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PS1 타이틀로 첫선을 보인 남코(현 반다이남코)의 비행 슈팅 게임 ‘에이스 컴뱃’ 시리즈는 첫 출시부터 지금까지 무려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해 다수의 멀티 플랫폼에서 무수히 많은 시리즈 속편을 선보이며 시리즈 누적 판매 1,400여만 장을 기록,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7일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BNEK)에 의해 PS4와 XBOX ONE, 더불어 금일 PC 플랫폼으로 발매된 '에이스 컴뱃 7’은 지난 2014년 PS3 플랫폼으로 발매된 ‘에이스 컴뱃 인피니티’ 의 출시 5년 만에 선보이는 시리즈 최신작이며 2006년 출시된 ‘에이스 컴뱃 6’ 이후 무려 13년 만에 등장한 정식 넘버링 작품이다. 역대 시리즈의 제작을 담당한 ‘PROJECT ACES’가 맡아 기존 작품에서 보여줬던 시리즈 특유의 재미와 감성을 계승한 점도 일품이다.
참고로 본 리뷰는 PS4 기준으로 작성됐다.
■ 뛰어난 퀄리티로 돌아온 시리즈 최신작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현세대 거치형 콘솔의 성능을 기반으로 발매된 작품인 만큼 본 작품은 그래픽 퀄리티는 전작과 비교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해졌다. 언리얼 엔진4로 제작된 에이스 컴뱃7은 매끄러운 텍스처 질감과 아름다운 광원 효과, 구름, 기류, 뇌운 등 실시간 기후 적용 및 보다 화려해진 물리, 파괴 연출 등으로 무장해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한다.
본 작의 게임 플레이는 크게 시리즈의 독자적 가상 세계인 ‘스트레인지리얼’에서 에너지 자원줄 ’궤도 엘리베이터’의 패권을 둘러싼 두 국가, 에루지아 왕국과 오시아 연방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캠페인 스토리 중심의 싱글플레이와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과 공중전을 벌이는 멀티플레이 모드 2가지로 나뉜다.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필자는 고 퀄리티의 시네마틱 영상을 접하고 크게 감탄했다. 이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완성도가 뛰어났고 이후 진행될 스토리의 몰입감을 크게 향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될 만큼 상당히 인상적이며 미션 시작 전에 등장하는 브리핑 영상 또한 미래 지향적이며 직관적인 연출로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게임 내 등장하는 각종 음성, 아군과의 교신음이나 미사일 락온, 플레어 발사나 바람을 가르는 회피 기동음 및 BGM의 퀄리티도 매우 우수해 전쟁 영화 등 다수의 미디어매체에서 접해봤을 공중전의 긴장감과 박진감이 보다 극대화돼 미션의 완성도가 더욱 훌륭해졌다.
다만 스토리 전개가 매우 산만했다. 스토리 진행은 미션>시네마틱 영상 감상>미션 브리핑>미션 시작 순으로 진행되는데, 중간에 끼어든 영상의 경우 개성이 넘치는 다수의 캐릭터를 도입한 것은 인상적이라 평가할지라도, 해당 캐릭터들의 집중적인 조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다음 미션으로 이어져 게임의 진행 흐름을 끊었고, 전체적인 캠페인 완성도의 부실로 이어지는 결과로 초래했다.
또 미션 진행 중 상단에 아군의 대사가 자막으로 전달되는데 전투에 신경을 쓰다 보면 이에 집중하지 못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기 쉬웠다.
온라인을 통한 멀티플레이 게임 모드는 크게 개인전 형식의 배틀로얄, 그리고 팀 단위 전투인 팀 데스매치로 나뉘며 팀 데스매치의 경우 최소 2:2부터 최대 4:4 8인까지 한 방에서 플레이 가능하다.
리뷰를 작성하는 현시점에선 오로지 공중전을 베이스로 한 이 두 가지의 PVP 전투뿐이라 모드의 다양성이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추후 패치 등을 통해 지상의 건물이나 병기를 타겟으로 하는 공대지 PVE 미션 등을 추가해 멀티플레이의 볼륨과 완성도를 한층 높여줬으면 한다.
게임 매칭 속도는 눈 깜짝할 사이 정말 빠르게 이뤄지며 핑(Ping) 또한 안정적이라 게임 플레이가 상당히 쾌적한 편, 더불어 다수의 멀티플레이 전용 도전 과제가 주어져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캠페인 미션 클리어 보다 훨씬 후한 MRP 보상이 주어져 기체 언락과 부품 업그레이드를 빠르게 하기에 용이한 것도 멀티플레이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아울러 PSVR을 보유 중이라면 해당 기기를 통해 VR 전투를 체험할 수도 있다. 듀얼쇼크 조작보다 수 배는 월등히 뛰어난 현실감을 느낄 수 있지만, 아쉽게도 VR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 볼륨은 매우 적어 사실상 일회용 컨텐츠라 봐도 무방하다.
■ 어려운 난이도, 불친절한 시스템은 아쉬워
작중 등장하는 기체의 수는 약 30여 종에 이르며, 크게 공대공에서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전투기, 지상의 적들을 섬멸하는 데 초점을 둔 공대지 특화의 공격기와 이 두 타입 모두의 능력과 밸런스를 적절히 갖춘 전폭기인 멀티롤 3가지 병과로 분류된다.
기체의 라인업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우수했다. F-4 팬텀이나 F-14 톰캣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구세대 전투기부터 현존 최강이라 일컫는 5세대 전투기 F-22, 실전 배치 없이 실험기로 남게 된 YF-23 등 근현대부터 현시점까지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거나 화제가 된 미국, 구소련과 러시아, 유럽 연합 국가의 유명 기체로 가득하다.
더불어 공대공, 공대지 등 각 전투 환경에 특화된 무장을 장비하거나 기체의 부품 업그레이를 가능케 하는 기체 커스터마이징 및 파츠 무장 컨텐츠 또한 상당한 볼륨을 자랑하기에 기체와 파츠를 언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필자가 본 게임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캠페인 미션의 난이도 문제다. 근 20여 년간 에이스 컴뱃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온 필자마저 일부 미션은 질색을 할 만큼 게임이 어렵게 변화했고, 이는 지난 시리즈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가장 낮은 난이도에서 게임을 즐길지라도 본 작품에서 새로 도입된 구름 등의 기상변화 요소 도입 덕택에 락온 등이 어려워졌으며 적군 AI의 행동도 보다 복잡해져 시리즈 숙련자라 할지라도 격추가 쉽지 않다.
이어 미션의 구성마저 대부분 정해진 시간 내에 일정 점수를 획득해야 하는 구성이 대부분이고, 고 점수 타겟을 격추시키는 일 또한 매우 힘든 편에 속하기에 기존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아 게임 진행 및 전투에 대한 요령이 없다면 매번 촉박한 시간에 허덕이며 미션 실패, 재도전을 하기 십상이다. 또 미션 실패 시 지금까지 해당 실패 미션에서 모은 게임 내 점수 및 자금이 모두 증발하는데 적어도 소정의 자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제아무리 적응이 힘들고 어렵다 한들 도중에 세이브만 된다면 이러한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본 작품은 이러한 희망의 끈마저도 싹 없애버렸다. 고 난이도의 미션 대비 체크포인트 조차 너무 드물다. 애초에 에이스 컴뱃 시리즈가 체크포인트가 적기로 유명했지만 본 작품은 난이도마저 이전 작품들 보다 훨씬 올랐으니 체감상 어려움은 전작들의 배가 넘는 수준. 수십 여분을 열심히 플레이했는데 아군 편대가 괴멸되거나 자신이 격추되어 미션을 원점부터 시작하는 일이 허다해 필자의 멘탈을 박살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난이도 문제를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기상요소를 활용한 보다 전략적인 전투를 펼칠 수 있는 점, 제한된 시간 속에서 진행되는 긴장감과 긴박함의 극대화, 이를 극복하고 미션을 클리어해 얻어지는 성취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마치 프롬 소프트웨어사의 소울 시리즈와 유사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에이스컴뱃 7은 어디까지나 비행 슈팅 게임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십, 수 백발의 폭장량으로 무장한 기체를 조종하며 적진을 괴멸시키는 재미로 명성을 떨친 본 시리즈가 기동 및 전투에 있어선 마치 비행 시뮬레이션처럼 급격하게 난이도가 올랐으니 기존 팬들의 호불호가 크게 갈릴 만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 느끼게 될 어려움은 덤이다.
그나마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멀티플레이를 적극 이용하는 것이다. 승패에 상관없이 미션보다 손쉽게 많은 보수를 획득할 수 있기에 게임이 어렵다면 이를 활용해 극 초반부터 F-22 같은 최종 병기를 언락한다면 그나마 부담이 적고 보다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렇듯 에이스 컴뱃7는 기존 시리즈 대비 월등히 좋아진 연출과 고 퀄리티의 그래픽, 보다 다양해진 게임 컨텐츠 볼륨 등으로 돌아왔다. 캠페인 난이도만 극복해낸다면 본 작품은 기존 그 어떤 시리즈보다 뛰어난 비행 슈팅의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며, 시리즈 팬은 물론 해당 장르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보길 바란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