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소재의 어드벤처 게임 '플레이그테일:이노센스'

피어나는 가족애와 대탈주
2019년 07월 02일 06시 40분 28초

에이치투 인터렉티브가 패키지판인 PS4 플랫폼과 디지털판인 PC 플랫폼에 정식 한국어판으로 국내 유통한 아소보 스튜디오의 어드벤처 게임 신작 '플레이그테일:이노센스'는 백년전쟁으로 황폐해지고 흑사병이 만연하는, 약간의 가상 요소들을 가미한 14세기의 프랑스를 무대로 이단 심문관들의 추적을 피해 기나긴 여정을 떠나는 두 남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348년의 어느 날 프랑스 왕국을 삽시간에 휩쓸어버린 대역병이 창궐하고 귀족의 자녀인 아미시아와 휴고 남매는 이단 심문관들을 피해 도망가며 역병이 들이닥친 마을들을 지나게 된다. 탈주의 여정 도중에 만나는 다른 아이들과 힘을 합하거나 선한 마음을 가진 어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흑사병을 옮기고 물리적으로 직접 달려들어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가는 쥐떼들을 빛과 불로 물리쳐야 한다.

 

갑자기 마주한 큰 사건에 의해 의지할 것도, 상황을 설명하거나 해결할 명확한 단서도 없이 하나의 목적과 서로만을 의지하는 아미시아와 휴고는 살아남기 위해 미지의 공포와 포위망을 조여오는 이단심문관 무리에 맞서야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아미시아와 휴고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 역사와 픽션을 섞은 배경

 

앞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플레이그테일:이노센스의 배경은 실제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과 다소의 픽션을 가미한 것으로 여느 중세 판타지물과 다르게 와닿는 느낌이 다르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은 흑사병의 강타를 피해갔기 때문에 와닿는 점이 유럽의 게이머와 차이는 있겠지만 플레이그테일:이노센스에서 다루고 있는 배경인 1348년의 프랑스는 바로 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은 실제 대흑사병 시기에 흑사병이 파리에 도달하는 시점과 일치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변화를 줘서 새로움을 더했다. 쥐들이 작중 흑사병을 옮기는 근원인 것은 역사와 동일하지만 그냥 병마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수백마리의 쥐떼가 실제로 사람들을 덮쳐 앙상한 뼈만 남도록 순식간에 잡아먹어 버리거나 도입부에서 아미시아의 개가 순식간에 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등 대적하기 힘든 적의 면모들을 부각시키고 아미시아의 동생이자 동반자 역할을 하는 휴고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등 단순히 역사 기반의 어드벤처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는 '픽션' 요소들이 가미됐다.

 


 

  

 

만약 이 이야기가 역사적인 사실만을 다뤘다면? 물론 중세 흑사병 시기의 암울한 분위기를 다룬 어드벤처 게임 신작으로서 완성도 등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겠지만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의 뒤가 궁금해질만한 요소가 적을 것이다. 이유도 모르고 이단심문관들에게 쫓기는 것도 당시 교회의 힘이 약하지 않았고 흑사병과 관련해 환자를 숨겨줬던지 그에 관련된 무슨 일이 있겠지 정도로 넘어가버릴 수 있겠지만 여기서 픽션 요소를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흥미를 유발한다.

 

인트로에서 키우던 개가 미지의 존재에게 공격을 당한 후 땅으로 빨려들어가는 장면, 한 가족임에도 병으로 틀어박혀 누나인 아미시아와 거의 만나지 못하고 처음 도주를 시작했을 때는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서로 서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휴고를 목적으로 들이닥치는 장면, 그리고 초반부의 대화를 통해 휴고가 단순히 아픈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는 분위기를 주면서 플레이어가 이단심문관이 휴고의 무언가를 쫓고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해 뒤로 이어질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적절하게 유발했다.

 


 

  


■ 전투를 최소화한 진행

 

플레이그테일:이노센스에서는 전투 요소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와 다르게 어드벤처 장르 본연의 요소들에 집중하면서 작중 전투요소를 최소화 했다. 아미시아는 직접적인 전투에 나서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죽는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적과 대치하는 전투 상황 자체가 연출되지 않는다. 이단심문관과 병사들을 공격할 수단은 있지만 적의 장비 수준이 올라가면 한 번에 죽일 수 있었던 하위 병종과 달리 처치나 무력화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실상 병사들의 눈을 피해가는 것이 정규 루트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작중에 수시로 등장하는 공공의 적이자 공포의 대상인 쥐떼들에게도 무력하다. 물론 어느 경우를 제외하면 한 번에 등장하는 쥐떼의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횃불을 들고 쥐떼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으면 쥐를 불태워 어느 정도 처치할 수 있는데, 이를 반복해 정말로 화면 가득히 우글우글거리던 쥐떼의 수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나 이것도 초중반부의 이야기로 후반부에 등장하는 다른 형태의 쥐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아미시아는 휴고와 기본적으로 손을 잡고 이동하며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수 없다. 휴고에게 좁은 구멍을 통해 반대편으로 넘어가게 하거나 먼저 넘어가서 특정 사물에 상호작용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아미시아와 장시간 멀리 떨어진다면 공황 상태에 빠져 난동을 부려 적을 이끌어서 죽어버리기 십상이다. 체구가 작아서 아미시아보다 이동이 느리기도 해 휴고를 부르거나 보낼 때 거리를 잘 재지 않으면 도중에 발각되기도 한다.

 

약한 병종은 죽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일시적인 무력화나 유인으로만 활용할 수 있는 돌팔매질과 몇 가지 기술이 주 캐릭터인 아미시아의 전부일 정도로 전투 비중이 적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상황을 해결할 때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지혜를 짜내게 된다. 흑사병이 휩쓴 1348년의 가혹한 프랑스 땅에 내던져진 어린 남매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약간의 영향을 주기도.

 


 

  


■ 분위기와 장르 살린 수작

 

역사에 픽션을 더한 아소보 스튜디오의 어드벤처 신작 게임 플레이그테일:이노센스는 분위기와 장르, 그리고 비주얼을 잘 살린 수작이라고 부를만 하다. 게임 특유의 생기 없는 눈동자나 시선 처리는 조금 아쉽지만 그밖의 비주얼은 PC 버전에 비해 사양이 뒤떨어지는 PS4에서도 보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잘 빚어졌다. 컷신과 실제 게임 플레이 사이에 있는 위화감이 적어 게임을 즐기는 내내 눈도 즐겁다.

 

플레이어가 스토리에서 느낄 수 있는 흥미를 잘 이끌어낸 점이 좋았으며 처음 도주를 시작할 때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가씨였던 아미시아와 세상과 단절된 채 방에서만 살았던 휴고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점차 변화를 맞이하고, 아버지에게 배웠던 돌팔매질을 십분 활용하면서 몇 가지 기술과 장비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점차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보충을 한 부분도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흔하디 흔한 플롯이지만 시행착오를 겪던 서먹한 남매에게 점차 가족애가 생기는 부분도 괜찮았다.

 

플레이그테일:이노센스는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하거나 좋은 비주얼의 게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반면 어드벤처 장르라도 액티브함을 살린 게임들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작중 쥐나 적과 대치하는 상황이 적지는 않은데 직접적인 아미시아의 전투 비중이 낮아 위기를 대처할 수단이 적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파워포토 / 1,087,410 [07.02-12:04]

그래픽이 한편의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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