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K에서 PS4 전용으로 출시한 한글화 신작 롤플레잉 게임 '용의 별 바르니르'는 마녀, 거대용, 다크 판타지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개발한 완전 신작이다. 츠나코, 마나미츠, 나나메다 케이, 히라노 카츠유키 등 컴파일하트를 대표하는 주력 인기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참여해 특유의 비주얼을 선보인다.
용의 별 바르니르의 무대가 되는 세계인 바넬리아에선 저주받은 존재로서 박해받으며 변방의 숲에 숲어 사는 마녀와 인간을 습격하는 용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마녀를 사냥하는 자들과 용을 사냥하는 자들이 있으며 그들을 둘러싼 각 세력 간의 패권 다툼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기에 앞서 적의 HP나 능력이 내려가고 더 쉬운 전투를 할 수 있는 이지, 표준 난이도인 노멀, 적의 HP와 능력치가 강화되며 더 어려운 전투를 원하는 플레이어에게 적합한 하드의 세 난이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드의 경우 획득하는 경험치나 돈이 증가하기도 하며 이 난이도는 이후 게임 도중 캠프 메뉴에서 언제라도 변경할 수 있다. DLC를 통해 극악 난이도도 선택 가능.
■ 다소 짧은 볼륨의 스토리
용의 별 바르니르는 용과 마녀들을 둘러싼 판타지풍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관리를 꾸준히 해주지 않으면 언제라도 미쳐버리거나 용을 낳고 죽어버릴 위험한 운명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마녀들과 일종의 교황청 같은 역할을 하는 봉황청, 봉황의 가르침 하에 인류의 적으로 취급되는 마녀들을 그들을 토벌하려는 기사단, 봉황청 소속이기는 하지만 마녀보다는 단순히 용을 사냥하고 그 부산물로 도구를 만들어 다시 싸움에 사용하는 것을 추구하는 또 다른 봉황청 산하의 불한당 조직 등 다양한 세력들이 등장해 갈등을 자아낸다.
나름대로 같은 위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마녀와 마녀들 사이에서도, 같은 봉황청 소속이지만 추구하는 바가 다른 두 조직 사이에서도 갈등이 발생하는 등 초반부에는 다양한 인물과 세력 사이의 갈등이 야기되지만 의외로 게임이 진행되면 여러 갈등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되거나 너무 쉽게 해소되는 경향이 있었다.
또, 라이브러리에서 확인하면 세 단계로 나뉘는 각 장의 진행도 생각보다 빠르게 넘어가는 편이다. 실제 게임을 하면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플레이 타임이 짧지만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지만 작중 초반을 지나면 새롭게 추가되는 모 관리 요소에 의해 각 장을 넘어가는 속도가 꽤나 빠르게 느껴진다. 최종장 즈음에 대략 8종 정도의 엔딩을 볼 수 있는데 일반 엔딩과 트루 엔딩의 선호도가 다소 갈린다.
■ 3계층 부유 배틀
마녀와 용이 주를 이루는 용의 별 바르니르의 전투는 공중에서 벌어지는 부유 배틀 개념으로 전투 필드가 상층, 중층, 하층의 3층으로 나뉘었다. 플레이어는 이 세 개의 층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싸우게 된다. 커맨드를 선택할 때 좌측 스틱으로 자유로운 층의 이동이 가능하고 행동에 따라 자동으로 층간 이동을 하는 기능도 있으므로 층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후술할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층에 신경도 쓰지 않게 된다.
물리 스킬은 같은 층에 위치한 적만을 공격할 수 있는 대신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크리티컬이나 적의 행동을 차단하는 기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물리 스킬의 통상 공격은 SP를 소비하지 않고 연속 3회까지 공격할 수 있고 반대로 마법 스킬은 다른 층의 적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계층에 있는 캐릭터에 비해 적의 타깃이 되기 어렵다는 메리트를 살려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적을 먹어치우는 특수한 스킬인 포식 스킬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플레이어가 그다지 층 개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그와 동시에 본 작품의 알파와 오메가다. 각 캐릭터는 용종의 적에 대한 최초 포식에 성공했을 때 적의 능력인 인자핵을 입수할 수 있고 HP와 SP가 조금씩 회복된다. 인자핵을 입수한 캐릭터는 인자핵을 활용해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수 있게 되므로 적극적으로 처음 만나는 적의 포식을 노리는 것이 좋다. 마치 모 몬스터 포획 게임처럼 적의 HP가 적을수록 포식의 성공률이 오르고 이를 통해 쓰러뜨리는 경우엔 반드시 성공한다. 적의 약점을 공격하고 공포도를 상승시키면 포식의 성공률이 더욱 상승한다. 다만 이미 포식한 적을 체크하는 것이 다소 번거롭다.
거대룡 전투는 3층 전체를 차지하는 거체의 용과 싸우는 배틀이다. 본체가 있는 층과 별개로 부위가 있는 층이 존재하고 해당 부위 HP를 0으로 만들면 부위의 기술이 봉인되고 본체를 기절시킬 수 있다. 딜량이 압도적으로 웃도는 상태가 아니라면 곧장 본체를 공격하기보다는 부위를 파괴해 공격할 수 있는 틈을 조금이나마 만들면서 거대룡의 패턴을 차단하는 것이 조금 더 효율적이다. 보스를 쓰러뜨리면 '용핵'이란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고 전원이 보너스 인자핵을 자동으로 입수한다.
전투에서는 독, 마비, 수면, 혼란, 기절의 5종 상태이상이 존재하며 이중 기절은 아군에게 발생하지 않으며 오직 적에게만 발생한다. 수면과 마비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상태이상으로 차례가 돌아왔을 때 일정 확률로 회복된다. 혼란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게 되는 상태로 다른 상태이상과 마찬가지로 차례가 돌아왔을 때 일정한 확률로 회복되기도 한다.
포식이 용의 별 바르니르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포식 스킬은 적을 즉사시키는 효과가 있는데다 딜량도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우선 포식을 지르고 보면 다소 강력한 적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스킬이라 인자핵을 통해 습득 가능한 다양한 스킬들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퇴색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포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자핵 중 포식 스킬을 추가로 개방할 수 있는 핵도 있어서 더 강력한 포식 스킬이나 넓은 범위를 한 번에 공격 가능한 포식 스킬이 등장하며 기본 포식 스킬부터 이런 추가 포식 스킬들도 겨우 0~4 정도의 낮은 sp를 소모해 주로 사용하는 스킬이 포식 계열 스킬로 고정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 용림 각성과 광기도
전투 중 캐릭터의 초상화 옆에 표시되는 동그란 게이지는 '용림 게이지'다. 이 용림 게이지는 전투 중 다양한 요인으로 채워지는데, 용림 게이지가 최대치에 다다르면 다음 자신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용의 힘을 얻은 파워 업 상태, 용림 각성이 발생한다. 용림 각성 상태에서는 마녀 캐릭터들의 외형이 변경되고 HP가 모두 회복되면서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이 증가해 더욱 강력해진다. 여기에 포식 스킬에 전용 필살기인 용림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턴이 경과하거나 적으로부터 피해를 받을 때마다 각성 상태의 용림 게이지가 줄어들고 다시 게이지가 0에 도달하거나 전투가 종료되면 각성 상태가 해제돼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변신하지 못한 상태라면 용림 게이지는 전투가 끝나고 유지되기 때문에 중요한 전투에 앞서 파티원들이 동시에 용림 각성 상태로 돌입하도록 어느 정도 조정해서 중요한 전투 시작 지점부터 유리한 상황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에 더 강력하지만 페널티를 가지는 용림 각성도 존재한다. 뭔가 익숙한 시스템 아닌가. 그렇다. 마치 컴파일하트의 전작들에서 본 시스템들처럼 상황을 돌파하는데에는 좋을지 몰라도 진행에 페널티를 가지게 되는 각성 시스템이다. 이 경우 더 높은 회피와 공격력의 상승을 얻게 되지만 방어력은 줄어들며 광기도가 상승한다. 각 장이 진행될 때 광기도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이야기 진행에 영향을 받게 된다. 광기도는 파티의 전멸에 의해서도 상승하니 전투 중 주의가 필요하다.
■ 던전 탐색과 비약 소환
용의 별 바르니르의 던전 탐색은 3D로 진행된다. 각 던전들이 스토리 진행에 따라 개방되고 해당하는 던전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다. 던전에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1회성 오브젝트인 보물상자와 입장할 때마다 수집할 수 있는 채집 포인트, 그리고 전투를 발생시키는 배회하는 몬스터들이 존재한다. 탐색 모드에서는 무기를 휘둘러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를 파괴하거나 배회하는 몬스터를 공격해 심볼 어택을 가할 수도 있다. 뒤에서 몬스터 심볼을 공격했을 때에는 아군이 선공을 가할 수 있고 반대로 뒤를 잡혀 전투에 돌입했을 때에는 선공을 당한다. 이 심볼을 공격할 때의 거리감이 다소 애매해서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공격과 별개로 다른 버튼을 눌러 현재 조작 중인 캐릭터의 특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 이를 사용해 방해요소를 돌파하거나 특수 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캐릭터인 제피는 봉인된 결계를 특수 스킬로 깨뜨릴 수 있고, 마녀 카리카로는 숨겨진 보물상자를 탐색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절벽과 절벽 사이를 통과할 수 있는 계단을 만들거나 봉인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효과들이 존재한다. 헌데, 이 시스템은 조금 불편하다. 던전 기믹에 도달했을 때 특정 기믹을 풀기 위해 캐릭터를 교체해야 하지만 제피, 미네사, 카리카로가 파티원인 초반에만 해도 덜하지만 캐릭터가 추가될 때마다 점점 R1으로 원하는 캐릭터까지 가는 과정이 불편하다. 기존 컴파일하트 작품에서는 기믹 앞에서 해당 캐릭터로 변경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
탐색 시 비행게이지를 소모해 빠르게 비행하는 것도 가능하나 게이지가 다 떨어지면 회복될 때까지 비행할 수 없다. 이 비행게이지는 파티에 소속된 모든 캐릭터가 공유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빠르게 맵을 활보하는 것은 어렵다.
마녀의 둥지에서는 던전과 관련된 컨텐츠들을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둥지에 존재하는 도구점에서 아이템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료와 촉매를 사용해 특정 비약을 만들고 이 비약을 마셔 용을 소환해 전투를 벌이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비약을 누가 마셨느냐에 따라 등장하는 용종이 변하기도 하고 해당 캐릭터의 무기가 떨어지기도 하며 통상적으로 구하기 힘든 강화된 장비 등이 등장한다.
또, 탐구당에서는 현 시점에서 플레이어가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들을 보여주며 이는 메뉴의 라이브러리에서 언제든 확인 가능하다. 별도로 퀘스트를 수주할 필요는 없고 조건을 달성하면 언제라도 퀘스트 완료 보고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편, 마녀들의 둥지에서 여동생들과 만나고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는 여동생들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초반부처럼 자유로운 던전 탐색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된다.
■ 마녀와 용, 괜찮은 세계관의 게임
용의 별 바르니르는 용과 마녀라는 웬만하면 실패하기 힘든 요소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자아낸 괜찮은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단순하나 왕도적인 전개를 따르고 있다. 주인공이 적대하던 집단 B의 도움을 받고 기존에 소속된 집단 A로부터 버림을 받으면서 집단 B에 대한 오해를 점차 풀고 그들과 함께 행동하게 되며 점차 큰 사건에 연루된다는 전개 말이다. 이 과정에서 각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을 살린 부가적인 스토리에도 신경을 써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서브 스토리 면에서는 히로인들의 호감도 이벤트를 제외하면 캐릭터들 사이의 소소한 스토리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용핵과 인자핵을 포식으로 획득해 아군 캐릭터들을 점차 강화시키고 다양한 스킬들을 획득해 장착시키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간다는 컨셉은 좋았지만 포식이 너무 무쌍을 찍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초반이나 포식이 먹히지 않는 보스전에서는 약점을 공략하긴 하지만 그외의 전투는 포식 확률이 몇이냐에 무관하게 포식으로 시작해서 포식으로 끝내는 것이 가장 편했다.
여담으로 출시 '후' 트위터를 통해서도 고지된 바 있지만 수위에 맞춰 변경이 가해진 일러스트가 일부 존재한다. 일러스트로는 두 장 정도인데 한 장이야 목욕 신이라니 이해가 가지만 극초반에 등장하는 메인 히로인 미네사의 비행신 정도는 검열이 굳이 가해져야 했을 정도였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