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일깨우는 '성노예'의 참상

게임, 사회 문제에 경종 울린다
2020년 12월 01일 00시 42분 16초


 

심각한 사회문제, 그 중에서도 '성노예'에 대한 참상을 일깨워주는 게임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2월 1일, 오늘 스팀을 통해 출시되는 겜브릿지의 어드벤처 게임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게임이다. 제목인 '웬즈데이'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는 수요집회에서 따왔다.

 

이 게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 운동가 '순이'가 1945년 인도네시아 사트긴 섬으로 돌아가 동료들을 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자는 '순이'가 되어 과거로 돌아가 사건의 전모를 밝히게 되며, 이 과정에서 위안부로 끌려온 세계 여러나라의 여성부터 군속, 포로까지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당시의 참혹한 역사적 배경을 경험할 수 있는 한편, 일본군이 은폐하려는 진실들을 밝혀 나갈 수록 현재도 점점 변화하게 된다는 희망섞인 스토리에 이용자 스스로 현실의 위안부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위안부 수요집회는 꾸준히 극단적 세력의 공격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보수단체라고 자처하는 '엄마부대'가 집회 장소를 선점하기까지 하면서 수요집회 중단은 물론 소녀상 철거까지 요구했다. 비상식적인 행동이 분명하나 일부 시민들, 특히 역사에 관심이 없고 회의적인 시민들에게는 수요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씌우는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게임 '웬즈데이'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교과서나 텍스트로 위안부의 참상을 '읽기'보다는, 자신이 위안부가 되어 직접 당시의 사건을 '경험'한다는 매체의 차이 때문에 위안부 사건을 더욱 생생히 되새겨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故김복동 인권운동가님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강제 채혈과 간호 교육 같이 사실과 실제 증언에 의한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몰입감을 더한다.

 


웬즈데이

 

위안부 같이 성노예를 주제로 한 또 다른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미싱(Missing)'이 있다. 인도에서 만든 모바일 게임으로, 어린 소녀를 납치하여 성매매 업소로 유통시키는 끔찍한 인도 성매매 산업의 구조를 폭로하고 있다.

 

'미싱'은 약물로 기억을 잃고 납치를 당한 주인공 '루비'가 성매매 업소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용자는 '루비'가 되어 거리로 나가 남성을 유혹해 돈을 벌어야 하며, 도망가다 잡히면 폭행을 당하게 된다. 또 날마다 오르는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또 끌려와 폭행을 당한다. 이러한 게임의 스토리는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그렇기에 더욱 성노예의 처참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2017년 출시 된 이 게임은 인도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도 앱스토어 게임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게임을 한 남성들은 저마다 '성매매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다', '다시는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며 입을 모았다. '고작 게임 하나'가 사회 문제에 파장을 일으킨 셈이다.

 


미싱

 

게임은 훌륭한 메신저가 될 수 있다. 성노예는 물론 전쟁, 난민, 비극적인 역사 등을 주제로 한 '시리어스 게임'들이 속속 나오는 이유는 게임 특유의 탁월한 몰입감 덕분. 사건을 그저 3인칭 시점에서 보는 것보다 직접 사건을 체험하고 상호 작용하면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 윤준희 겸임 교수(IT융합공학박사)는 "시리어스 게임은 당초 계획한 목적 달성에 따른 순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게임의 몰이해에 따른 비이성적 혐오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며 "몰입감 있는 게임 콘텐츠의 특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이슈에 다소 무관심한 게임 이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산업 측면에서도 경쟁심화와 양극화 시장 환경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게임 기업들에게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와 같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게임의 긍정적 측면이 부각될 수 있는 시리어스 게임이 많이 출시되어 게임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밝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보다 인정 받는 게임 생태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리어스 게임'은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주로 인디 씬에서 개발되고 있다.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한 코스닷의 '언폴디드' 시리즈와 세월호 침몰 사건을 모티브로 한 STUDIO RO의 '빅블루 메모리', '웬즈데이'의 개발사인 겜브릿지가 네팔 지진 사태를 배경으로 한 게임 '애프터 데이즈' 등이다.

 

'언폴디드' 시리즈는 현재 '언폴디드: 참극'과 '언폴디드: 오래된 이야기'가 모바일로 출시, 비극적인 역사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면서 치밀한 스토리로 BIC2019에서 최고의 서사와 최고의 소셜 임팩트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참고로 '언폴디드' 시리즈의 최종판인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2021년 3월 중 출시 될 예정이다.

 

또 '애프터 데이즈'는 네팔의 지진 피해 현장을 보다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실제 현장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현실감을 높였으며, 애프터 데이즈의 판매 수익 중 일부는 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겪은 네팔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어 공익적인 의미를 더했다.​ 

 


(좌측부터) 언폴디드: 참극, 빅블루 메모리, 애프터 데이즈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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