현재 국내 스타2 리그의 현실은?
사실 국내 스타2 리그는 아프리카TV가 지원을 해 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내 유일의 GSL 리그도 3년 전 폐지 상황이었으나 가까스로 아프리카TV에서 지원을 해 주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프로팀 역시 아프리카의 지원으로 진에어와 아프리카 두 개의 메이저 팀 만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그 외 클랜 형태의 국내 팀 일부가 존재하고 있다. 팀GP는 올 시즌 3월에 더바TV의 소속사 ‘GonFactory’ 에서 창단한 게임단으로, 최지성과 서성민 등이 속해 있고(7월 말 서성민은 팀 탈퇴), 정재영 송경준, 정찬우 등이 만든 팀NV는 이재선 등이 가세해 활동하고 있다.
전성기 시절 GSL과 ASL, 팀리그 및 기타 비정기 토너먼트 대회 등 여러 대회가 존재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규모나 횟수 면에서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GSL 역시 과거 1년에 3~4회 진행되었으나, 지금은 1년에 2회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도 초창기에는 온게임넷에서도 방송을 했었다
국외 대회로는 IEM 같은 메이저 대회와 블리즈컨 등이 존재하지만 과거에 비해 준 메이저 대회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나마 GSL과 캐스파 컵 정도를 제외하면 그렇다 할 국내 대회가 거의 없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크고 작은 대회들이 아직 상당 수 열리고 있으며, 그만큼 클랜 수에서도 차이가 있다.
스타 2가 고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 가장 큰 원인으로는 RTS 장르의 완전한 몰락이다. 실제로 스타 1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는 방송을 통해 대전을 보여주기에 RTS만큼 좋은 것이 없었고, 실제로 당시에는 RTS 게임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장해가면서 게이머들의 성향이 변하기 시작했고, RTS 장르의 하락세가 스타2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3년 LoL이 혜성같이 나타나 대전 게임 시장을 잠식한 것이 치명타가 되긴 했으나, 이미 스타 2가 발매되었을 당시부터 RTS 장르는 보는 것에 만족할 뿐 즐기기에는 부담이 되는 장르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 보니 과거 스타 1을 좋아하는 이들 중 일부가 게임을 즐겼을 뿐, 10대나 20대의 신규 유저 유입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언젠가부터는 대형 경기장에서의 결승전도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 RTS 장르의 경우 다수의 유닛들을 컨트롤 해야 하는 관계로 복잡한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최근의 게이머들에게 맞지 않다. 특히 모바일 게임에 익숙해진 이들은 이것 저것 번거롭게 할 것이 많은 게임들에 대해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실제로 인기를 끄는 장르들을 보면 롤이나 FPS, 피파 온라인 같이 한번에 다수의 유닛들을 컨트롤하기 보다는 하나 또는 2개 정도의 유닛을 집중적으로 플레이 하는 구조다. 무엇보다 국내 특성 상 일단 특정 장르가 대세가 되면 학생부터 2,30대까지 해당 장르에 올인하는 경항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롤이 장기간 인기 있는 것 역시 학생 시절부터 즐겨 온 게임을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것이 크다.
발매 소식이 TV 뉴스에까지 나왔었다
덧붙여 방송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스타 1이 인기를 끌던 상황에서 모든 방송사들이 스타 방송에 사활을 걸고 방송을 내보냈지만 현재는 유튜브나 트위치, 아프리카TV를 들어가 봐도 대부분이 롤이나 피파온, 혹은 그 외 다른 게임들의 방송이 대부분이다. 방송만큼 시청률을 의식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스타 방송은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스타 2는 더더욱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내 유일의 스타 2 대회인 GSL 방송을 살펴보면 라이브로 방송을 보는 사람이 4천명도 되지 않는다. 이영호 선수 등의 스타1 개인 방송이나 각종 소규모 스타 1 방송들도 1,2천 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공식 생중계가 저 정도이니 현재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스타 1 유저들이 스타 2로 많이 넘어가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고, 자신이나 자신의 친구들 역시 과거 부담 없이 플레이 했고 잘 아는 스타 1을 플레이 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나 리마스터 버전이 새로이 등장하면서 굳이 돈을 쓰면서 스타 2를 사야 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 크다.
올해 1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패치가 진행됐지만 큰 영향은 없는 상태다
이제는 떠나보낼 일만 남았다
이제 RTS 장르는 끝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나마 스타 1이 PC방 순위 10위권 언저리를 지키는 것은 과거 이를 재미 있게 즐겼던 사람들의 힘일 뿐이고, 스타2가 그 반의 반도 못 미치는 것은 그만큼 열성 유저들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단 RTS 장르 자체가 신규 유저의 유입이 거의 없다. 이는 최근 게이머들의 취향 문제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지도 않을 것이고, 롤 대신에 새로운 게임이 새로이 떠오른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RTS 장르가 부활할 일도 없다. 스타 시리즈도 명맥 유지가 길어야 2,3년이며, 이후로는 대작 RTS 게임은 아마도 거의 나올 일이 없어 보인다.
국내 유일의 메이저 대회인 GSL도 아프리카TV의 컨텐츠 제작 방향 상 아마도 1,2년 정도는 더 후원을 진행할 것 같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비관적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스타 1에서 시작해 스타 2로 넘어온 프로게이머들 상당 수가 스타 2 프로 생활을 은퇴하고 스타1 선수로 활동하거나 스타 1을 소재로 한 개인방송에 전념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게이머들도 거의 없고, 국내에서는 활동할 팀이나 클랜도 거의 없어 외국 클랜에 몸을 담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몇 년째 보는 선수들이 그 선수들이다.
스타 1이 리마스터 버전 출시로 명맥을 더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도 점점 유저층이 줄어들고 있고 단순히 ‘그들만의 리그’ 가 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 열릴 22년 중국 아시안게임에서도 스타2가 과연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될 지 의문이 가는 상황일 정도로 스타2, 그리고 RTS 장르는 이미 호흡기를 떼지 않았을 뿐, 뇌사 상태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한물 간' 게임, 그리고 '한물 간' 장르에 대해 왜 이리 구구절절 글을 쓰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 스타 1에 환호했던 이들이라면, 그리고 스타 2에 거는 기대가 컸던 사람들이라면 기자의 심정을 잘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아쉬움’ 그 하나다.
마치 과거 많이 사용했던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같은, VT 통신들이 사라질 때와 비슷한 심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