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와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발매된 아틀라스의 인기 시리즈 페르소나의 최신작 '페르소나5 스크램블 더 팬텀 스트라이커즈(이하 페르소나5 스크램블)'는 턴 기반 RPG였던 페르소나5를 액션 RPG와 접목시킨 신작이다. 페르소나 팀과 무쌍 시리즈로 익숙한 오메가 포스가 협업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페르소나5의 엔딩으로부터 약 6개월 후 여름방학에 재회한 마음의 괴도단이 다시금 사건에 휩싸이며 벌어지는 후일담격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화려하고 통쾌한 스타일리쉬 액션 RPG를 표방하는 페르소나5 스크램블은 페르소나 시리즈 최초의 액션 RPG라는 의외의 시도를 한 작품이다. 주로 도쿄에서 사건들이 일어났던 원작과 달리 이번에는 시부야에서 시작해 센다이, 삿포로, 오사카, 교토, 오키나와 등 상당히 다양한 장소에서 팰리스를 통한 인격 폭주 사건과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의 괴도단도 일본 전국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사건에 뛰어든다.
한편 페르소나5 스크램블은 PS4 버전이 60프레임,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30프레임으로 구동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 괴도단 재집결
페르소나5에서 모든 일들이 종결되고 주인공인 조커는 동행하기로 한 모르가나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 조커와 뜻을 같이하며 일력탄생으로 활약하던 마음의 괴도단 멤버들도 각기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본편에서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니지마 마코토, 오쿠무라 하루 등은 대학생이 됐고 내비 역할을 도맡았던 사쿠라 후타바는 이제 학교에도 나가고 류지와 안은 과제에 시달리는 등 짧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각자에게 많은 변화가 생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재회의 기쁨을 나누며 함께 여행을 떠나려는 계획을 짜던 것과 비슷한 시기에 경시청에서는 마음의 괴도단이 활약하던 시절과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중 경시청 소속이자 높은 비중을 가져가는 하세가와 젠키치 경부보는 이른 시점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며 곧이어 원작의 팰리스처럼 사람들의 소원을 착취하는 '제일(Jail)'에 조커와 류지가 의도치 않게 휘말리며 또 다른 주요 등장인물 소피아와 만나게 된다.
괴도단이 마음을 훔쳐 악인들을 개심시켰던 팰리스와 마찬가지로 제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착취하는 공간이다. 단순히 마음을 착취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제일에서 소원을 빼앗긴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폭주하는 모습을 보여 괴도단은 다시금 제일의 주인을 개심시키기 위해 나서기로 결심한다. 뜻하지 않게 마음의 괴도단이 재집결하게 된 것이다.
■ 스타일리쉬, 스피디한 액션
페르소나5와 로열의 매력이었던 세련되고 감각적인 전투가 액션 RPG로의 변화를 맞아 스피디함이라는 강점까지 얻었다. 원작이 턴 기반의 RPG라서 스피디함이 덜했던 것에 비해 페르소나5 스크램블의 액션은 화려함과 스타일리쉬함, 그리고 스피디함을 모두 가져가 게임을 즐기는 동안 플레이어의 눈이 더욱 즐겁게 만든다. 괴도라는 컨셉에 매우 잘 어울리던 팬텀 무브와 스닉 어택도 건재해서, 심볼을 기습해 가면을 벗기고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벌이는 기능도 유지됐다.
초기에 인트로격인 스토리와 튜토리얼 느낌의 전투 시퀀스 도중엔 조커로만 조작할 수 있지만 이후 괴도단이 재결합해 활동을 개시한 이후엔 소피아를 포함한 9명의 괴도단원들 중 원하는 캐릭터 4명을 파티로 구성해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전투 돌입도 원작과 동일하게 심볼 인카운트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주 조작 캐릭터로 제일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섀도우들을 피해 숨겨진 보물상자를 찾아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총공격
전투는 실시간 액션 전투가 되면서 좀 더 박진감 넘치고 속도감 있는 전투로 탈바꿈했다. 심볼 인카운트로 전투가 시작되면 주 조작 캐릭터와 파티 내 캐릭터들이 동시에 전투에 돌입하고, 자유롭게 싸우기 시작한다. 자신의 페르소나 스킬을 활용하기도 하며 원작의 배턴 터치 시스템 및 쇼타임, 총공격과 원모어 등도 고스란히 게임 안에 녹아들어 있다. 단점은 익숙해지기 전까지 적이 사용하는 스킬을 파악하거나 파훼하는 것이 헷갈린다는 점이나 주 조작 캐릭터 외에는 싸움 도중에 자주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라는 것.
괴도단 멤버들은 저마다 고유한 전투 스타일이 있어 이들과의 연계나 약점 찌르기도 전투에서 굉장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팬서 타카마키 안은 채찍에 화염 속성을 부여하고 휘두를 수 있는가 하면, 퀸인 니지마 마코토는 자신의 탑승형 페르소나를 타고 적들을 휘젓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요요를 사용하는 소피아는 요요가 돌아오는 타이밍을 맞추면 공격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고유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각각의 캐릭터들을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 다소 복잡하기는 해도 이들을 육성하는 재미가 있다.
■ 무쌍 같아도 페르소나
무쌍이라는 장르로 대표되는 오메가 포스와 페르소나의 조화가 쉬이 상상되지 않았고, 게임을 직접 만져보기 전에는 원작의 감성을 날려버릴 것 같은 걱정도 있었으나 정식으로 출시된 페르소나5 스크램블은 그런 불안감을 훌륭하게 타파하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무쌍 계열 게임들처럼 다수의 적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무작정 쓸어담는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약점을 찌르거나 회피를 하면서 전투를 이어가지 않으면 초반부터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 등 무쌍보다는 페르소나5를 액션 RPG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이 더욱 강한 작품이다.
일상 파트에서 조커를 조작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템을 구매하는 등의 활동이 가능하며 현재는 라벤차가 관리하고 있는 벨벳 룸에서 조커가 소유한 페르소나를 처형시켜 새로운 페르소나로 탄생시키거나, 기존에 악마 전서에 등록한 페르소나를 일정 금액 지불 후 다시 소환하는 기능도 건재하다. 여전히 등장하는 페르소나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페르소나5에 비하면 작중 등장 페르소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원작의 시스템도 상당수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무쌍식 전투 시스템은 단순히 수단에 머무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원작과 동떨어진 외전이 아니라 마치 장르 변경이라는 강수를 뒀던 용과 같이7처럼 전투 방식만 변경하고 제대로 페르소나5를 잇는 속편이란 느낌이 들어 바람직한 선에서의 변화라고 여겨진다. 이는 이 작품을 페르소나5 무쌍이 아닌 페르소나5 스크램블로서 있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코옵 같은 캐릭터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요소는 사라졌지만 대신 가벼운 팀 시스템인 밴드 시스템이 들어와 이 작품으로 처음 페르소나를 접한 사람도 가볍게 즐기기 좋도록 배려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 그런데 로열은?
페르소나5 스크램블을 즐겁게 플레이하다 불현듯 드는 생각들이 있다. '그런데 더 로열은 어떻게 되는거지?', '걔는 그렇다 쳐도 카스미는?' 같은 의문들 말이다. 본편의 후일담을 다루고 있음에도 주요 등장인물인 카스미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페르소나5 더 로열에서도 광고탑으로 활동했지만 실질적으론 거의 사용할 수 없었던 카스미를 스크램블에선 아예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큰 아쉬움을 남겼다. 페르소나4가 페르소나4 골든을 시작으로 관계작을 몇 번 출시한 전례가 있어 카스미가 등장하는 페르소나5 더 로열의 스크램블 버전이 새로 출시되거나 다른 후일담이 추가로 출시되지 않겠느냐는 추측들이 있기는 하나 누가 알까.
한편, 코옵 시스템이 페르소나5 스크램블에서 빠졌다고는 하더라도 본편의 코옵 관련 캐릭터들이 죄다 미출연이라는 점은 카스미의 불참과 마찬가지로 아쉬움을 남긴다. 당장 본편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신세를 졌던 의사 타에 선생이나 장비를 판매했던 이와이 무네히사 등이 시작하자마자 이런저런 이유로 등장하지 않는다. 다행히 상기했던 것처럼 라벤차는 벨벳 룸을 지키고 있지만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역시나 아쉬웠다.
상점은 신 캐릭터 소피아가 담당
원작을 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원작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중에서도 종종 과거의 일을 언급해 스토리 이해에는 문제가 없지만 역시 온전하게 스토리를 즐기고 싶다면 전작을 먼저 즐기고 페르소나5 스크램블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정확히는 페르소나5 로열보다 페르소나5 오리지널의 스토리를 진행한 경우 그대로 스크램블로 넘어온다면 원작과 후일담 구성이 깔끔하게 연결된다. 물론 이미 페르소나5 로열이 나온 상황에서 굳이 오리지널과 로열을 모두 구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둘 다 없는 경우 로열을 구매하는 쪽이 낫다. 사실 일전에 공개된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페르소나5 스크램블이 페르소나5 완성 직후 기획에 들어간 작품이라 밝혔으니 시기적으론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편의 파고들기 요소를 상당히 축소하거나 과감하게 쳐낸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플레이타임이 수십 시간은 된다. 거기에 2회차에 개방되는 리스키 난이도에 도전하거나 플래티넘을 노리고 있다면 여기에 더욱 많은 플레이타임이 더해지니 게임의 볼륨은 충분히 빵빵하다. 본편의 팬이라면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며 속도감 있고 스타일리시한 3D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페르소나5 스크램블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자글자글하게 튀는 것은 조금 흠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