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퀄리티로 재탄생한 JRPG 명작, 영웅전설 제로의 궤적: Kai

이식 퀄리티는 만족
2020년 06월 04일 00시 53분 24초

지난 1989년, 일본을 대표하는 롤플레잉 게임(RPG) 명가 팔콤에서 PC9801 기종으로 선을 보인 ‘영웅 전설’ 시리즈.

 

자사의 ‘이스’ 시리즈와 더불어 팔콤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컨텐츠 등으로 무장, 일본을 넘어 전 세계의 게이머들을 매료시켰고 SRPG의 역사이자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시리즈 첫 출시부터 지금까지 무려 30여 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한 다수의 플랫폼에서 무수히 많은 시리즈 속편을 선보이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28일,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IEK)에 의해 국내 정식 발매된 '영웅전설 제로의 궤적: Kai'는 지난 2010년 PSP 플랫폼으로 출시했던 동명의 작품 ’영웅전설 제로의 궤적 ‘의 PS4 HD 리마스터 버전이자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전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래픽 퀄리티와 보다 진보된 편의성 등으로 무장해 시리즈 팬을 반긴다.

 

 

 

■ 한층 우수해진 시청각적 퀄리티, 편의성에 만족
 
올해로 출시 10주년을 맞이한 영웅전설 시리즈의 7번째 넘버링 작 제로의 궤적은 에레보니아 제국의 내전을 다룬 ‘섬의 궤적’ 1, 2편과 더불어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즐긴 작품 중 하나로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이나 전투 시스템과 컨텐츠 등 전반적인 게임성에 있어서 최신 SRPG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재미를 자랑하는 명작이라 여겨진다.

 

특히 ‘벽의 궤적’과 더불어 크로스벨 자치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맞서 싸우는 크로스벨 경찰 특무지원과 로이드 베닝스 일행의 여정을 다룬 스토리는 정말이지 매력적. 필자는 이미 수 회에 걸친 플레이를 해봤을 정도로 줄거리 및 등장인물의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이처럼 매력적인 재미를 지닌 제로의 궤적이지만 아쉽게도 오리지널 PSP 버전은 오로지 일본어와 중문판으로만 발매돼 플레이의 제약, 즉 언어의 압박이 심해 접근성이 떨어졌고 이후 시간이 흘러 지난해 말 이뤄진 휴대용 콘솔 PS Vita 플랫폼에 일부 컨텐츠의 추가가 이뤄진 개선판 ‘제로의 궤적 Evolution‘이 지난해 말 국내 PS 스토어의 다운로드 전용 게임(DL)으로 발매됐지만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레 발매된 부분, 그리고 패지키판이 아닌 오로지 DL로만 출시됐기에 일부 시리즈 팬을 제외하곤 소리 소문도 없이 묻혀버리고 말았다.

 

덧붙여 이마저도 PS Vita가 지난해를 끝으로 영구적 생산 중지(단종)절차에 돌입한데다 본 기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PS Vita 판에서 볼 수 있는 저 퀄리티 그래픽과 낮은 프레임 등의 이슈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이기도 했다.

 

 

 

 

 

본 리마스터는 이러한 부분의 개선들이 이뤄졌다. 그래픽은 HD 해상도로 재탄생해 상당히 깔끔한 모습을 자랑한다.

 

이 부분은 사실상 PS Vita 판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여 국내외 게이머들의 거센 묻매를 맞았던 지난 4월 말 출시된 ‘이스 셀세타의 수해: Kai’의 리마스터링과 정말 비교되는데, 이번 제로의 궤적은 PS vita판과 비교해 그래픽 퀄리티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만큼 큰 폭으로 개선됐다. 그 무엇보다 캐릭터의 선명도와 디테일이 크게 눈에 띈다. 지난 이스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팔콤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라 생각해도 좋을까?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오로지 팔콤의 게임에 한정일 뿐, 타 사의 최신 JRPG의 그래픽 퀄리티에 비하면 저급한 건 사실이다.

 

아울러 인게임 프레임 역시 30에서 고정 60으로 두 배 증가해 진행이 한층 매끄럽고 원활한 모습을 선보였고 필자가 플레이해본 결과 PS Vita판에서 문제가 되던 특정 부분의 프레임 드랍 현상 또한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PS4 이식에 맞춰 인 게임 UI를 재배치 한 부분 역시 호평의 요소로 위와 더불어 게임의 시인성과 편의성을 높여줘 마음에 들었다. 이렇듯 게임의 외적인 퀄리티는 전작에 반해 상당히 업그레이드돼 만족스러웠다.

 

 

 

 

 

■ Evolution판이 아닌 원작 이식은 아쉬워

 

앞서 언급했지만 제로의 궤적은 발매 10년을 맞이한 작품이다 보니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은 최신 SRPG에 비해 상당히 구식인 편이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패밀리 컴퓨터(FC) 시절부터 이어져 온 정통 JRPG의 게임성과 그 틀을 계승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필자 주관적인 관점에선 제로의 궤적의 시스템, 특히 전투 부분은 매우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더불어 궤적 시리즈의 게임 시스템을 논할 때 제로, 그리고 벽의 궤적이 끼친 지대한 영향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궤적 시리즈의 첫 작품 ‘하늘의 궤적’부터 이어져 온 시스템의 집대성이자 이후 출시된 시리즈 신작들 역시나 이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 덧붙여 제로의 궤적은 커맨드 형 턴제로 진행되는 게임 플레이의 재미, 동료와의 콤보 연계기인 콤비 크래프트나 필살기 S 크래프트의 타격감 및 연출이 뛰어나고 전체적인 게임 밸런스 자체도 매우 우수한 편이다.

 

게임의 재미 자체는 10년 전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전투 시 공격 연출이 상당히 긴데다 개선판 Evolution이라 할지라도 필살기 S 크래프트 등 극히 일부의 기술만 스킵이 되는 점, 그리고 전투뿐만 아닌 맵 이동도 마찬가지로 게임 내 컨텐츠 대다수가 매우 속 터질 만큼 느려 게임 진행 자체를 상당히 느리고 답답하게 만드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기 마련이었다.

 

이 부분 이번 kai 버전에서 새롭게 추가된 고속 모드를 통해 해결돼 플레이가 한결 수월해졌다. 해당 모드를 켤 경우 게임 진행 속도를 2배속에서 최대 4배속으로 설정할 수 있어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던 이동 및 이벤트 컷신, 전투 연출 등이 확 줄어들어 플레이의 답답함이 사라진 쾌적한 진행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맵 이동 시의 로딩 시간 역시 오리지널 및 Evolution에 비해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은 덤. 

 

 

 

 

 

더불어 메인 스토리 및 이벤트 스토리의 풀 더빙과 해당 더빙, 그리고 인 게임 BGM의 고음질 리마스터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개인적으로 본작의 스토리 및 캐릭터들을 좋아하기에 이 부분 역시 좋았다.

 

이렇듯 제로의 궤적: Kai는 보다 깔끔해진 고해상도 그래픽과 음원 리마스터링으로 시청각적 만족감을 제공하며 프레임 향상과 스킵 기능으로 추가로 편의성 역시 마음에 든다.

 

하지만 본작은 멀쩡한 개선판 Evolution를 놔두고 오리지널 PSP 버전을 베이스로 리마스터를 했는데 오리지널 버전을 이식함으로써 Evolution 버전에서 추가된 캐릭터 애니메이션 효과나 이벤트 CG와 오프닝, 엔딩 MV, 그리고 일부 신규 퀘스트나 미니게임 등은 즐길 수 없게 됐다. 이 부분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 만큼 불만족스럽지만 전체적인 게임 퀄리티 자체는 JRPG 수작이라 불러 손색이 없으니 J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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