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어떻게 인류의 시조가 되었을까… 앤세스터 : 인류의 여정

[리뷰] 앤세스터 : 인류의 여정
2019년 09월 11일 20시 42분 37초

다양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2000년대 이전의 게임들은 그러한 만큼이나 나름 독특한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워낙 다양한 형태의 게임들이 많이 발매된 탓에 독창적인 게임을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단순히 특색 있는, 그리고 개성 있는 수준이 아니라 지금까지 보지 못한 정도의 유니크한 게임을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최근의 게임 시장은 이미 ‘해 볼 것은 다 해본’ 상태이기 때문이다. 

 

■ 정말로 독특한 게임 엔세스터!

 

일반적으로 다른 게임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유니크한 게임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하나는 게임의 배경이나 스토리 라인의 진행 또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경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조작 방식이나 게임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후자는 상대적으로 게이머들이 쉽게 독특함을 느낄 수 있지만 전자의 경우는 플레이를 해 보지 않으면 쉽게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나 배경과 스토리 라인만으로 독창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보니 작품 수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유니크한 게임들은 독특한 게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괴혼’이나 ‘완다와 거상’ 같은 작품들은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게임 시스템은 상당히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유노(YUNO) 같은 작품은 독특한 구성의 스토리 라인을 보여 주었지만 정작 게임 시스템은 평범한 편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이야기를 왜 이리 서두에 길게 언급한 것일까. 바로 배경과 게임 시스템이 상당히 독특한, 말도 안되는 게임이 최근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자, 과거 과학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인류의 시초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이고 ‘호모 에릭투스’와 ‘호모 사피엔스’ 를 지나 현재의 인류로 진화했다고 배웠다. 물론 시간이 지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게이머들도 제법 있을 것 같지만 어쨌든 평상시에 잘 쓰지도 않는 명칭이고 과거 시험 때 이후로는 별로 기억할 일도 없는 정보다. 

 

그런데 이러한 선사 시대 조상들의 시절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등장하고야 말았다. ‘엔세스터: 인류의여정(이하 엔세스터)’ 이 바로 그 게임이다. 

 

심지어 이 게임은 원숭이부터 시작해 ‘호모 에렉투스’ 가 되어 가는 진화론적인 여정을 체험하는작품이다. 한 마디로 원숭이의 성장 스토리 라인이 주가 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만큼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숭이 천지다.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더 인간과 비슷한 원숭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원숭이와 숲, 들판이 전부인 게임이다. 

 


이 게임보다 원숭이가 더 많이 등장하는 게임은 결코 없었다

 

■ 직접 ‘이것 저것’ 플레이 하며 원숭이를 성장시켜라

 

선사 시대를 무대로 한 배경만큼이나 게임 시스템도 상당히 독특하다. 액션 장르도 아니고 어드벤처 형태의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의 사물을 보고 이를 인지하며 지능을 키우고, 듣고 냄새를 맡으며 발전하며, 다양한 행동을 하면서 경험을 높이고 결국에는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을 시작하면 순수한 원숭이 자체의 상태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고 여러 사물을 인지하며 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점차 정보를 습득하게 되고 이에 대한 활용법을 깨닫는다. 정체불명의 열매는 조사를 해 보고 먹어보는 과정을 거쳐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인지하게 되고, 나뭇잎은 잠자리의 훌륭한 재료가 된다. 

 

이러한 캐릭터(원숭이)는 보다 다양한 정보와 행동을 거듭하며 발전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다니는 수준이지만 이를 다듬어 막대기를 만들 줄 알게 되며, 나중에는 돌을 이용해 뾰족하게 다듬는 수준까지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수컷과 암컷의 짝짓기를 통해 종족 번식이 이루어지고 진화를 통해 종의 대규모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맹수들에게 당할 뿐이지만 나중에는 이를 상대하고 사냥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게 된다. 원숭이가 인류의 조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말은 상당히 간단하지만 이렇듯 성장 과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상당한 플레이 타임이 필요한데, 어쨌든 이렇게 선사 시대의 분위기를 즐기며 직립보행이 이루어지는 호모 에렉투스까지 진화시키는 것이 바로 이 게임의 목적인 셈이다. 제작사의 말에 의하면 이 작품이 3부작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고 하니 그 성장 과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상당히 관심 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긴 플레이 타임 뿐 아니라 해야 할 일도 제법 많다. 보기 모드를 통해 이슈가 되는 요소들을 체크하고 이를 인지해 지적인 부분을 업데이트 해야 하며,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며, 잠을 자는 등 기본적인 액션도 필요하다. 나뭇잎을 모아 잠자리를 만들고 다른 원숭이들과의 교감을 통해 사회성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일상 생활을 통해 축적한 행위를 바탕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얼핏 보기에는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점이라면 재미 있는 요소들만 플레이 하는 액션 게임과 달리 재미가 없는 부분까지 일일이 직접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지하철까지 걸어가서 전차를 타고 회사에 도착해서 일을 한 후에 집에 온다’ 와 같은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씩 해야 한다는 것. 좋은 말로 하면 선사시대의 라이프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상당히 성가신 게임이라는 거다. 그만큼 게임의 템포도 느린 편이고 이것 저것 할 일도 많다. 

 


 

■ 재미는 있나?

 

그렇다면 엔세스터는 재미있는 게임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자의 주관이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진득하게 장시간 플레이를 한다면 특유의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미를 느끼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판단을 내린 이유는 게임 자체가 상당히 불친절하기도 하고 게임 속의 상황과 게이머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지식 간에 괴리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사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이미 충분히 고등 교육을 받은,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게임 상에서는 천천히 하나씩 지식을 습득해야 하고 나뭇가지 하나를 살상 무기로 만들게 되는 것 만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 마디로 이미 읽은 소설이 드라마로 나왔는데, 내용 전개가 말도 안되게 느린 그런 느낌이라는 거다.

 


 

예를 들어 처음 게임을 시작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벌집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이 벌집을 어떻게든 떼 내어 꿀을 얻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꿀 하나를 얻기 위해 상당히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하고 이것 저것 사전에 알아 내야 할 것도 많다. 게이머들은 단순한 행동 하나를 하기 위해서도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핵심적인 것 만을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처럼 잡다한 행동들을 모두 플레이 해야 하는 탓에 느린 진행 속도와 번거로움이 더해져 플레이 자체에서 즐거움 보다는 지루함이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플레이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게임 자체가 매우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게임 플레이 시 게이머에게는 별다른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 보기 편한 미니 맵이 지원되는 것도 아니고 친절한 설명도 없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키 아이템이 강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뭘 해야 하는지, 처음 도착한 거주지에 계속 있어야 하는 건지, 주변을 살펴 봐야 하는지 등등 스토리 라인 진행을 위한 힌트도 전혀 없다. 모든 것이 막막한 가운데 플레이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 단서 없이 직접 하나씩 방법을 찾아가는 방식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꽤 궁합이 잘 맞는 작품일 수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불친절한 플레이 방식에 많은 불만을 느낄 법하다. 실제로 본 기자 역시 처음 2시간동안 한 것 없이 시간을 소비한 것이 전부였을 정도다(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나마 게임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로 올인하는 형태가 아니라 원숭이 집단을 전체적으로 키워 나가고 이를 번영 및 진화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소소한 희생(?)이 용납되는 것이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할까. 이 말은 즉 애매하면 일단 실행해 보는 것이 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죽은 원숭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 호불호가 아주 강할 것 같은 작품

 

엔세스터는 상당히 독창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친절하다. 통상적으로 게이머에게 친절하지 않은 게임은 친절한 게임보다 유저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부분이 게임의 유니크한 매력을 상쇄시키는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게임이 끝날 때까지 보게 되는 것은 원숭이와 동물들이 전부다. 대자연의 장관을 보여주는 작품도 아니고 장시간 플레이를 하기에는 눈이 심심한 게임이라는 느낌도 있다. 

 

결과적으로 코드가 맞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 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게이머라면 한 두 시간 플레이 만으로 흥미도가 급격하게 떨어질 만한 부분이 많다. 물론 이러한 부분을 이겨 낸다면 나름 성장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게임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금빛기사 / 2,321,225 [09.18-01:46]

원숭이 서바이벌인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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