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게임업계, 노동 이슈 계속...'수평적 문화? 허울 뿐'

직장 내 괴롭힘, 전환배치...불거지는 문제
2021년 06월 24일 18시 08분 50초

'젋은 업계, 수평적인 분위기'로 생각되어 왔던 IT 및 게임업계에 직장내 괴롭힘 이슈가 계속 터지면서 전반적인 기업 문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불거진 곳은 카카오. 올해 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직원이 인사평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죽음에 대한 결정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카카오는 인사평가 방식의 일환으로 ▲함께 일하고 싶다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판단불가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동료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다행히 유서가 게재된 이후 실제 인명사고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해당 글의 게시자는 이 같은 평가 내용이 셀장이나 동료들에게 공유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죽음까지 언급했던 것.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잔인한 평가제도”라는 의견들이 공유됐고, 동료평가 시스템에 대한 카카오 내부의 여론도 부정적으로 표출됐다. 이에 카카오는 3월 간담회를 열었고 그 결과 인사 평가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참고로 카카오는 최근 인사 담당 임원을 교체하고 인사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에는 네이버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라는 글이 확산됐고, 경찰의 조사 결과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노조도 움직였다. 네이버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한편, '공동성명'을 내고 해당 직원이 평소 상사로부터 업무 채근을 받거나 욕설이 섞인 지시를 받았고, 야근과 휴일근무를 수시로 해야 할 만큼 격무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또 이 상황을 회사 임원에 여러 차례 알렸으나 별다른 조처가 없었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만 직위 해제 됐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의 몇몇 직원이 A유닛장과 B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사내 인사팀에 신고한 것. 현재 크래프톤은 양측 입장을 모두 확인 중인 단계라는 입장이다.

 

이들 중 극심한 피해를 호소한 일부 직원은 변호사를 선임, 이 내용을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이날 신고,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으로 인해 두 사람이 상관으로 부임함에 따라 지속적인 고통을 겪었으며, 우울증 약을 복용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진술서 내용 중 A유닛장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 직원에게 1평짜리 전화부스로 출근해 그곳에서 업무와 식사를 모두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B팀장은 팀 회의에서 "A 유닛장은 누구 한 명을 찍으면 끝까지 괴롭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는 진정이 고용노동부에 제기 됐다.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노조 설립을 논의하려 하자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이 사실을 사측에 신고하자 쿠팡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

 

이에 해당 직원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여러차례 제기했고, 이에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 직접 조사에 착수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고용부 인천북부지청 관계자는 “진정이 들어오면 사내 처리 절차가 적절했는지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내용도 일부 판단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 동안 '젊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내세우던 IT-게임업계에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잇달아 터져나오자 업계 내부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성원이 젊은 것과 수평적이라는 것은 사실 연결될 수가 없다"며 "그 동안 강점으로 내세워 온 기업 문화가 사실상 허울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라고 꼬집었다.

 

한편, 넥슨 노조는 또 다른 노동 문제인 '전환배치'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넥슨지회 '스타팅포인트'는 지난 9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일정 기간이 지난 전환배치 대기자는 회사가 다른 부서로 자동 배치하되, 프로젝트가 중단(드롭)되더라도 팀을 유지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넥슨은 프로젝트 중단 후 1년 이상 업무에 재배치되지 않은 R팀 소속 직원 15명에게 3개월의 대기발령 명령을 내렸다. 이 기간 직원들은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외부 교육을 받는다. 회사는 임금의 75%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고, 200만원의 교육비를 별도 지급한다. 3개월 후엔 급여가 100% 지급되지만,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건 아니다. 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내는 등 사내 면접을 봐야 한다. 이에 대해 노조는 "고용불안을 야기한다"라며 지난 1일부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직원들을 권고사직해왔다. 그러나 넥슨은 지난 2019년 게임업계 최초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권고사직을 폐지하고 전환배치 제도로 인력을 운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장기 대기자들이 발생하면서 대기발령을 하게 된 것이다.

 

배수찬 넥슨 노조위원장은 "현재 대기발령 사태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며 "신규 프로젝트 생존율은 높게 잡아도 10%"라며 "2019년부터 프로젝트 중단과 축소가 반복됐고 610명이 사내 면접 대상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기발령 대상자는 아트·기획 직군인데, 개발자와 달리 이들 직군은 면접 시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등 전환배치 문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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