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영업정지,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은?

PC방은 물론 업계에도 영향
2020년 08월 31일 13시 37분 55초

2020년 8월 18일,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제 2단계 이상의 강력 조치로 국내 PC방 영업이 즉시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얼마 전 교회 및 집회에서 벌어진 집단 감염 및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타격을 덜 받았던 PC방과 PC게임이 주력인 일부 게임업체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 동안 게임 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이러한 조치로 인해 PC게임 위주의 제작사는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PC방 폐쇄 조치가 현재 단기간에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잠복 및 발생기간인 최소 2주 이상, 길게는 한달 여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침체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PC방을 점검 중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그런데, 이 과정에 정당성은 있었는가. 국가가 하는 일이 대의를 위해 하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PC방 영업중단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도 정부의 소통 부재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8월 18일 발표가 이루어지기까지 PC방 관련자들과 공청회나 코로나 확산을 위한 사태 논의가 전혀 없었고, 지금까지 영업중단이 이루어진 다른 업종(클럽 등)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보상이나 지원과 같은 입장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 다음날부터 전면 중지를 선언 하게 되자 PC방 경영자들은 난감한 상태다. 당장 2주동안 처치가 불가능한 먹거리들과 수만명에 이르는 알바생들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하루라도 빠르게 차단 조치를 진행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당장 수입이 없어지는 상황이니 만큼 단 몇 시간이라도 고민을 해 봤다면 이처럼 PC방 사업주들이 분통을 터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PC방을 2년째 하고 있다는 한 업주는 "정부가 정치적 영향력이 큰 교회에는 두고, 힘없고 약한 PC방만 잡고있다"며 분개했다.

 

영업 정지가 이루어지기 전 PC방의 경우, 절대적인 공간 인원수를 생각하면 대형 커피숍과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나 패스트푸드점 같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은 전면 영업정지가 되지 않는 반면 PC방이나 노래방 등 소규모 시설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기도 하다.

 

실제로 수많은 PC방 경영자들이 이러한 불공정함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고, 일정 기간 청소년들을 받지 않는 식의 절충 방안이 있음에도 무작정 정지 명령을 내린 데 반해 분노하고 있다.

 

국내 PC방 수는 2020년 현재 대략 2만여 개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만 9천여 개가 밀집되어 있고 그만큼 수도권은 평소 수많은 고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물론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후 4월 말 즈음에는 좌석 점유율이 17%대에 그칠 정도로 많은 타격이 있었지만 최근 학생들이 등교하고 감염자 수가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7월에는 이를 상당 수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2주간의 영업정지로 다시금 원 상태가 됐다. 최소한으로 영업 정지를 한다고 해도 PC방이 고위험 시설군으로 분류된 만큼 부모들이 가장 큰 고객 층인 학생들의 PC방 방문을 금지시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영업 정지가 풀린다고 해도 당분간은 올 4,5월 때처럼 좌석 점유율이 10%대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2주간의 영업정지로 PC방이 문 닫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만약 장기화 될 경우 영세 사업장의 경우 줄줄이 폐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정지가 풀려도 한 달 이상은 손님이 바닥을 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C방은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의 근간이다. 이를 통해 회사를 유지하는 업체가 상당수이며, PC방의 감소는 그만큼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축소를 불러올 수 있기에 이번 사태의 흐름을 중요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게임 업계의 상황은?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유의미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부분이 외출보다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

 

올해 8월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기기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 발표한 모바일 매출 추정치(모든 업체 합산)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게임 매출은 2조 1천억원, 하반기는 2조 2천억원 수준이었으나, 2020년 상반기에는 2조 8천억 대로 전년 대비 33% 이상 매출이 상승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4% 증가에 그쳤으나 매출이 신장한 것은 다른 곳에 돈 씀씀이가 줄어든 사람들이 게임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기존에는 간간히 게임을 즐기던 이들의 게임 플레이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결제를 하는 형태도 증가했다고 할 수 있겠다. 

 


2020년 상반기 모바일 게임 매출 예상(출처:아이지에이웍스)

 

이처럼 모바일을 주력으로 하는 게임 업체들은 남몰래 웃음을 짓고 있는 상황인 반면, 온라인 게임이 주력인 업체들은 가뜩이나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떨어진 상황에서 PC방 영업 정지로 추가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PC방에서 플레이 시 추가적인 메리트를 제공하며 일정한 과금이 이루어지는 게임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물론 2주 정도의 시간으로 회사가 쓰러질 만큼의 타격은 받지 않겠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전년도 대비 절반 이하의 매출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2주간은 아예 매출이 제로에 수렴하고 그 이후에도 다시 전년도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로 인해 온라인 게임만을 서비스하는 업체들 중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업체들의 경우는 올해를 넘기기 힘든 경우가 제법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유저들의 입장은?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누려 왔던 각종 게임들의 PC방 프리미엄 서비스를 아예 누릴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감내는 가능하다. 다만 오버워치처럼 별도의 계정을 구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PC방에서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이라면 계정을 구매하거나 당분간 해당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PC방 한정으로 별도의 인벤토리 슬롯 등을 사용했던 유저 역시 플레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피파온라인4 처럼 PC방에서 선수 판매 수수료를 감액받는 등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게임의 경우, 유저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피파온4의 경우 넥슨에서 수수료 할인 쿠폰 10장을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으나 다른 게임들도 수 많은 문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이고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는 더더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넥슨에서 제공한 피파 온라인4의 수수료 할인 쿠폰

 

불가피 하지만 최악의 선택이 된 PC방 영업정지

 

누구나 현재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통제나 시설 폐쇄 등은 공감한다. 특히나 일부 몇 명이 다수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현재의 모습에서 정부가 보다 강력한 대처를 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의 행정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적어도 형평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보상이 따르는 규제가 필요하다. 

 

좌석을 절반 이하로 사용하고, 학생들의 출입을 어느 정도 통제만 해도 충분했을 법 하지만 정부의 안일한 정책으로 수 만 명 이상이 경제적인 고통을 받게 됐다. 그 뿐인가, 게임 회사까지 영역을 넓힌다면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아마도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또 다시 상당 수의 PC방은 폐업을 하게 될 것이고, 적지 않은 게임 제작사들도 좋지 않은 결과를 맞게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는 정부의 PC방 영업 정지가 한 몫을 했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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