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플러스의 대히트 타이틀 칭송받는 자 시리즈의 최신작은 3D 액션 게임으로의 변화라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신작 '칭송받는 자 참(斬)'은 원작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었던 칭송받는 자 거짓의 가면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플레이어는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주인공인 하쿠를 비롯한 친숙한 캐릭터들을 활용해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ADV SRPG로서 전략성을 강조했던 원작 시리즈와 다르게 칭송받는 자 참은 액션으로 초점을 돌렸다. 대하 SRPG라고 해도 될 원작의 곳곳에서 나왔던 전투들에 직접 뛰어들 멤버와 진법을 선택하고 캐릭터들을 육성해 몰려드는 적들을 추풍낙엽으로 무찌르는 무쌍형 액션으로 탈바꿈했다. 장르의 변경이라는 거대하고 과감한 변화 속에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남기기 위해 일부 원작 요소들을 칭송받는 자 참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칭송받는 자 참은 싱글플레이만을 상정한 특정 모드들 외에도 PS 플러스 이용자들을 위한 온라인 멀티플레이 모드를 제공한다.
■ 압축된 거짓의 가면 스토리
스토리 모드인 '전기'에서는 칭송받는 자 트릴로지의 2번째 이야기인 '거짓의 가면' 속 메인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사실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3D 액션 게임이 첫 번째 작품이 아니란 부분은 조금 의아했으나 트릴로지의 첫 이야기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편도 아니고 깔끔하게 떼어내서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이 작품으로 처음 칭송받는 자 IP를 접하더라도 스토리 전개에 문제는 없는 편이다.
물론 문제가 없다는 정도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원작을 알고 있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꽤나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전기 모드는 최종장을 포함해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작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의 대화로 이야기를 이끄는 어드벤처 모드와 어드벤처 모드에 전투 모드가 포함된 장들이 따로 있어서 실질적인 전투 횟수가 그리 많지 않게 느껴진다. 18개에 모두 전투가 딸린 것이 아닌 적잖은 수가 대화만으로 끝이 난다는 점이 그런 기분을 더 들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원작과 이 작품에서의 어드벤처 모드가 보여주는 차이점은 명료하다. 일단 칭송받는 자 참은 원작의 스토리를 상당히 압축시켜 늘어놓은 다이제스트 느낌이다. 나레이션으로 상당한 부분을 간단하게 쳐내고 특정 부분들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이 작품만으로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은 이해를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원작 팬은 원작 팬 나름대로 쳐내진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을 삼키게 만든다. 또 하나의 차이는 어드벤처 모드에서 캐릭터들이 대화를 나눌 때 표시되는 것이 원작은 2D, 이 작품은 3D 모델링이라는 부분이다.
다행히도 2D 일러스트를 3D 모델링으로 옮기는 과정에 나는 참사는 최소한으로 줄여서 선방했지만 정작 이 모델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어드벤처 모드의 진행 자체가 모델링을 써서 입을 움직이고 캐릭터가 3D로 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원작과 거의 다르지 않기 때문. 눈동자의 모양이 가끔 바뀐다거나 하는 모습들은 원작에서도 보여줬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하기엔 어폐하고 있고, 앞서 언급한 입을 움직이는 모습도 대사에 맞춘 것이 아니라 그냥 짧은 모션을 반복적으로 대사가 나가는 동안 뻐끔거리는 식이기 때문에 조금만 자세히 보면 꽤 조악한 느낌이 든다.
여담으로 거짓의 가면 초반부의 악역이면서도 후반부까지 등장하는 모즈누와의 전투 비중이 은근히 있다. 전기에서 원작 스토리의 많은 것들을 줄이는 와중에 모즈누의 세력과 벌이는 전투를 살려서 초반부에 은근 빈번하게 등장한다. 최종장에서 원작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보여주며 끝이 나니 이후 다시 등장하지 않지만 말이다.
■ 좋은 타격감과 연격 살린 전투
원작 칭송받는 자 시리즈에서도 전투의 타격감은 썩 괜찮은 느낌이었다. 다른 부분도 그에 기여하고 있었겠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타이밍을 맞춰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연격' 시스템이 그런 타격감에 힘을 더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기본적으로 적을 공격할 때 느낄 수 있는 타격감이 좋은 편인데 여기에 원작의 전투 모드에서 수시로 활용된 연격 시스템을 도입해 타격감에 힘을 보탰다. 다만 모든 공격에 연격을 넣는다는 것은 무쌍 액션 게임과는 맞지 않으므로 각 캐릭터들은 전투 도중 모이는 기력을 소모해 발동형 기술 느낌으로 연격을 사용하도록 변경했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연격은 처음엔 하나 뿐이지만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특정 컨텐츠를 클리어하는 등의 조건을 달성하면 추가 연격 기술들을 해방할 수 있고, 이 연격기들을 복수의 연격기 슬롯에 배치한 뒤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초기를 주인공인 하쿠의 경우는 범위 내의 모든 아군을 회복시켜주는 연격을 사용하며 전기 도중에 합류하는 아투이는 점점 빨라지는 템포로 원을 맞춰야 하는 공격형 연격을 사용하는 등 연격에 따라 타이밍을 맞추는 방법도 달라진다.
직접 기력을 소모해서 발동하는 연격 외에도 전투에서 연격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더 존재한다. 제약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전투에는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데, 현재 조작하고 있는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이 연격을 사용하도록 지시하는 유격 시스템이 그것이다. 유격 슬롯에 넣은 연격을 발동시키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하쿠를 조작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회복 스킬을 받는 등 전황에 맞는 적절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한 전투에서 한 캐릭터가 단 한 번씩만 사용할 수 있는 필살 오의는 캐릭터 레벨에 따라 3번째 기력 게이지까지 축적할 수 있을 때부터 사용 가능한 기술이다. 기력 해방 상태에서 3칸의 게이지를 전부 소모해 적에게 맞추면 막강한 위력의 필살 오의를 발동시킬 수 있다. 대신 맞추지 못하면 기력만 날리는 셈이기에 게이지를 다시 모아 사용해야 하며 상기한 것처럼 한 번 성공하면 해당 임무에서 그 캐릭터의 필살 오의를 사용할 수 없으니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 적중한다면 이 작품 안에서 가장 화려한 연출에 준하는 필살 오의 연출과 함께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각종 전투 모드
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전투의 수가 적은 편이라 아쉽다고 했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전투 모드들이 다수 마련됐다. 전기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전투 컨텐츠는 백앵연무 메뉴에서 즐길 수 있다. 원작에서도 존재했던 전투 회상 모드를 여기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일종의 프리 배틀 모드로 활용해서 전기 전투를 자유로운 편성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로 만들었다. 전기 전투 모드와 전투 회상의 차이는 보상의 종류나 스테이지 진행 양상의 차이에 있다.
전기에서는 보상보다는 스토리 진행을 중점적으로 삼기 때문에 전투도 주 임무를 순서대로 달성하면 끝나는 식이고 보상도 화폐 재화인 전과 경험치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투 회상에서는 경험치와 함께 캐릭터 능력치 향상에 상당히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보너스 포인트(BP)를 제공하며, 전기에서 스토리 클리어의 목표가 되는 주 임무 외에도 보조 임무가 복수로 등장한다. 주 임무와 마찬가지로 보조 임무 완수에도 보상을 주기 때문에 캐릭터 육성을 위한 BP를 여기서 많이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BP는 이런 곳에 사용된다.
조금 더 전기를 진행하면 자유 임무 기능도 해제된다. 이는 작중 등장인물인 오슈토르의 밀정으로서 활약하는 하쿠의 입장을 살려 다양한 임무에 도전하는 또 다른 프리 모드 컨텐츠다. 보조부터 첩자까지 다단계의 자유 임무 등급이 있으며 해제 조건을 갖추면 다음 등급을 해제할 수 있다. 각각의 밀정 등급에 따라 추천되는 적정 레벨이 있으므로 해당 컨텐츠를 편하게 즐기려면 캐릭터 레벨을 어느 정도 갖출 필요가 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기능인 통신 협력 모드는 싱글플레이의 것을 고스란히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닌 온라인 멀티플레이 전용의 스테이지들을 제공한다. 싱글플레이에서와 마찬가지로 4명까지 파티를 짜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각각의 임무 진행 방식은 싱글플레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신 임무나 보조 임무 등의 수주처럼 결정이 필요한 부분들은 호스트가 선택하게 되므로 파티원들은 이모티콘 등을 활용해 의사를 전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대를 잘 잡지 않으면 멀티플레이 방을 찾기가 어려운 편.
온라인 전용 스테이지들
이외에도 각 캐릭터가 연격 등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투기장 모드, 전을 사용해서 장착 가능한 능력들을 획득하는 장비 연성 시스템이 일종의 뽑기 시스템으로 마련되어 있고 전투를 비롯한 각종 컨텐츠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훈장들을 모아 보상을 받거나 훈장들을 모아서 한 열을 획득하면 또 그에 따른 보상을 습득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있다.
■ 무난하지만 개선점 많은 첫 시도
칭송받는 자 참은 좋은 점들만 두고 본다면 그간 ADV SRPG를 만들어오던 그들의 새로운 시도 치고는 무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의 느낌도 일정 부분 살려주면서 액션 게임에 필요한 타격감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2D에서 3D 모델링으로 넘어올 때 생길 수 있는 격한 괴리감도 적은 편이라 이런 부분들은 좋았다. 하지만 아직 미숙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들이나 아쉬운 부분들 역시 그냥 넘어가기엔 조금 눈에 밟혔다.
우선 타격감은 괜찮은 편이지만 무쌍 계열의 액션 게임하면 생각나곤 하는 대규모 전투와 전장을 종횡무진으로 휘저으며 활약하는 맛은 덜하다. 대부분의 전투들이 소규모의 전투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에 적병이 몇 백이나 나오는데도 이 장르가 주는 특유의 쾌감은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심지어 프레임 문제가 빈발해서 답답함까지 더한다. PS4 프로를 기준으로 한다면 모르겠지만 PS4를 기준으로는 첫 번째 장부터 프레임드랍이 무자비하게 발생한다. 이 장르에 있어선 등장하는 적 자체가 많기 때문에 늘 동반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다음 작품이 나온다거나 이 작품의 업데이트가 꾸준히 진행된다면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미 첫 스테이지부터 프레임 드랍이 발생중
전투 난이도의 배분도 조금 아쉽다. 적절하게 점점 상승하는 난이도라면 좋았을텐데, 최종장까지 18장 분량에서 마지막 3개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투는 딱히 BP를 많이 투자하지 않고 그냥 진행하더라도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정도였다가 갑자기 마지막 전투에서 3개 앞부터는 난이도가 상승한다. 적의 체력도 굉장히 높아지고 위력도 강해져서 그 직전까지 사용하던 상태 그대로 들고 전투로 나가면 꽤나 시간을 잡아먹는다. 여기에 더해 2개로 나뉜 최종보스전은 2차전보다 1차전이 훨씬 어려운 편이다. 이렇게 보스전까지 난이도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다가 최종장에선 사실상 이벤트전이라서 감동도 무엇도 없이 양측 캐릭터가 대사를 읊을 때까지 버튼을 누르기만 하고 있으면 어느새 엔딩으로 돌입한다. 특히 최종장의 그것 때문에 상당히 중구난방한 난이도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액션 장르로 넘어오면서 3D 모델링이 도입되고, 그에 따라 스토리 모드에서 아무래도 잘 만든 모델링을 활용한 컷신 연출 등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작과 동일한 스토리를 답습하면서도 이 작품에서만의 장점을 내세울 수 있는 좋은 부분인데 정작 3D 모델링은 원작과 동일한 방식의 어드벤처 모드에서 낭비되다가 극후반부에 3D 컷신을 조금 넣어주는 정도여서 상당히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신에서 3D 컷신을 나름대로 잘 만들어줬고 이 부분이야말로 칭송받는 자 참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것뿐이라는 점이 부족하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줬으면 했다.
이런 기술을 더 활용했다면
일정 부분 기대하고 있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에 비해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보여 볼멘소리를 늘어놓기는 했지만 칭송받는 자 참은 꽤 평범한 무쌍 액션 게임이다. 원작 느낌을 살리려는 노력도 했고 전투 임무 하나하나가 짧긴 해도 타격감 자체는 괜찮은 편이며 그 작은 전투 사이에도 은근한 전략성이 있어 그런 부분은 칭찬할 수 있다. 칭송받는 자 시리즈의 팬이라면 아쉬운 부분이 더 많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난한 신작 액션.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