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거세지는 노동자의 힘

웹젠 노조, 첫 파업 예고
2022년 04월 11일 15시 45분 27초


 

게임업계에 노동자의 힘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웹젠지회가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7~8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에 따른 결과다.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21일 진행된 임금 교섭이 결렬되면서 시작됐다. 노조측은 사측에 일괄 1,000만원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평균 10% 인상을 제안했다. 이후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파업을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구체적인 파업 진행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웹젠 노조는 우선은 사측과 대화를 원하는 상황이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조합우너들 사이에서도 파업 돌입 시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주에 구체적인 파업 시기를 잡을 예정이다"라고 말하고, "회사 측과 이야기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측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웹젠 관계자는 “회사는 지속적으로 노조 측과 소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할 것이지만, 파업으로 인해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참고로 지난 3월 15일 노조측은 평균 16% 인상 및 일시금 200만원이라는 수정안을 내놓았고, 사측은 평균 10% 인상 및 평가 B등급 이상 직원에 한해 200만원 지급을 제안하면서 조정이 중단됐다.

 


지난 5일 열린 웹젠 노동조합의 집회

 

지난 2018년 등장하기 시작한 게임업계 노조는 현재 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 엑스엘게임즈까지 네 곳에 달한다. 넥슨의 스타팅포인트가 제일 먼저 설립되었고, 다음 날엔 스마일게이트의 'SG길드'도 설립을 발표했다. 이후 엑스엘게임즈의 '엑스엘리부트'는 2020년 7월, 웹젠의 '웹젠위드'는 2021년 4월 설립됐다.

 

게임업계 노조들의 공통 된 주요 안건은 포괄임금제 폐지와 '크런치 모드'로 대표되는 장시간 근로 환경 타파, 고용 불안으로 요약된다. SG길드는 설립 당시 "게임업계 성장의 뒤에는 좋은 게임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정을 쏟았던 우리들이 있었다"며 "우리는 즐거움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부품이었다"고 꼬집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장기 대기발령 상태가 되면서 오는 불안감도 노조 결성에 불을 지폈다. 엑스엘 리부트는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되면서 프로젝트 3개가 연달아 폐지됐다"며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스튜디오 존폐가 결정된 불신이 쌓여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며 설립 배경을 밝혔다.

 


지난 2019년 열린 넥슨 노조의 집회

 

상관없는 직무를 떠맡은 사례도 있다. 2019년 9월 열린 SG길드의 집회에서 차상준 지회장은 "왜 회사가 프로젝트 중단을 결정하면 우리가 권고사직을 당하고 직무가 바뀌어야 하느냐"며 "회사가 프로젝트를 접고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제품검수(QA) 업무를 맡긴 뒤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여기에 고위 임원들과 직원들 간의 심각한 연봉 격차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웹젠위드의 설립 배경에는 당시 연봉 인상과 관련 된 이슈가 크다. 2021년 당시 사측에서는 전직원 연봉 2,000만원 인상 소식을 발표했지만 실제 살펴본 결과 일부 직원들에게는 백만 원 단위의 임금 인상만 있었던 것.

 

웹젠위드는 이에 대해 '평균'이라는 말에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의 임직원들에게만 성과금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직원 A에게 6,000만원을 주고, 직원 B/C/D/E에게 1,000만원을 줘도 평균 2,000만원이라는 것이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작년 ‘평균 2000만원의 함정’ 이후 많은 퇴사 인원이 있었음에도, 남은 웹젠 직원들은 1년간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그 전년도에 필적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웹젠 직원들도 충분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노조는 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웹젠은 2020년 2900억 원, 2021년 2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지난달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임원 보수 한도가 100억원으로 승인되었음에도 직원들의 중위연봉은 동종업계 대비 1000만원 이상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알려졌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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