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PS1 및 세가 세턴 플랫폼으로 세간에 첫선을 보인 캡콤의 호러서바이벌 액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다양한 개인화기로 무장해 바이러스 유출로 변이된 좀비 및 괴물에 맞서 싸우고 갖가지 퍼즐 요소를 헤쳐가며 위험 지역에서 탈출하는 재미가 일품인 호러, 액션, 어드벤처의 재미가 결합된 본 시리즈는 그 매력적인 게임성과 뛰어난 완성도에 힘입어 24년 전 1편의 출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려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한 다수의 멀티 플랫폼에서 무수히 많은 시리즈 후속편을 출시, 시리즈 글로벌 누적 판매 9,400여만 장에 달하는 기염을 토하며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를 매료시켰고 캡콤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지난 1999년에 발매된 시리즈의 세 번째 정식 넘버링 작품이자 시간상 2편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그리는 외전 격 속편 ‘바이오하자드3: 라스트 이스케이프’는 전작에 라쿤시티에 퍼진 전염병 아포칼립스, 더불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자 만악의 근원인 엄브렐라社의 행방을 뒤쫓는 흥미롭고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 그리고 1, 2편에서 호평을 받은 높은 액션 완성도 및 색다른 시스템과 컨텐츠 등을 선보이며 누적 판매량 350만 장을 기록, 시리즈의 팬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3일 게임피아에 의해 PS4와 XBOX ONE, 그리고 PC 플랫폼으로 공개된 '바이오하자드RE: 3(이하 RE3)’는 앞서 언급한 ‘바이오하자드3’ 의 출시 이후 무려 21년 만에 선보이는 리메이크 작품으로 원작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재미와 감성의 계승은 물론 현세대 거치형 콘솔 퀄리티로 업그레이드된 고 퀄리티의 그래픽과 일부 스토리텔링 및 전투 시스템의 개선, 보다 편의성 높아진 시스템 등으로 무장, 원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된 완성도를 자랑한다.
참고로 본 리뷰는 PS4 기준으로 작성됐다.
■ 우수한 시청각적 퀄리티, 뛰어난 긴장감이 일품
지난해 출시한 2편의 리메이크작 ‘바이오하자드: RE2’이 워낙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이며 필자를 포함한 국내외 많은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은 탓에 시리즈 팬들의 입장에선 이번 RE3 역시 RE2에 못지않은 게임성과 완성도를 바라며 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을 터.
이 부분은 기존에 3를 플레이해봤고 그 재미에 만족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구성이었다. 본작이 어디까지나 게임 네이밍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싹 갈아엎은 리마스터작이 아닌 리메이크인 만큼 딱 3에서 불편하거나 미흡했던 부분의 보완 및 시청각적 퀄리티의 상향이 이뤄졌고 이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RE3가 원작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부분은 그 무엇보다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재탄생한 그래픽이라 말해 과언이 아닐 것이다.
RE3는 지난 2017년 출시돼 ‘바이오하자드7’ 및 RE: 2에 쓰였던 동일한 RE 그래픽 엔진으로 제작돼 도트가 튀고 폴리곤 뭉개짐이 심하던 5세대 가정용 게임기로 발매된 원작과 비교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깔끔한 그래픽으로 변모했다.
더불어 높아진 그래픽 퀄리티로 인해 좀비 및 괴물들 역시 비주얼이 대폭 상향돼 원작보다 훨씬 기괴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느끼게 했으며, 마찬가지로 인 게임 컷신, 시네마틱 영상 또한 동일한 엔진으로 제작돼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향상시켰다. 덧붙여 전투 액션의 연출 및 적들의 유혈 효과 등 갖가지 이펙트의 상향, 이 외에도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원작보다 훨씬 어둡고 음침하게 만드는 등 원작을 훨씬 증가하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플레이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또 게임의 배경 자체도 폐쇄된 건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갑갑하고 단조로운 느낌의 RE2에 비해 드넓은 시가지와 개활지를 무대로 진행되다 보니 게임 내 필드의 스케일이 한층 더 풍성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사운드의 퀄리티, 특히 타격과 피격음 두 가지가 매우 뛰어나 슈팅의 타격감과 그 손맛이 매우 좋았다.
이렇듯 전반적인 그래픽 및 연출, 음성 등을 포함한 시청각적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나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전작 RE2와 동일하게 3년째 우려먹는 사골 그래픽 엔진으로 제작된 점은 조금 아쉽다. 기술적으로도 본작의 그래픽 퀄리티는 RE2랑 사실상 똑같은데 이는 아무래도 1년 단위로 출시하는 짧은 개발 기간의 리메이크작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아직도 일부 몹들이나 사물 표현에 이질감이 드는 부분들이 있어 차기작은 이 부분도 보완해 줬으면 한다.
스토리 및 전투신 또한 원작 그 이상의 우수한 퀄리티로 재현돼 필자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고 본 시리즈가 지닌 고유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긴장감’과 ‘공포’ 역시 RE2 못지않게 뛰어났다.
특히 작중 등장하는 괴물들의 비주얼들이 전작보다 훨씬 흉흉해진데다 전반적인 난이도 자체도 높아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이 중에서도 드레인 데이모스나 네메시스, 헌터와의 추격전과 최종 보스전의 재미는 만족스러운 편. 다만 즉사기가 너무 많고 긴급 회피를 너무나 강요하는 전투 구성이다 보니 플레이어에 따라 게임 플레이의 재미가 크게 반감될 수 있겠다.
또 방금 언급했지만 난이도 옵션 역시 개선이 가해졌는데 속칭 ‘고인물’ 시점에서 단조롭기 그지없던 전작 RE 2의 최종 난이도를 아득히 능가하는 신규 난이도 ‘나이트메어-인페르노’가 등장, 압도적인 물량과 피통, 플레이어의 공격까지 능숙히 회피하는 끔찍한 어려움을 선사해 후술할 플레이 타임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동시에 고인물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시킨다.
마찬가지로 작중 연출의 완성도 또한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났는데 괴물들 고유의 공격 컨셉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잘 재현한 부분 및 등장하는 컷신 모두의 연출이 매우 강렬하고 스릴 넘치는 인상을 풍겼다.
원작을 재구성한 스토리텔링의 변화도 반길 부분이다. 작중 등장하는 주연급 캐릭터들의 연결고리가 보다 분명해져 1, 2편 및 원작의 초반 시작부분에서 실마리에 싸였던 일부 사건들이 확실하게 조명됐고 조연 캐릭터들의 비중 또한 대폭 늘어나 스토리의 완성도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더불어 메인 스토리모드 이외에도 엄브렐러사의 실험자 ‘마스터마인드’와 실험 시설에서의 탈출을 시도하는 생존자 간에 펼쳐지는 4대 1 비대칭 대전 서바이벌 호러 모드인 ‘바이오하자드 레지스탕스’가 추가로 수록돼 메인 스토리와는 차별화된 레지스탕스 모드만의 짜릿하고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RE2에 이은 코스튬 모드의 지원, 일부 시스템의 변화 등의 긍정적 개선점이 다수 존재하나 이에 못지않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무엇보다 필자가 아쉬움을 자아내는 건 바로 극도로 짧은 플레이타임. 위에서 말했듯 개연성 없던 일부 스토리라인 및 캐릭터 비중의 전반적인 수정이 가해져 특정 구간의 진행은 마음에 드나 이와 별개로 원작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삭제되는 일 또한 벌어졌고 이로 인해 플레이타임은 길어야 5시간, 일반 난이도 기준 3~4시간 컷이 가능할 만큼 상당히 짧다.
■ 짧은 플레이타임과 제한된 플레이 요소가 아쉬워
게임의 자유도 또한 원작보다 대폭 줄어들어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원작은 선택지를 통한 스토리 분기점, 이를 통해 결말이 서로 다른 멀티 엔딩을 보거나 다양한 필드 이벤트 및 맵 탐색의 제한이 없었지만 본작은 선택지 시스템을 삭제해 엔딩 루트를 오직 한가지로 고정했고 이미 지나친 곳은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등 매우 단조롭고 틀에 박힌 일자식 진행만을 강요, 이는 곧 원작의 이벤트 및 라쿤 시티 탐험 요소의 대폭 축소 및 전체적으로 게임 스케일과 볼륨이 작아지게 만드는 악수로 작용했고 다른 시리즈들과 차별화된 원작 3편의 재미를 크게 반감시키는 결과로 이어졌고 전작의 재탕 요소도 한가득.
덧붙여 전작 RE2의 경우 본편의 메인 스토리모드에 다양한 미니게임을 추가해 플레이 볼륨을 늘리는 성의라도 보여준 반면 본작은 이렇게 빈약한 플레이 타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보완할 추가적인 컨텐츠(DLC) 마저 없는 상태. 심지어 원작에서 나름 호평을 받은 요소인 머서너리즈 모드마저 생략해 스토리모드 완료 후 즐길 만한 반복 플레이 요소는 특전 무기나 아이템을 얻기 위한 다회차 노가다와 레지스탕스뿐이다.
레지스탕스 역시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요소라 생각된다. 게임 플레이는 4인의 생존자와 좀비를 조종하는 1인의 흑막 간의 대결구도로 이어지며 생존자들은 개개인 별로 주어지는 다양한 특수능력들과 갖가지 장비와 아이템을 습득해 제한시간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본 모드는 이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점은 좋았으나 플레이 대 플레이어로 치러지는 온라인 매치다 보니 플레이 방식이 기존 시리즈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고 모드 자체의 재미나 그 볼륨이 그리 뛰어난 편이라 볼 수도 없다. 출시 보름도 안 된 모드의 매칭 시간이 날이 지날수록 길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 새로운 모드 도입의 시도는 좋았으나 완성도는 아쉬웠다.
이처럼 RE3는 뛰어난 그래픽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텔링은 좋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특히 짧은 플레이 타임과 반복 플레이 요소가 적은 점은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리즈의 팬이자 3편을 재미있게 즐겨본 경험이 있다면 그나마 흥미를 느낄 수 있겠으나 PS4 플랫폼 기준 정가 79,000원이란 고가 대비 너무나도 빈약한 볼륨은 선뜻 추천을 권할 수 없게 만든다. 차기 리메이크작은 이러한 부분을 보다 보완해줬으면 한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