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 독점 타이틀 '리틀 데빌 인사이드', 이렇게 주목받을 줄 몰랐다

[인터뷰] 니오스트림 이현석 PD, 이재혁 공동대표 외
2020년 07월 09일 20시 53분 16초

국내 개발사 최초로 PS5 기간 독점 타이틀로 선정되어 화제가 된 '리틀 데빌 인사이드'.

 

니오스트림이라는 소규모 개발사에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지난 2015년 등록된지 단 6일 만에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한 바 있으며, 킥스타터 모금에서도 목표액의 122%를 가뿐히 달성하는 등 커뮤니티의 열렬한 호응과 기대를 받고 있는 국산 인디 게임이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괴물과 미스테리를 연구하는 대학 부서의 박사에게 고용된 몰락 귀족이 되어 세계 곳곳을 탐험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현실적이지만 다소 친숙한 환경 속에서 인간, 생물, 괴물과 상호 작용하고, 배우고, 사냥하고, 생존하는 등 풍부한 콘텐츠와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나 게임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국산 인디 게임의 가능성 부분이다. 이재준, 이재혁 두 형제가 개발을 시작한지 5년. 이제는 출시를 향해 눈코뜰새 없이 달리고 있는 니오스트림의 이현석 총괄 프로듀서와 이재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만손 PM, 최용준 테크니컬 아티스트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좌측부터) 정만손 PM, 이재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현석 총괄 프로듀서, 최용준 테크니컬 아티스트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최용준 - 업계 경력 햇수로 20년차로 조이온에서 거상 개발에 참여했다. 계속 캐릭터를 작업하다가 테크니컬 아티스트로 전향해서 3월에 니오스트림에 입사했다.

 

이현석 - 조이온, 넥슨, 엑스엘게임즈에서 근무했고, NC소프트에서 근무하던 중에 리틀데빌인사이드에 푹 빠져서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은 프로듀서를 담당하고 있다.

 

이재혁 - 니오스트림의 공동대표고, 창립멤버이기도 한 이재혁이라고 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정만손 - 용준님, 현석님과 함께 조이온에서 거상 운영과 몇몇 게임의 기획을 했고,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웹젠의 SUN 온라인과 뮤 레전드에서 PM과 프로듀서 역할을 했다. 이후에는 팀 단위로 몇몇 회사를 전전하다 니오스트림에 합류하게 되어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Q. 니오스트림은 어떤 개발사인가?

 

이재혁 - 원래는 1998년도에 멀티미디어 회사로 창립된 것이 니오스트림이었다. TV광고, 웹사이트, 디지털 키오스크, 스마트TV UI등 모든 전반적인 작업을 도맡아 진행했다. 원래는 돈을 벌어서 공부도 하고 게임도 만들어야지 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새 40대가 눈앞에 다가왔더라. 이러다가 게임 못만들겠다 싶어서 전부 정리하고 형과 지하실에 들어가서 마음잡고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이 시작이다. 그때는 수입이 없으니 벽에다 '국세완납', '삼시세끼' 목표를 적어두고 열심히 개발에 몰두했던 행복한 기억이 있다.​

 

이후 그렇게 만들어지던 게임을 보고, 상장사 대표를 하시던 전문 경영인 김현철 대표, 삼성에서 연구개발을 하시던 고종근 등 각자의 길을 가시던 분들이 게임 개발에 대한 하나의 목표를 두고 합류하시게 되었다.

 

Q. 미디어에 나올 때마다 개발 인원이 늘어나는 것이 보인다. 현재 니오스트림의 규모는 어떻게 되는가?


이재혁 -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에는 형과 함께 둘이서 시작했고, 2016년 홍대로 이전하면서 6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투자를 거쳐 게임 개발에 필요한 인원들을 확충해 가면서 강남 구청으로 사무실을 옮겼을 때는 16명이 되었다. 지금은 자신감이 붙고 달려보자 싶어 40명 수준으로 대폭 충원해서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레벨 기획, 설정 기획,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레벨 디자인 파트에 충원 중이니 함께 도전하실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Q. 리틀 데빌 인사이드는 어떤 게임인가?


이현석 - 가상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어드벤처와 시뮬레이션이 섞인 하이브리드 장르의 게임이다. 유저가 단순히 캐릭터를 조종해서 목적을 이루고 미션을 달성하는 것 보다는 캐릭터를 관찰해서 힌트를 얻고, 성향을 파악해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그러한 캐릭터와의 협동이라는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재혁 - 저희 회사의 모토가 ‘게임 라이크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다. 도대체 게임 라이크 게임이 무엇이냐 라는 그 모호함이 저희의 목표이고, 이것을 팀원들이 함께 생각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게임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콜 오브 듀티나 라스트 오브 어스와 같은 다른 게임들은 인터렉티브한 요소가 있지만, 영화적인 기법을 사용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희는 ‘게임 라이크 게임’인 만큼 게임의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굳이 기반이 되는 게임을 정하자면, 장르가 정해지지 않던 시절의 레트로 게임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시절의 게임이 유저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해서 새로운 규칙과 장르를 만들었듯이, 저희도 그러한 방식의 접근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개발 중간에 유니티에서 언리얼로 엔진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엔진 변경에 따른 고충은 없었는지?


이재혁 - 과거 멀티미디어 회사를 할 때 언리얼 엔진 3를 써본 적이 있었고, 역사가 길다보니 축척된 자료도 많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언리얼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안정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오픈월드 게임이다 보니 대규모 월드를 만드는데 걸맞는 언리얼 엔진의 월드 컴포지션 기능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따로 고충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유니티 엔진을 사용할 때는 소규모 개발팀이었던 만큼 유니티 에셋 스토어의 리소스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Q. 중세 기반의 초현실적인 세계관에서 탐험과 생존이 섞인 컨셉이 Don’t Starve의 상위 호환이라는 느낌이다.


이재혁 - 물론 알고 있다. 너무 재밌게 플레이 했기 때문에 상위 호환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준다면 영광이다. Don’t Starve는 먹는 것과 서바이벌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면, 저희 게임은 일상을 경험하는 것을 베이스로 서바이벌 요소가 들어가 있고, 액션 어드벤처 요소들이 갖춰져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

 

그리고 Don’t Starve는 한번 죽으면 끝인 Permadeath(영구 사망)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리틀 데빌 인사이드에서는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빌리, 빈센트, 올리브 이 3명의 캐릭터는 죽으면 게임 오버가 되어 불러오기를 통해 다시 시작하게 된다. 다만, 이 3명의 캐릭터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게임 내에서 박사가 고용하는 컨셉으로, 로그라이크 형식으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Q. 그렇다면, 클리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가? 


이재혁 - 이번 작품은 첫 번째다 보니 캐릭터를 소개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 어느정도 스토리가 첨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 스토리는 서브적인 부분이고, 오히려 메인 요소는 스토리 클리어 이후 플레이하는 샌드박스 형태의 게임 플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샌드박스라고 하셨는데, 플레이 할 때마다 맵의 구조나, 이벤트의 구성이 바뀐다던가 하는 랜덤 요소도 존재하는지? 


이현석 - 샌드박스 레벨에서는 정해져 있는 자유도 있는 레벨이 주어지고, 인스턴트 레벨의 경우는 이벤트에 따라 어느정도 랜덤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정만손 - 디아블로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느낌을 제공할 수 있게 노력하고자 한다.

 

Q. 공개된 정보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 같다. 본 게임에서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상호작용을 몇 가지 소개해 달라.


이현석 - 서바이벌의 요소들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동일한 미션을 수행하더라도 날씨의 우연성에 따라 추운 환경에서는 옷이 젖으면 감기가 빨리 걸린다던지, 모닥불을 피워서 옷을 말려줘야 하는 등 시시각각 플레이가 바뀌게 된다. 이와 함께 관찰모드를 통해 주인공을 관찰하면서 캐릭터가 물체와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한 모든 정보가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최용준 - 날씨나 시간 변화에 따라 주인공들의 의상에 변화가 생긴다던가 하는 세세한 부분들이 굉장히 다채롭게 구현되고 있다. 

 

이재혁 - 디렉션 적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캐릭터가 플레이어를 대변한다기 보다는,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들여다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오브젝트나 상호작용에 따른 반응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거미를 싫어한다면, 플레이어가 거미가 있는 쪽으로 캐릭터를 조작하더라도 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컨트롤은 직관적이지만, 상황이나 환경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만손 - 캐릭터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한 게임이라 보면 된다. 조작은 플레이어가 하지만, 캐릭터의 성향, 호불호에 맞춰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요소가 곳곳에 존재한다.

 

최용준 - 그런 힌트들은 현재 공개된 트레일러에도 숨어 있다. 통상적인 게임의 캐릭터와 트레일러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모습에서 색다른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Q. 지상전, 마상전, 해상전, 수중전까지 다양한 형태의 전투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작 방식의 일관성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가?


이재혁 - 일관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직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물건을 담는 가방’, ‘탑승하는 차량’과 같이 유저들이 별도의 학습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고 보자마자 용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현석 - 지상이나 해상, 수중 등 다양한 장소를 오가는 것에 대해서는 별도의 로딩 없이 심리스하게 연결될 것이다. 컨텐츠의 밀도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충분한 재미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최용준 - 실제 생활을 비유해봐도 차를 타는 시간보다는 지상에 서있는 시간이 더 많지 않나, 비슷한 구성이 될 것이다. 억지로 무엇인가를 구성해서 유저들을 밀어넣는다는 개념 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정도로 이해를 하면 접근이 빠를 것 같다.

 

Q. PS4, PS5 독점으로 발표됬는데, 킥스타터 당시에는 멀티플랫폼으로 고지되었다. 일부에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재혁 - 처음에 킥스타터를 진행할 때는 굉장히 순진했다. 이렇게 주목을 받을지도 몰랐고, 게임이 잘 나오면 이곳 저곳 동시에 계약을 해서 출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 각자 플랫폼의 스케줄도 있다 보니 커다란 퍼블리셔가 껴서 동시에 출시되도록 조정을 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도 오해는 없으셨으면 하는게, 트레일러에도 플레이스테이션 기간 독점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PC로도 동시 런칭 될 예정이다. 


Q. PS5로 출시를 결정한 배경은? PS4 버전에 비해 PS5 버전 만의 메리트가 있을까?


이현석 - PS5의 경우 기기 스펙을 십분 활용하여 새롭게 들어가는 레이트레이싱이나 어댑티브 트리거와 같은 기능들은 충분히 구현하고 있다. 다만 원래 PS4로 출시를 준비해 왔던 만큼, 우리가 준비해 왔던 여러 퍼포먼스는 PS4에서도 충분히 담아낼 것이고, 게임 플레이와 같은 디자인적인 영역에서의 차별은 전혀 없을 예정이다.

 

Q. 넷마블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고 들었다. 넷마블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이재혁 - 킥스타터를 진행하기 전, 스팀 그린라이트 때부터 연락을 주셔서 오랫동안 이야기 해 왔다. 투자가 진행된 것은 2018년이고, 얼마 전 기사로 공개된 것처럼 넷마블이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에 투자를 해줘서 굉장히 고마웠다. 30% 지분의 의미가 개발자의 의지를 꺾지 않는 형태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고, 실제로 넷마블이 게임의 방향성이나 개발에 영향을 끼친 부분도 전혀 없었다. 게임 업계의 큰형님으로서 인디들을 도와주는 그런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의 개발실
 

Q. 최근 국내에서 개발하는 여러 인디 게임들이 하나둘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


이재혁 -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될 포지션인가 싶긴 한데, 인디 게임 개발이 얼마나 힘든 지 직접 느꼈기에 포기하지 말고 같이 잘 달려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개발 방향이 초창기와 달라지기도 하고, 금전적인 부분이나, 팀내 분열이나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을 것이다. 코어를 잊지 말고, 인디 때 누릴 수 있는 창의성을 계속 가져갔으면 좋겠다. 나중에 회사의 체계를 갖추면 그때 창의성을 찾기에는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현석 - 우리도 현재 도전하는 입장이다 보니, 출시 후 재밌는 게임으로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을 때, ‘조언’이란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언이라기 보다 현재 갖고 있는 생각은, ‘인디’라는 것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도전이 크다고 본다. 새로움에는 명확함, 계획이 때로는 부족할 수 있으나, 개발의 톤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자부심과 믿음을 갖고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최용준 - 인디는 본인의 욕망에 조금 더 솔직했으면 좋을 것 같다. 인디는 투자를 받으면 안될 것 같고 항상 가난해야 할 것 같은데, 인디라고 해서 굉장히 창의적이여야 하고 라면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디는 사상과 표현에서의 자유지 돈에서의 자유가 아니다.

 

Q. 경험자로서 인디 게임의 콘솔 시장 진출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최용준 - 저희도 하나 둘 씩 시도를 하면서 배워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결국 사람 관계를 타고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게임을 출시한 후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제안이 오는 경우가 있지만, 개인의 경우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으니 근접한 지인들을 통해 작은 계기를 만들어 보자. 엔진 개발사의 써밋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그 자리에서 성사되는 일이 굉장히 많다.

 

 


[업데이트]

위에서 네 번째 문단의 '이현석, 이재현 형제'를 '이재준, 이재현 형제'로 바로잡습니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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